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는 직원을 가족이 아니라 ‘스포츠 팀’처럼 대한다. 최고 실력의 인재만 모아 최상의 대우를 해주는 대신 그에 상응하는 솔직한 피드백과 기여를 요구한다.
넷플릭스는 직원을 가족이 아니라 ‘스포츠 팀’처럼 대한다. 최고 실력의 인재만 모아 최상의 대우를 해주는 대신 그에 상응하는 솔직한 피드백과 기여를 요구한다.

파워풀
패티 맥코드|허란·추가영 옮김|한경BP
1만5000원|252쪽|8월 1일 출간

2009년 ‘넷플릭스의 자유와 책임의 문화 가이드’라는 제목의 125쪽짜리 파워포인트(PPT) 자료가 온라인에 공개됐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가 공개한 내부 문서였다. 문서에는 ‘넷플릭스가 어떻게 일하는지’ ‘어떤 사람들이 일하는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었다. 이 문서는 공개된 이후 1800만 명이 봤으며, 현재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지침이 됐다.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실리콘밸리 역사상 가장 중요한 문서”라고 평가했다.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구글 등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넷플릭스의 비결은 무엇일까. 넷플릭스의 내부 문서를 만든 핵심 인물인 패티 맥코드 넷플릭스 전 최고인재책임자(CTO·Chief Talent Officer)가 쓴 넷플릭스 기업철학의 정수 ‘파워풀’이 번역 출간됐다. 그는 강연이나 컨설팅을 하면서 ‘이 문서를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저자는 매우 직설적인 언어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직원, 어른으로 대하면 어른처럼 행동

넷플릭스는 스포츠 팀을 꾸리듯 직원을 채용하고 팀을 구성한다. 각 포지션을 최고의 선수들로 채우는 것이다. 적당한 성과만 내는 평범한 직원은 퇴출시킨다. 과거에 크게 이바지했더라도 현재 최적의 인재가 아니라면 회사는 가차 없이 이별을 택한다. 

최고의 인재를 최적의 자리에 앉혔다면, 넷플릭스는 이제 그들이 맘껏 일할 수 있도록 자유를 준다. 휴가나 출장, 각종 경비 정책도 없앴다. 수년째 직원들의 일에 걸리적거릴 만한 각종 정책과 절차를 찾아 없애고 있는 것도 이런 노력의 일환이다. 저자는 회사가 직원을 어른으로 대한다면, 직원도 어른으로서 자유를 남용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회사가 무엇에 도전하고 있는지, 현재 어느 단계에 있는지 등을 수시로 직원에게 알려주고 ‘극도의 솔직함’으로 피드백을 받으라는 조언도 인상적이다. 넷플릭스가 시리즈물의 에피소드를 한 편씩 내놓는 것이 아니라 시리즈 전체를 한꺼번에 공개하는 ‘전 회차 공개 방식’을 택하고 이를 통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신입사원 직원 교육에서 회사의 콘텐츠 배급 방식에 “바보 같아 보이는데요”라고 비판한 한 직원의 지적이 있어 가능했다. 경영진들은 관행적인 콘텐츠 배급 방식이 왜 바보 같은지 고민했고, 그 결과 전 회차 공개 방식을 도입할 수 있었다. 주요 경영진만 회사의 목표와 비전을 공유하고, 의사 결정하는 한국의 많은 기업, 조직에 도전이 될 만한 내용이다. 특히 ‘어차피 말해 봐야 바뀔 것도 없을 텐데’ 하는 마음으로 직원을 벙어리로 만드는 ‘벽’ 같은 리더에게도 생각할 거리를 준다.


실무자가 쓴 환율 교양서
경제의 99%는 환율이다
백석현|메이트북스
1만5000원|288쪽|6월 15일 출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미·중 무역전쟁 등 굵직한 경제 현안이 있을 때마다 외환시장은 출렁인다. 한 나라의 화폐와 다른 나라 화폐의 ‘교환 비율’을 뜻하는 환율이 크게 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신흥국으로 흘러들어갔던 자금이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면서 달러화는 강세, 신흥국의 통화 가치는 약세를 각각 보이는 식이다. 이 점에서 환율은 굵직한 경제 현안을 이해하고, 힘(자금)이 어디로 쏠리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핵심 지표다. 

2011년부터 신한은행에서 환율 전문 이코노미스트로 재직 중인 저자는 경제학 교과서에 등장할 법한 딱딱한 설명 대신 외환시장에서 직접 경험한 사례 등을 곁들여 환율과 외환시장의 원리를 소개한다. 여기에는 환율의 기초 이론, 이를테면 환율이 오르고 내릴 때 통화가치는 올라가는지 내려가는지, 왜 시장이 미 달러화를 중심으로 돌아가는지와 같은 기본 중의 기본도 담겼다. 시장 환율이 이론대로 움직이지 않는 이유, 외환시장에서 ‘보이지 않는 손’으로 군림하고 있는 주요국 중앙은행의 움직임 등도 생생하게 설명한다. 환율의 역사와 국제 정치까지 아우르는 저자의 통찰력이 돋보인다.


살아 있는 박완서의 목소리
박완서의 말
박완서|마음산책
1만5000원|200쪽|7월 25일 출간

“문학은 본질적으로 억압받는다든가 서러운 계층에 애정을 쏟게 되는 게 당연한 것 아니겠어요. 내 경우 여자이기 때문에 태어나면서부터 당하게 되는 경험 이전의 문제의식이 없을 수 없지요.”

‘여성 문학의 대부’로 불리는 소설가 박완서는 여성 문제에 관해 다룬 책 ‘살아 있는 날의 시작’에 관해 이렇게 말한다. 그는 여자가 당하는 불평등과 모순에 늘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으면서도 이에 사로잡힌 나머지 소설적 재미를 잃어버리는 것을 경계했다. 문학적 지론은 물론이고 신(新)여성이기를 바란 어머니에게 이끌려 시작한 서울 생활, 전쟁 때문에 중단해야 했던 대학 생활, 여자와 어머니 사이에서 느꼈던 모순, TV 드라마 원작자로서 난처했던 에피소드 등 크고 작은 주제에 관해 그의 목소리를 담은 인터뷰집이다. 2011년 1월 고인이 된 그의 목소리는 1990년부터 1998년까지 시인 고정희, 문학평론가 정효구, 소설가 공지영 등이 인터뷰어로 나서 진행된 일곱 편의 대담을 엮어 완성됐다. 인터뷰어의 노련함에 박완서의 솔직하고 속 깊은 생각이 이어진다. 그의 말을 그대로 싣고 있어 ‘살아있는 박완서의 말’을 듣는 듯한 느낌이다.


美 심장부로 가는 10만 마일 여행기
우리 도시들
제임스 팰로스·데보라 팰로스|판테온
28.95달러|432쪽|5월 8일 출간

미국의 월간지 ‘애틀랜틱’ 편집장이었던 제임스 팰로스는 아내 데보라 팰로스와 함께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재선 직전인 2012년부터 2017년 초까지 5년 여간 경비행기를 타고 미국 도시 곳곳을 여행했다. 로스앤젤레스나 뉴욕, 애틀랜타, 시카고처럼 미국의 주요 도시가 아니라 미시간주 홀랜드나 펜실베이니아주 앨런타운, 웨스트버지니아주 찰스턴 같은 29개 소도시가 팰로스 부부의 목적지였다.

부부는 도시에 내릴 때마다 제일 먼저 지역 신문사를 찾아 관계자들을 만났고, 그들은 열정적으로 지역의 발전상에 대해 설명해줬다. 부부는 각 지역의 도서관과 YMCA에 들러 각종 데이터를 수집하는가 하면, 향토 맥주 양조장을 방문해 각 지역민과 만나 시시껄렁한 지역 자부심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이를 통해 부부는 미국의 각 지역은 국민이 상상하는 이상으로 여러 면에서 매우 잘 자생하고 있다고, 그래서 미국에 희망이 있다고 말한다.

다만, 여행 기록처럼 써내려간 책 중간중간에 다양한 데이터 등이 혼재돼 있어 읽는 재미를 약간 떨어뜨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