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콤팩트 SUV가 인기를 끌고 있다. 왼쪽부터 볼보 XC40, 지프 컴패스. 사진 볼보·지프
최근 콤팩트 SUV가 인기를 끌고 있다. 왼쪽부터 볼보 XC40, 지프 컴패스. 사진 볼보·지프

“요즘 수입 콤팩트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 중에서 뭐가 좋아?” 메추리알 장조림을 젓가락으로 겨우 집어 들었는데 남편이 물었다. “응?” 난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남편을 쳐다봤다. 메추리알이 도로 접시 안으로 떨어졌다. 자동차에는 ‘1’도 관심이 없는 남편 입에서 콤팩트 SUV라는 단어가 튀어나오다니. 요즘 차를 바꾸고 싶어 하루에도 몇 번씩 자동차 홈페이지를 들락거리는 걸 혹시 눈치챘나? “아니, 이사님 사모님이 차를 바꾸고 싶다고 하나 봐. 아내가 자동차 잡지 기자라고 했던 걸 기억하셨는지 어제 갑자기 내 자리로 와서 물어보시더라고.” 그러면 그렇지. 말하지도 않았는데 남편이 먼저 내 마음을 간파할 리가 없다.

그러고 보니 최근 몇 달 새 수입 콤팩트 SUV가 국내에 꽤 출시됐다. 폴크스바겐 티구안과 볼보 XC40 그리고 지프 컴패스까지. 운전하기에 부담 없는 크기에 준수한 외모, 게다가 수입차 배지까지 달고 있으니 여자들이 관심을 보일 만한 SUV들이다. 찻값도 3000만원 후반부터 4000만원 중후반이라 국산차는 너무 흔해서 싫고, 메르세데스 벤츠나 BMW는 비싸서 부담되는 여자들이 귀를 쫑긋 세울 만하다. 석 대 중 어떤 차를 골라줘야 남편이 앞으로의 회사 생활을 좀 더 편하게 할 수 있을까?

티구안은 일단 상품성이 좋다. 구석구석 살필수록 필요한 것을 적재적소에 담았다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1세대 티구안은 있는 것보다 없는 게 더 많았다. 옵션이 풍성한 국산 SUV에 비하면 ‘깡통’에 가까웠다. 그런 티구안이 왜 그렇게 많이 팔렸는지 모르겠다. 폴크스바겐 배지가 없었대도 그만큼 팔렸을까? 하지만 신형 티구안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안팎으로 디자인이 세련되게 바뀐 건 물론 편의 장비도 풍성해졌다. 아직 국산 SUV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깡통’ 수준은 훨씬 벗어났다. 실내도 꽤 넉넉하다. 뒷자리에 아이는 물론 어른을 태우기에도 문제없다. 1세대 모델에 비해 고급스러워진 실내와 풍성해진 편의장비를 본다면 1세대 오너들이 배가 아플지도 모르겠다. 한 가지 아쉬운 건 주행감이 너무 가벼워 헐렁하단 느낌마저 준다는 거다. 스티어링휠도 나긋하다 못해 낭창거린다. 하지만 그래서 여자들이 운전하기에 더없이 편하다. 어라운드 뷰 모니터도 품고 있어 주차할 때도 든든하다.

사실 티구안이 완전히 새로운 모델은 아니다. 글로벌 시장에선 2년 전에 출시됐다. 하지만 국내엔 폴크스바겐 디젤 게이트 때문에 출시가 미뤄졌다. 2년 남짓 국내에서 차를 팔지 못했으니 딜러들이 애가 탈 만도 하다. 그래서 프로모션도 화끈하다. 찻값에서 기본으로 8%는 할인한다는 소문이다. 여기에 보증기간 연장이나 정비 바우처 등을 따지면 최대 14%를 할인받는 것과 같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게다가 36개월 무이자 할부 프로모션도 하고 있다. 이 정도면 사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다. 참, 값은 가장 아랫급이 3860만원, 사륜구동까지 챙긴 가장 윗급이 4750만원이다.

XC40은 티구안에 비하면 편의장비가 좀 부족하다. 메모리 시트만 해도 티구안은 운전석과 조수석에 세 가지 위치를 저장할 수 있는데 XC40은 운전석에만 메모리 기능 두 가지가 있다. 트렁크에 뒤 시트 등받이를 접을 수 있는 레버도 티구안에는 있지만, XC40에는 없다. 

1세대 모델에 비해 고급스러워진 티구안의 실내. 사진 폴크스바겐
1세대 모델에 비해 고급스러워진 티구안의 실내. 사진 폴크스바겐

하지만 XC40의 실내가 좀 더 우아하다. 티구안은 너무 반듯하고 각이 져 있어 언뜻 무뚝뚝해 보이기도 하지만 XC40의 실내엔 따뜻한 기운이 감돈다. 곳곳에 숨은 수납 센스도 돋보인다. 조수석 글러브박스에 쇼핑백을 걸 수 있는 고리를 매달았는데 쓰지 않을 땐 글러브박스 안쪽으로 넣을 수 있다. 도어 포켓도 넉넉해 500㎖ 페트병이 쏙 들어간다. 센터콘솔은 또 어떻고! 티구안보다 두 배쯤 넉넉한 센터콘솔은 큼직한 티슈 상자도 거뜬히 삼킨다. XC40은 트렁크에도 쇼핑백을 걸 수 있는 고리를 마련했다. 운전석 아래에는 수첩이나 납작한 지갑 등을 넣을 수 있는 작은 서랍도 있다. R 디자인 모델은 특별히 주황색 펠트로 실내를 감쌌다. 눈이 화사해진다.

하지만 무엇보다 내 마음을 사로잡은 건 보닛 위쪽에 붙은 작은 스웨덴 국기다. 그 장식 하나가 XC40을 다섯 배쯤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국기 장식은 원래 디자이너가 의도했던 게 아니었다. 기자들을 위한 글로벌 시승행사 때 재미를 위해 붙인 건데 반응이 좋아 국내에서 열린 미디어 시승행사 때도 붙였다고 한다. 뒷자리가 티구안보다 조금 좁아도, 편의장비가 조금 부족해도 그 장식 하나면 다 용서될 듯하다. 그런데 국내엔 2.0ℓ 휘발유 모델만 들어와 있어 리터당 10.3㎞밖에 되지 않는 복합연비를 감내해야 한다는 게 마음에 걸린다(티구안은 2.0ℓ 디젤 엔진을 얹어 앞바퀴굴림 모델의 복합연비가 리터당 14㎞를 넘는다). R 디자인 모델의 값이 5000만원에서 120만원 빠지는 4880만원이라는 것도 부담이다.


내 마음에 쏙 드는 모델 없을 수도

컴패스는 두 모델에 비하면 실내가 좀 투박하다. 편의 장비도 부족하다. 하지만 잘생겼다. 지프라는 배지까지 붙어 있으니 어디라도 달릴 수 있을 것처럼 듬직하다. 컴패스는 지프 모델답게 사륜구동 시스템을 기본으로 얹고 있다. 기어 레버 옆에는 오토(auto)와 눈길(snow), 모래(sand), 진흙(mud), 네 가지 지형을 선택할 수 있는 셀렉 트레인 다이얼을 챙겼다(티구안은 4750만원짜리 사륜구동 모델에만 이 기능이 있고, XC40에는 이 기능이 없다). 눈길을 끄는 건 센터 디퍼렌셜을 잠글 수 있는 4WD 로크(Lock) 기능이다. 진흙구덩이나 눈길 등에서 뒷바퀴가 헛돌 때 이 버튼을 누르면 앞바퀴로만 동력이 전달돼 빠져나올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컴패스도 휘발유 모델만 국내에 먼저 출시됐다. 복합연비가 리터당 9.3㎞로 셋 중 가장 나쁘다. 값은 아랫급의 론지튜드가 3990만원, 윗급의 리미티드가 4340만원이다.

“무난하게 탈, 만만한 SUV를 원한다면 티구안을, 우아하고 세련된 인테리어가 1순위라면 XC40을, 듬직한 SUV를 원한다면 컴패스를 고르는 게 좋을 듯해. 참, 티구안은 흰색 프레스티지 모델만 아니면 빨리 받을 수 있대. XC40은 다섯 달 이상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가 있어.” 남편에게 이렇게 말했다. 과연 사모님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 설마 이것저것 따지다 싼타페로 급선회한 건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