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 BMW 서비스센터에 차량들이안전점검을 받기위해 줄 서 기다리고 있다. 사진 조선일보 db
서울 영등포 BMW 서비스센터에 차량들이안전점검을 받기위해 줄 서 기다리고 있다. 사진 조선일보 db

입추와 말복이 지난 여름을 돌이켜보면 주변에서 가장 뜨겁게 달아올랐던 것은 사상 최악의 불볕더위만은 아니었다. 보다 더 주목받은 것은 BMW 디젤 엔진의 화재로 인한 리콜이다. 무엇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네 가지로 정리해 봤다.


1│ 왜 자동차에 불이 나는가
자동차 화재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연료를 포함한 가연성 액체에 의한 화재와 차에 쓰이는 여러 전기장치에서 기인한 불이다. 일단 불꽃이 만들어지고 화재가 발생하면, 차 안에 있는 플라스틱 부품과 내장재는 모두 탈 수 있는 땔감이 된다. 애당초 내연기관 자동차는 불을 이용해 달리는 기계다. 엔진 실린더에서 ‘제어된 폭발’을 일으켜 만들어진 힘으로 달리고 에어컨을 돌리며 전기도 만든다. 엔진을 돌리기 위한 연료는 당연히 가연성이고 엔진오일을 비롯해 많은 가연성 액체를 싣고 달리는 것이 자동차다. 이런 액체들이 새어 나와 뜨겁게 달궈진 배기관과 만나면 불이 난다.

전기도 그렇다. 차에서 발생하는 진동 때문에 배선 피복이 벗겨지거나 누전이 생겼을 경우, 화재 가능성이 커진다. 엔진이 아니라 배터리로 달리는 전기자동차도 마찬가지다. 과거 스마트폰 배터리의 발열과 이로 인한 화재 사고를 생각하면, 충전과 방전을 반복하는 배터리를 사용하는 전기차가 안전할 수는 없다. 화재 위험은 있지만 어떻게 잘 제어하느냐 문제다.

현재 ‘주행 중 화재 발생 가능성’에 의해 리콜을 진행하고 있는 차는 국산차를 포함해 어림잡아 150만 대가 넘는다. 실제로 매년 4000대 이상의 차에서 화재가 발생한다.


2│ BMW 화재는 왜 최근에 더 늘어났는가
사실 이번 BMW 건은 위에 언급한 자동차 화재와는 거리가 있다. 디젤 엔진에서 만들어지는 배출가스 중 연소실 온도가 높을 때 발생하는 질소산화물(NOx)이라는 게 있다. 이를 제어하기 위해선 연소가 끝나 산소 함량이 매우 적은 배출가스를 다시 엔진에 넣어줘야 한다. 이때 배출가스 양과 시간을 조절하는 것이 EGR(배출가스 재순환장치)이다. 여기에는 뜨거운 배출가스를 식히는 쿨러가 있는데, 이 부분에 문제가 생기면 고온의 배출가스가 그대로 플라스틱으로 된 흡기관으로 흘러간다. 여기에 쌓여 있는 카본 찌꺼기나 EGR에서 샌 냉각수에 포함된 글리콜 성분에서 불이 시작된다. 결국 배출가스 제어장치 결함으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여름철 들어 화재가 집중된 것은 뜨거워진 날씨 탓도 있다. 기본적으로 열이 발생하는 차의 엔진은 냉각이 중요한데, 만약 주변 공기가 뜨겁다면 쉽게 식지 않아 쌓여 있는 열로 인한 발화 가능성이 있다. 또 연소를 위해 빨아들이는 공기가 뜨겁다면 역시 연소 온도가 올라간다. 주행 중에 문제가 누적됐지만, 뜨거운 여름철에 EGR은 더 많이 작동하고 열기는 빠져나가지 못해 화재로 이어졌다는 것도 일리가 있다.


3│ 리콜하면 안전한가
이번 BMW 리콜 대상은 배기량 2L(리터) 이상의 디젤 엔진을 얹은 차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출력이 높은, 특정한 모델들이다. 대상 차량은 10만6000대다. 이 중에서도 320d와 520d가 7만3000여 대로 상당수를 차지한다. 그렇다고 모든 BMW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우선 차 뒤 모델명에 붙은 영어 소문자가 ‘d’인지 ‘i’인지를 보면 된다. i라면 가솔린 엔진이나 혹은 전기차여서 리콜 대상이 아니다. 또 안전점검을 받은 차는 룸미러나 앞 유리 등에 ‘점검 완료’ 스티커가 붙어 있어 구별할 수 있다. 우선 현재까지 화재는 모두 주행 중 혹은 주행을 마친 직후에 발생했다. 주차장에 며칠씩 서 있는 차를 ‘불이 날지 모르니 다른 곳으로 옮길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우선 7월 말 발표한 리콜 계획에 따르면 8월 15일까지 진행한 것은 안전 점검이다. 리콜 대상 차들을 공식 서비스센터로 불러 차 상태를 확인해 화재 가능성이 큰 차를 선별적으로 찾아내고 8월 20일부터 부품 교체를 시작했다. 당장이라도 부품을 모두 교환하면 좋겠지만 해당 부품의 생산과 국내 도착은 물론 부품 교체에 필요한 인력과 시간 등,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안전과 관련해서는 같은 엔진을 얹은 차라도 2017년 이후에 제작됐다면 리콜 대상이 아니다. 바꿔 말하면 나중에 만들어진 차에 쓰인 부품은 문제없다는 뜻이다. 모든 공산품은 출시 후 조금씩 개선 과정을 거친다. 그게 소프트웨어(프로그램 업데이트)건 하드웨어건 종류는 다르지만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다. 

교체 후 배출가스 양이나 엔진 출력, 화재 위험 등에 대해 검증이 필요하고, 리콜 과정에서 은폐 등이 있었다면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우선 당장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현재의 위험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차주들이 가능한 한 빨리 리콜을 받는 것이 최선이다. 물론 불편함에 따른 보상은 그 이후에 반드시 진행돼야 할 것이다.


4│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있었다면 달랐을 것이다?
이번 일이 벌어지면서 해외, 특히 미국 사례를 들어 징벌적 손해배상에 대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고객을 무서워하지 않는 기업의 특성 때문에 문제가 더 커졌다는 말인데, 일견 일리가 있다. 특히 기업의 입장을 우선했던, 그래서 상대적으로 소비자 보호는 뒷전이었던 시절의 잔재이자 적폐다. 의도적이고 악질적인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확실한 징벌과 배상이 있어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런데도 큰 기업이 망했을 경우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크기에 제도를 도입하되 연착륙할 수 있는 조율은 필요하다.

그리고 이는 모든 산업군과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물리적으로 움직이는 기계는 물론 글과 영상처럼 콘텐츠를 만드는 곳이 그렇다. 잘못된 정보와 왜곡된 시선은 잘못 만든 물건만큼이나 위험하다. 만약 틀어진 관점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매긴다면 어떨까. 과연 지금처럼 ‘아님 말고’식의 기사들이 쏟아질 수 있었을까.

이번 BMW 리콜은 사회적으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물론 ‘BMW’라는 기업이 일으킨 문제이기에 해결책과 처벌이 뒤따라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도 정부의 정책, 기업의 행동 양식은 물론 일부 언론의 전달 방법과 수준까지 온갖 문제점들이 드러났다는 점에서 또 다른 의미가 있다. 현대 사회가 유지되는 동안 이런 종류의 문제는 언제나 또 발생할 수 있다. 미래에는 원인과 결과에 집중하고 빠르게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프로세스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