옌스 바이드너 박사는 ‘순진한 몽상가가 아닌 현실 감각을 겸비한 낙관주의자’를 ‘지적인 낙관주의자’라고 정의했다. 사진 옌스 바이드너
옌스 바이드너 박사는 ‘순진한 몽상가가 아닌 현실 감각을 겸비한 낙관주의자’를 ‘지적인 낙관주의자’라고 정의했다. 사진 옌스 바이드너

수렵·채집 시대를 지나 지금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인간을 움직이는 두 가지 힘은 내일에 대한 공포 아니면 내일에 대한 기대다. 만약 지금 당신이 삶의 태도를 선택할 수 있다면 내일을 기대하는 낙관주의자가 될 것인가, 두려워하는 비관주의자가 될 것인가. 선택을 돕기 위해 독일 함부르크대의 심리학 전문가이자 낙관주의자인 옌스 바이드너(Jens Weidner) 박사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그는 “미래를 위한 기회는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낙관적 중간을 찾는 사고의 틀을 만드는 데 달렸다”고 주장하며 진화된 낙관주의 인간형으로 ‘호모 옵티미스티쿠스’를 제시했다. 이 독일 낙관주의 학자가 제시한 낙관주의에 대한 가장 흥미로운 팁은 ‘평균 이상 효과(Above-Average-Effect)’다. 평균 이상 효과란 ‘자신을 평균보다 훌륭하다고 생각해 사회생활에서 상처를 덜 받는 삶의 태도’를 말한다. 설사 ‘인지 왜곡’일지라도 평균 이상 효과로 무장한 낙관주의자는 그 어떤 비난에도 쉽사리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

최악의 가정으로 최소 행복을 누리는 방어적 비관주의자에 대해서는 “불행을 피하는 데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게 목적이 아니라면, 굳이 자진해 심리적 비용을 치르며 비관주의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고 말하며 “사람들이 자신의 현재와 미래를 어둡게 얘기하는 건 자기방어적 습관일 뿐”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옌스 바이드너 박사는 독일 낙관주의자 클럽의 대표로, 최근 ‘지적인 낙관주의자’라는 책을 출간했으며, 오스트리아·스위스·미국·영국 등을 오가며 기업에서 추진력과 낙관주의를 강의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옌스 바이드너의 저서 ‘지적인 낙관주의자’.
옌스 바이드너의 저서 ‘지적인 낙관주의자’.

먼저 낙관주의란 무엇인가.
“낙관주의는 아직 현실화하지 않은 일을 좋은 방향으로 생각하는 태도이다. 중요한 건 ‘만사가 잘될 것’이란 막연한 느낌이 아니라 약속이다. 진정한 낙관주의자는 그 약속을 현실화하기 위해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찾는다.”

낙관주의로 얻을 수 있는 실질적 혜택은 무엇인가.
“유쾌한 기분과 높은 자존감, 긴 수명. 미국의 긍정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먼의 분석에 따르면 낙관주의자는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오래 살고, 평균적으로 더 많은 돈을 벌며, 더 크게 성공한다. 일례로 낙관주의자는 심각한 병에 걸려 수술하더라도 회복 속도가 훨씬 빠르다.”

자기방어적 비관론이 유익할 때도 있지 않나.
“기대가 적을수록 실망도 적을 것이란 논리인데, 그런 태도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작아지게 만든다. 실제로 그렇지 않던가? 불행을 피하는 데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게 목적이 아니라면, 굳이 자진해 심리적 비용을 치르며 비관주의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은 왜 자신의 현재와 미래를 어둡게 해석할까.
“재앙에 무방비 상태였던 원시 시대의 공포 감정이 남아 있어서다. 공포가 희망보다 생존에 유리했으니까. ‘잘 지내냐?’고 물으면 ‘죽지 못해 산다’고 엄살을 떤다. 하지만 사람들의 사회생활은 대부분 그들이 표현하는 것보다 낙관적으로 굴러간다. 개인사를 따져보면 가족과 친구들은 버팀목이 되어주고, 수입도 증가하고 있다. 낙관보다 비관을 택하는 건 일종의 자기방어적 습관이다.”

책에서 언급한 구조조정으로 해고당한 두 명의 사례가 인상적이었다. 낙관주의자와 비관주의자의 반응이 그토록 다르다는 데 놀랐다.
“실직보다 실직 이후가 더 중요하다. 낙관주의자였던 나딘은 실직이 자기 탓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곧 취직될 거라고 믿었다. 그는 여유 시간이 생기자 외모를 가꾸고 친구들과 깊은 관계를 맺었으며, 자녀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조깅을 시작했다. 바로 이런 활동이 생기를 불어넣고 새로운 기회를 만들었다. 비관주의자 카스덴은 실직이 자기 탓이고 재취업은 불가능할 거로 생각했다. 우울증과 부정적인 상상의 극단을 경험했다. 그는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았고 그에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지적인 낙관주의자가 될 수 있나.
“방법은 ‘심사숙고-결정-추진-비판 무시’의 4단계 프로세스를 충실하게 따르는 것이다. 독일이 제2차세계대전 이후 번영을 이룬 데는 이 지적인 낙관주의의 덕이 크다. 몇 단계를 거친다는 점에서 지적인 낙관주의는 미국식 긍정낙관주의와는 다르다. 위험을 인지한 상태에서도 기회를 포착하고 타당성을 검토한 후, 독일식 터보엔진으로 드라이브를 거는 식이다. 그리고 웬만한 역경에서도 멈추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 일상에서는 비관주의자가 좀 더 지적으로 보인다. 허점을 파고드는 독설가가 왜 그토록 매력적인가.
“비관론자들은 당신이 결코 배신당하거나 속임수에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을 거라는 환상을 심어준다. 독일도 과학이나 문화 전반을 포괄해 남들의 업적에 신랄한 의견을 내뱉는 ‘배드 마우스(bad mouth)’들의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다. 물론 나는 그런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없으면서 생산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반대로 낙관론자는 왜 과소평가되는 걸까.
“낙관론자는 종종 핵심 이슈를 꿰뚫어 볼 수 없는 순진한 이상주의자로 폄하된다. 하지만 진정한 낙관주의자는 이 모든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 어떤 생태적인 재앙과 전쟁을 치르지 않고도 세계는 지금보다 더 좋아질 수 있다. 그것은 망상이 아니라 상상의 능력이다. 왜냐하면 낙관론자는 세계를 더 나은 환경으로 만들기 위해 실제로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 낙관론자의 놀라운 능력 중 하나는 거대한 인내다.”

거대한 인내라.
“실제로 인류는 거대한 인내로 그만큼 보상을 받았다. 1990년 19억 명이던 극빈 인구가 7억 명으로 줄어들었고, 세계 인구에서 극빈층이 차지하는 비율이 47%에서 10%로 줄었다. 같은 기간 1000명당 아동 사망률도 90명에서 42명으로 줄었다. 금융위기에도 사람들은 예금을 지켰고, 독일은 분단 상황에서 결국 통일을 이뤄냈다. 믿기 어렵겠지만 세계는 점차 더 나아지고 있다.”

전 지구적인 테러와 지구 온난화에 대한 비관주의자의 경고는 백해무익한가.
“경고는 유의미하지만, 마치 세상의 종말이 올 것처럼 설교하는 건 백해무익하다. 그들은 단지 미래의 불행을 과장하고 매우 놀라 소리 지를 뿐이다. 과장되게 비극적인 정보는 국민의 행복 능력을 해친다. 반면 낙관주의자는 그 비극이 10년, 20년 후에 현실로 온다 해도 그것이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잠재력으로 기능할 거라고 상상한다. 공포에 손놓지 않고 가정과 일터에서 사소하더라도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심리학자 대니얼 골먼은 “자녀를 위해 한 가지 소원을 빌 수 있다면 낙관주의자가 되길 바라야 한다”고 말했다.
심리학자 대니얼 골먼은 “자녀를 위해 한 가지 소원을 빌 수 있다면 낙관주의자가 되길 바라야 한다”고 말했다.

유익한 비관론자도 있을 텐데.
“경제나 재난 분야에서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는 비관론자가 국가 안전에 더 유익하다. 경찰관, 세금 조사원, 검사 등은 모든 사람과 사건을 예외 없이 의심한다. 직업상 그들의 목표는 잘못을 조준해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당신이 제안한 ‘나를 평균 이상으로 생각하라’는 지침은 일종의 자기 최면이지만, 비관의 늪에서 벗어나는 데 꽤 효과가 있었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도 ‘평균 이상 효과’를 경험할 수 있을까.
“물론이다. 자존감이 낮아 매사 자신을 탓하고 자기 처벌과 비하를 일삼는 사람일수록 ‘평균 이상 효과’는 더욱 확실하다. 자신을 평균 이상으로 생각하면 상처를 덜 받는다. ‘나는 똑똑하고 체계적이고 공정하며 매력적이다.’ 물론 왜곡이다. 그러나 많은 비관주의자가 ‘실패는 내 탓이며 항상 반복된다’는 왜곡된 믿음을 갖고 있다. 생각을 바꾸라. ‘성공은 내 탓, 실패는 네 탓’이라는 사고방식은 (다른 사람에게 드러내지 않는 한) 자존감을 높이는 귀여운 속임수다. 인지적 자기 왜곡이지만 효과는 좋다. 낙관주의자 연구는 우리에게 약간의 과대망상을 권한다.”

아무리 낙관적인 사람에게도 시시때때로 걱정과 염려의 순간이 닥친다.
“나는 그럴 땐 내면의 독백을 한다. 머릿속에 비관론 하나를 적고, 그 생각을 보잘것없이 만들어줄 긍정적인 생각 다섯 가지를 쓰는 것이다. 또 하나의 방법은 내 주변으로 시야를 좁혀 익숙한 곳에서 안정감을 찾는 것이다. 내가 손에 쥐고 있는 자산, 내 방에 있는 재고는 안정감을 제공한다. 기후 변화로 지구가 뜨거워지고 디지털화로 내 직업이 사라질 거라는 전 지구적인 거대 담론은 예측이 힘들다. 정보와 자극을 덜어내라. 너무 많은 가능성 앞에 압도당하지 말고 ‘재고 파악=안정성=낙관주의’ 공식대로 행하라. ‘덜 쓰는 삶’이라는 간결한 답이 나올 것이다.”

‘자녀를 위해 한 가지 소원을 빌 수 있다면, 낙관주의자가 되길 바라야 한다’는 심리학자 대니얼 골먼의 말도 매우 인상적이다. 부모는 자녀에게 어떻게 낙관주의라는 유산을 물려줄 수 있나.
“아이들은 그들의 실제 외모와 능력보다 더 많은 칭찬을 받을 필요가 있다. 아이들이 성인이 돼 좌절을 겪을 때 어린 시절의 칭찬은 그들의 회복 탄력성에 큰 도움을 준다. 무엇보다 자긍심 가득한 눈으로 표현하는 부모의 사랑의 언어는 훗날 아이들에게 의지할 만한 보험이 될 것이다.”

본보기가 될 만한 우아한 낙관주의자를 한 명 소개해달라.
“최근에 아주 똑똑한 한국 여성과 결혼한 독일 정치인을 언급하고 싶다(웃음). 그의 이름은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전 총리다. 그는 독일이 유럽의 절름발이 오리라고 불리던 시절에 수상이 됐고, 독일은 그의 인내와 집요함 덕분에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국가 중 하나가 됐다. 독일은 지금 한국의 상황에 많은 부분 공감하고 있다. 그리고 머지않아 독일이 그랬듯이 한국이 고통스러운 분단 상황을 잘 해결할 거라고 믿는다.”

낙관주의자로서 당신은 삶에 만족하나.
“나는 늘 나를 행운아라고 생각했다. 지혜로운 아내와 훌륭한 두 자녀, 사려 깊은 사위, 좋아하는 일이 있고, 독일에서 가장 아름다운 함부르크에서 살고 있다. 그러나 내 생애의 모든 위대한 일들이 우연히 일어나진 않았다. 나는 그것을 목표로 열심히 일했고 수십 년간의 낙관주의적 태도가 그것에 크게 기여했다. 행복은 그저 생기는 게 아니다. 그것을 위해 우리는 무언가를 해야 한다. 나에겐 나만의 기도문이 있다. 기도문은 ‘우리 삶은 아름답고, 우리는 그것을 더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일해야 한다’이다.”

김지수 조선비즈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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