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전산이 인수한 부실 기업을 단 1년 만에 흑자 기업으로 변화시킬 수 있었던 데는 나가모리 시게노부 회장의 독한 실행력이 작용했다. 사진 블룸버그
일본전산이 인수한 부실 기업을 단 1년 만에 흑자 기업으로 변화시킬 수 있었던 데는 나가모리 시게노부 회장의 독한 실행력이 작용했다. 사진 블룸버그

일본전산의 독한 경영 수업
가와가쓰 노리아키|김윤경 옮김|더퀘스트
1만5800원|264쪽|8월 8일 출간

‘8월을 흑자로 돌려라!’

1998년 일본전산이 인수·합병(M&A)한 시바우라(芝浦)제작소(현 일본전산시바우라) 재건을 맡은 저자에게 나가모리 시게노부(永守重信) 회장으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팩스 한 통이 도착한다. 8월은 에어컨용 모터를 주력으로 만드는 시바우라의 매출이 가장 낮은 시기다. 한 달만 참으면 바람이 부는 가을이라는 인식 탓에 에어컨 판매가 급감하기 때문이다.

나가모리 회장의 주문은 ‘가장 적자가 큰 8월을 흑자로 돌려야 다른 달도 흑자로 전환할 수 있다’는 메시지였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저자는 직접 발로 뛰었다. 편의점 중에 자동문이 설치돼 있지 않은 점포를 찾아 자동문용 모터를 팔았다. 새로 여는 극장 정보를 입수하면 무대막 개폐용 모터를 판매하기 위해 한달음에 달려갔다. 주력 제품이 아니었기에 단발성 매출이기는 했지만, 8월을 흑자로 돌릴 수 있었다. 위기의 달을 이겨내자 다달이 매출이 늘고 흑자 폭도 커졌다.

저자는 매우 구체적인 실행 지침을 받는다. 이를테면 ‘영업 담당자 한 명당 거래처 방문 건수를 월 100건으로 해라’ ‘전표는 빠짐없이 들여다봐라’ 같은 것들이다. 시바우라 직원들이 월평균 거래처를 찾는 횟수는 20~30번 정도였다. 100번을 채우기 위해서는 직원들이 최대 다섯 배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다. 이 목표치를 달성하는 순간, 시바우라의 매출이 두 배나 뛰었다.

재건 담당 임원에게 전표를 낱낱이 살피라는 지시는 지나치다는 느낌마저 든다. 그러나 비용 절감이 시급한, 위기의 적자 회사의 경우 비용을 하나하나 파악해야 새나가는 비용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고 나가모리 회장은 말하고 있다. ‘경비는 매출액 1억엔(약 10억원)당 500만엔(약 5000만원)이 안 되게 해라’ ‘순이익은 주(週)별로 관리해라’ 같은 주문 역시 빠른 시간 내 성공적인 재건을 위해 불가피한 지침이다.


전표 낱낱이 파악해야 비용 절감

1973년 직원 3명으로 시작한 일본전산은 45년 만에 계열사 140개, 직원 13만 명을 거느린 매출 12조원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무려 50개가 넘는 기업을 M&A했다. 나가모리 회장은 단 한 곳의 예외도 없이 1년 이내에 적자 인수 회사를 흑자로 돌려놨다. 그의 지독한 경영 철학과 실행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일본전산 인수 회사의 재건을 담당하는 임원으로 스카우트돼 나가모리 회장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저자는 죽은 회사를 살려내는 마법 같은 그의 철학 마흔두 가지를 소개한다. 저자는 각 철학에 담긴 나가모리 회장의 뜻, 그 의중을 몰라 고전했던 에피소드 등 나가모리 사장의 철저한 경영 철학을 전하고 있다.


페미니즘으로 바라본 여성의 몸
진짜 페미니스트는 없다
이라영|동녘
1만5000원|240쪽|7월 30일 출간

한 중년 남성이 말했다. 자식들이 빨리 ‘손주 안겨줄 여자’를 데려왔으면 좋겠다고, 빨리 안 데려오면 자기 마음에 드는 처자를 골라 결혼시키겠다고. ‘손주 안겨줄 여자’라는 표현이 거의 아무런 문제없이 일상에서 널리 쓰인다. 결혼식 축사에서도 여성은 빨리 다음 세대를 낳으라고 재촉받는다. 이를 두고 예술사회학자인 저자는 ‘인간의 먹을거리를 위해 학대받는 축사의 암컷 가축들 같다’고 말한다.

성 평등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하지만, 저자의 눈에 여성의 현실은 여전히 참담하다. 여성은 ‘공간’에서도 주인이 되지 못한다. 이를테면 성추행을 당한 피해 여성들이 ‘왜 거기에 혼자’ 있었냐고 추궁받는 식이다. 여성의 공간은 ‘직장-가정’ 2교대 노동으로 점철돼 있다.

저마다의 기준에 따라 ‘진정한 페미니즘을 모른다’고 훈계하는 여느 페미니즘 책과 다르다. 저자는 너무 일상적으로 퍼져 있어 당하는 여성조차 폭력인지 모르고 있는 불편한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끄집어낸다. 진짜 페미니즘이 무엇인가를 운운하는 것보다 이런 논의가 계속돼야 사회의식을 바꿀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알고 마시면 더 맛있다
유럽 맥주 여행
백경학|글항아리
1만6000원|308쪽|8월 24일 출간

기원전 1800년 무렵 만들어진 점토판에 인류 최초의 맥주 제조법이 새겨져 있다. 도시국가였던 로마를 세계적인 제국으로 이끈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갈리아 전기’에 “켈트인(갈리아 지방 원주민)은 오크나무로 만든 둥근 통에 든 보리로 만든 이상한 술을 즐긴다”고 기록했다. 맥주는 중세 게르만 시대를 거치면서 대중적인 술로 변하게 된다. 맥주를 널리 보급한 사람은 서유럽 대부분 지역을 정복해 정치·종교적 통일을 이뤄낸 신성로마제국의 카롤루스(742~814년) 대제였다. 평소 술을 즐기지 않았던 그는 전쟁터에서만큼은 맥주가 담긴 오크통을 가지고 다녔다.

톡 쏘는 라거맥주의 기원은 중세 유럽 상인 연합체인 한자동맹 상인들이 ‘홉(hop)’을 넣고 발효 방식을 바꿔 보존성을 높인 데서 기원한다. 19세기 초에는 현재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는 흑맥주 ‘기네스’가 탄생했다. 영국이 아일랜드에 막대한 양조세를 부과하자 이를 피하기 위해 맥아(麥芽) 대신 볶은 보리를 사용, 탄 맛이 나는 맥주를 만든 것이다. 일간지 기자를 거쳐 국내에서 처음으로 하우스 맥줏집 ‘옥토버훼스터’를 창업한 저자가 풀어내는 맥주사가 술술 읽힌다.


임시직은 어떻게 뉴노멀이 됐을까
템프
루이 하이먼|펭귄랜덤하우스
28달러|400쪽|8월 21일 출간

일회성 프로젝트를 위해 한시적으로 계약하는 고용 형태인 ‘긱 이코노미(Gig Economy)’가 널리 확산하면서 관련 책도 쏟아지고 있다. ‘템프(Temp·임시직)’는 긱 이코노미의 성공담이나 기회보다 일시적인 노동 시장이 어떻게 성장했는지에 주목한다. 1948년 긱 이코노미의 실현을 일찌감치 예견했던 사람이 있었다. 당시 임시직 직업소개소 ‘맨파워그룹’을 공동 창업한 엘머 윈터였다. 하지만 엘머가 맨파워를 창업한 1950년대만 하더라도 미국 노동 시장의 가장 중요한 화두는 ‘안정적 일자리’였다. 윈터의 이상은 1980년대가 돼서야 기업들의 잇단 구조조정으로 본격화된다. 대기업이 ‘시장주의’를 우선시하기 시작한 것이다. 기업은 이를 위해 직원을 감원했고, 이 자리에 능력 있는 계약직 임원을 앉혔다. 이런 시대적 흐름은 맨파워그룹이 세계적인 헤드헌팅 회사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이 됐다.

미국 코넬대 산업노동학과 교수인 저자는 기술 변화가 노동 시장의 변화를 주도했다는 시각이 잘못됐다고도 주장한다. 우버·에어비앤비 같은 서비스를 통해 긱 이코노미가 활성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 같은 변화를 선택한 것은 인간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