저자는 회의가 정보 제공이나 주요 의사결정 같은 관리자의 주요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회의가 정보 제공이나 주요 의사결정 같은 관리자의 주요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라고 강조한다.

하이 아웃풋 매니지먼트
앤드루 그로브|유정식 옮김|청림출판
1만8000원|308쪽

1968년 창업한 이후 2016년까지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 자리를 놓친 적이 없는 인텔의 중심에는 앤드루 그로브가 있었다. 그가 인텔의 최고경영자(CEO)에 올랐던 1987년 인텔의 매출은 19억달러, 순이익은 2억4800만달러였는데, 그가 퇴임하던 1998년 인텔의 매출과 순이익은 각각 251억달러, 69억달러로 껑충 뛰었다. 신생회사였던 인텔에 입사해 주력 사업을 메모리에서 마이크로프로세서(초소형 연산장치)로 전환한 주역인 그가 CEO가 되기 전인 1983년 처음 쓴 책이 35년이 흐른 최근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관리자로서의 노하우를 담은 이 책은 시간이 흐른 현재까지도 실리콘밸리의 많은 경영자들이 탐독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도 “페이스북을 경영하는 데 가장 큰 도움을 준 책”이라고 말할 정도다. 

책은 일반적인 조직 경영서와 달리 관리의 미덕을 ‘생산성’이라고 말한다. 관리자는 리더십으로 평가받는 게 아니라 조직원의 생산성으로 평가받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관리자가 생존하기 위해 조직의 성과를 어떻게 높일 수 있는지 매우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회의, 일대일 면담도 활용해야

눈에 띄는 방법 중 하나는 회의를 적절하게 활용하라는 것이다. 많은 경영서들이 회의는 쓸데없는 것이며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도 “자기 시간의 25% 이상을 회의에 사용하는 것은 관리자의 조직 운영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라고 언급했다. 그로브는 25%를 넘어 전체 업무 시간 중 3분의 2를 회의하는 데 썼다. 관리자 업무 상당 부분이 정보와 노하우를 제공하고 우선 처리해야 하는 업무를 결정·관리하는 일인 만큼 이를 대면 회의를 통해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회의와 별개로 무엇이 가장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업무인지 파악하기 위해 직원들과 끊임없이 일대일 면담을 활용하라고 강조한다.

그는 생산성을 높이는 또 다른 방법으로 조직원의 업무 수행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꼭 할 수밖에 없는 업무를 제외한 나머지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비슷한 업무를 모아서 한꺼번에 처리하기 같은 실용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최고 성과를 추구하는 운동선수의 욕망’을 직원들에게서 끌어내라는 제안도 흥미롭다.

책에서 제시하는 구체적인 생산성 향상 방법들은 35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여전히 유효하다. 꼭 관리자가 아닌 직원이더라도 개인의 생산성을 어떻게 끌어올릴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읽어볼 것을 권한다.


문학상과 공채를 파헤치다
당선, 합격, 계급
장강명|민음사
1만6000원|448쪽

문학상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 연일 ‘당선자 없음’이 발표되는가 하면 통폐합된 문학상도 적지 않다. 한겨레문학상(2011년), 수림문학상(2014년), 문학동네작가상(2015년) 등을 휩쓸며 ‘문학공모전의 최대 수혜자’로 불리는 작가 장강명이 문학공모전 제도의 한계를 파헤친 책을 출간했다. 그는 문학공모전을 중립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만큼 그래도 혜택을 본 사람으로서 매스를 들게 됐다고 스스로 정당성을 부여한다. 또 그는 문학상을 운영하는 출판사 대표, 문학상을 준비하는 지망생들, 작가와 출판 편집자 등을 2년 동안 인터뷰하고 통계 수치와 자료를 제시해 문학공모전을 객관적으로 분석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저자는 마케팅이 되는 ‘문학상 당선작’이라는 타이틀을 표지에 내걸기 위해 출판사가 경쟁적으로 문학상을 만들고 고액 상금을 내걸었다고 비판한다. 돈도 벌고 수상과 동시에 단행본 작가로도 등단할 수 있는 문학상이 늘어나고 사람이 몰리면서 전체 출품작들의 수준이 떨어졌다는 지적도 한다. 문학상 제도에 대한 비판은 우리나라 기업의 공개채용 제도로까지 이어진다. 독자에 따라 의견이 엇갈릴 수 있는 논쟁거리가 될 책이다.


일상에서 멋진 생각을 찾는 법
기획자의 습관
최장순|홍익출판사
1만4800원|300쪽

기가 막힌 아이디어를 볼 때 사람들은 감동한다. 기획자 역시 그렇다. 기획자는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간다. ‘(저런 생각은) 대체 어떻게 하면 되지?’

지난 10년간 삼성전자·현대자동차·구찌 등 국내외 유수 기업의 브랜드 전략을 맡아온 저자는 ‘어떻게 하면(방법)’ ‘될까(효과)’를 고민하는 것이 기획자의 역할이며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하기 위해서는 일상생활의 습관부터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테면 거리를 걸을 때 이어폰부터 빼라고 조언하는 식이다. 버스·택시의 경적, 걸어가는 사람들의 대화, 매장 외부에 관심을 끌고자 틀어놓은 음악, 이 모든 것이 정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기획자는 익숙한 풍경 속에서 미세한 변화를 살필 줄 아는 섬세함을 훈련할 수 있게 된다. ‘완독(完讀) 콤플렉스를 버리고 좋은 책을 일단 모으라’거나 ‘상대와 대화할 때 언어가 아닌 것에 주목하라’는 등 다양한 일상생활의 팁이 담겼다.

‘기획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구체적인 방법론을 찾는다면 다른 실용서적을 찾는 게 낫다. 남들과 다른 기획을 하기 위한 경력자의 경험을 공유한 일상 기록서에 가까운 책이다.


자는 동안 몸에서 일어나는 일
우리는 왜 자는가
매튜 워커|스크라이브너
17달러|360쪽

사람의 수면은 NREM(Non-Rapid Eye Movement)과 그 이후 REM(렘, Rapid Eye Movement·꿈을 꾸는 단계)으로 나뉜다. REM 상태일 때는 숨을 쉬는 데 필요한 몇몇 근육들과 눈을 움직이는 근육을 제외하고는 근육의 긴장이 ‘0’에 가까운 일종의 마비상태가 된다. 보통 사람들은 수면 중 NREM, REM 상태가 번갈아가며 나타난다.

UC버클리 수면·뇌영상(뉴로이미징)연구소를 관장하는 매튜 워커 교수는 하루에 8시간 이상 충분히 잠을 잘 경우 수면 단계마다 우리 몸이 어떻게 회복되는지 과학적 연구결과를 풀어놓는다.

NREM 상태일 때 우리 몸은 기억력, 운동 능력을 회복하며 REM 상태로 진입해서는 부정적인 감정을 극복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현대인들이 자주 섭취하는 카페인과 알코올은 수면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우리의 수면 패턴은 왜 계속 바뀌는지 등 수면에 관한 다양한 연구결과를 담고 있다. ‘나는 오래 안 자도 괜찮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지만, 실제 하루 6~7시간만 자고도 최상의 몸 상태를 유지하는 경우는 전체 인구의 1%에 불과하다고 저자는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