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보다 길고 날씬해 보이는 푸조 5008 GT. 사진 한불모터스
실제보다 길고 날씬해 보이는 푸조 5008 GT. 사진 한불모터스

많은 사람에게 ‘수입차’라는 단어에서 연상되는 브랜드를 말하라고 하면 대부분 독일 차 이름을 댄다. 일부에선 일본 브랜드인 도요타·혼다·닛산을, 유럽 브랜드 중에는 영국 회사인 재규어 혹은 이탈리아의 피아트나 스웨덴의 볼보를 말한다.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미국의 지프와 랜드로버를 이야기한다. 그중에서 프랑스 회사인 푸조나 시트로엥을 언급하는 경우는 드물다. 1979년부터 기아자동차가 라이선스 생산이라는 방법으로 국내에 공식 판매했던 푸조 604까지 돌아가면 무려 39년이 된 브랜드인데도 말이다. 2003년부터 현재의 수입원인 한불모터스가 판매를 시작한 이후 수입 디젤 시장이 커지기 전인 2005년부터 푸조는 HDi라는 커먼레일 디젤 엔진으로 수입차 판매 10위 안쪽에 이름을 올렸던 적도 여러 번 있었다. 과거를 모른다면 지금 떠오르는 푸조의 SUV들이 낯설지도 모른다.


소형차에 SUV 더해지며 판매 증가

푸조는 올해 들어 월평균 판매 대수 400대를 넘기며 지프보다 적지만 재규어보다 많이 팔리고 있다. 소형차가 가장 많이 팔리는 프랑스 브랜드답게 해치백과 소형차 중심이던 과거의 라인업에 SUV들이 더해지면서 판매량이 치솟고 있다. 512대가 등록돼 국내 진출 이래 최대 판매량을 기록한 지난 8월의 판매 비중을 봐도 콤팩트급인 2008과 준중형급인 3008, 중형급 5008의 판매량을 합치면 모두 477대로 전체 판매 대수 중 93%가 SUV다. 가격대도 넓다. 막내인 2008 기본형인 알뤼르 모델 3070만원부터 가장 윗급인 5008의 GT 모델 5390만원까지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다.

이번에 시승한 차는 그중에서 가장 크고 고급스러운 5008 GT다. 크다고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유럽 기준으로, 차체 길이는 4640㎜, 높이는 1650㎜로 현대차 투싼보다는 크고 싼타페에는 못 미치는 크기다. 국산차지만 유럽 현지에서 경쟁하는 르노삼성 QM6의 길이 4675㎜, 높이 1680㎜와 거의 비슷하다. 반면 너비는 조금 독특한데 5008은 1860㎜로 QM6의 1845㎜보다는 넓고 싼타페의 1890㎜보다는 좁다. 유럽에서는 브랜드의 플래그십 SUV이지만 국내 기준으로 보면 중형 SUV급에 속한다.

그런데 차를 실제로 만나면 제원상 짧은 QM6보다는 물론 싼타페와 비교해도 길고 날씬해 보인다. 이는 디자인의 차이다. 보닛부터 창문 아래로 이어지는 선이 직선으로 쭉 뻗은 데다 그에 맞춰 지붕선이 거의 직선이다. 지붕과 차체를 잇는 필러를 모두 검은색으로 처리한 것은 단순하지만 일체감을 준다. 더욱이나 앞 범퍼 아래부터 도어를 거쳐 뒤 범퍼까지, 차 아래쪽에도 검은색의 보호 패널이 이어진다. 컬러가 들어간 중간 차체 부분을 위아래에서 검은색으로 나누다 보니 차체가 실제보다 더 길어 보이는 것이다.

앞면에서 재미있는 것은 앞 번호판이 달려있는 부분이다. 아예 범퍼 안쪽에 공간을 별도로 뒀다. 차를 옆에서 볼 때 번호판과 보호대가 앞으로 툭 튀어나왔지만 디자인을 망치는 일 없이 깔끔하다. 차 뒤쪽은 푸조 SUV 패밀리에 쓰이는, 사자 발톱을 형상화해 3개의 포인트가 있는 LED 제동등을 검은색 패널로 연결했다. 역시 아래쪽 범퍼의 검은색과 함께 잘 정돈된 모습이다.

5008에서 가장 낯설고 특이한 것은 실내다. 세상 어느 차도 닮지 않은, 개성으로 가득하다. 대시보드에서 떨어진 분리형 센터페시아(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조종 패널) 모니터와 그 아래 가지런히 놓인 스위치는 별다를 것이 없다.

반면 일반적인 자동차처럼 운전대의 림(둥근 테)과 스포크 사이로 계기반을 보는 것이 아니라 아예 운전대 너머에 계기반이 있다. 그렇다고 대시보드 전체가 높은 것은 아니다. 운전 자세를 바꿔도 운전대가 계기반을 가리는 일 없이 시원하게 보인다. 게다가 완전 전자식이라 계기반을 다양한 형태로 바꿀 수도 있다. 다른 정보는 모두 지우고 속도계만 띄우는 것부터 구릿빛의 화려한 원통이 회전하는 모습까지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변경이 가능하다. 심지어 계기반 전체의 컬러를 파란색으로 바꾸는 것도 되는데, 여름과 겨울 등 계절에 따라 시원함과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

푸조 5008은 3열 시트를 갖춘 7인승이다. 성인이 편하게 탈 공간은 아니지만 3개의 시트가 독립적으로 달린 2열 덕분에 타고 내리는 것은 어렵지 않다. 2열 시트가 독립식인 5008은 3개의 유아용 안전 장비를 고정하는 것이 가능해 활용성은 더 높다.


푸조 5008 GT의 독특한 실내 디자인. 사진 한불모터스
푸조 5008 GT의 독특한 실내 디자인. 사진 한불모터스

부드러운 승차감 특징

실제로 7명이 타지 않을 때 3열 시트는 완전히 평평하게 접힌다. 네모반듯한 차체 디자인 덕에 3열 시트를 접은 상태에서도 트렁크는 962ℓ 용량으로 넉넉하고, 2열까지 접으면 2150ℓ까지 늘어나 말 그대로 광활한 공간이 펼쳐진다. 바닥이 높지 않아 물건을 싣고 내리기 편한 것은 덤.

기본형인 알뤼르와 여러 옵션이 더해진 GT라인 트림은 배기량 1560cc, 120마력 엔진이 달렸지만 GT는 1997cc에 180마력의 4기통 디젤 엔진이 탑재됐다. 6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려 앞바퀴를 굴리는데, 복합 공인 연비는 12.9km/ℓ, 고속도로에서는 14.2km/ℓ까지 올라가 장거리 주행에서 빛을 발한다. 시승은 밀리는 토요일 오후에 서울에서 출발해 전라남도 영암에 갔다가 일요일 저녁에 다시 돌아오는 장거리 주행이었다. 주말 수도권의 차량 정체까지를 포함해 실제 연비는 13.7㎞/ℓ로 거의 900㎞에 달하는 거리를 5만원 정도만 추가 주유하고 다녀올 수 있었다. 중형급 SUV 중에서는 뛰어난 쪽에 속한다.

달리는 느낌은 부드럽다. 단단하지만 부드러운, 상반되는 단어지만 프랑스 차 특유의 서스펜션 덕분이다. 고양이가 사뿐사뿐 걷는 것처럼 부드럽지만 바퀴가 노면에서 미끄러지는 일 없이 단단하게 움켜쥔다. 유럽 브랜드 중에 기본적으로 단단함을 넘어 딱딱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독일 차와는 확연히 다르고, 찰랑찰랑 흔들리지만 매끈하게 달리는 영국 차와도 같지 않다. 수입차 중에서 승차감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면 푸조와 같은 프랑스 차를 고민해볼 이유다. 4시간이 넘는 장거리 주행에서 피로도를 낮추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여기에 요즘 많이 쓰이는 첨단 운전자 보조 기능(ADAS)도 충실하다. 시속 40㎞부터 작동을 시작해 앞차와의 거리까지 자동으로 조절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차를 완전히 멈추는 것까지 제어한다. 차선 이탈 방지 시스템이나 보행자까지 감지하는 충돌 경고등이 포함돼 있다.

이동희 자동차 칼럼니스트·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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