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에서 진행 중인 투자형 크라우드펀딩 중 북미 영화 ‘부탁 하나만 들어줘.’에 투자하는 채권. 12일 기준 이미 목표 금액 1억원을 달성했다. 사진 와디즈 캡처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에서 진행 중인 투자형 크라우드펀딩 중 북미 영화 ‘부탁 하나만 들어줘.’에 투자하는 채권. 12일 기준 이미 목표 금액 1억원을 달성했다. 사진 와디즈 캡처

로또의 기적은 이번 주에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번 생은 정말 틀려먹은 걸까. 집값은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세금도 그만큼 무거워지고 있지만, 저축예금의 금리는 여전히 2%대를 밑돌고 치킨집 창업도 만만치 않아졌다. 무려 112조원의 유령주식 배당사고를 낸 주식시장도 불안하다. 비트코인은, 글쎄. ‘존버(가격이 오를 때까지 버틴다는 뜻의 비속어)’와 ‘가즈아(가격이 계속 오르길 기원하는 뜻의 비속어)’를 부르짖던 개미들의 영혼이 모쪼록 안녕하기를 바랄 뿐. 대체 돈은 누가 버나. 서점에 깔린 그 많은 재테크 서적과 성공담은 전설 속 알라딘의 요술램프에 불과한 걸까.

크라우드펀딩의 신세계를 알게 된 건 올 초였다. 온라인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텀블벅’으로 대표되는 리워드형(보상형) 크라우드펀딩은 익숙했지만 보름 남짓한 짧은 시간에 수억원이 모집되는 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은 신기하기만 했다. 아직 크라우드펀딩을 접해보지 못한 사람을 위해 기본적인 설명을 하자면, 크라우드펀딩은 대중을 의미하는 ‘크라우드(Crowd)’와 자금 조달을 뜻하는 ‘펀딩(Funding)’을 조합한 것으로, 기업이나 개인이 불특정 다수의 소액 투자자로부터 사업 자금을 모으는 방식이다.

여러 사람으로부터 투자금을 모은 뒤 주식이나 채권을 발행해 수익금을 배분하는 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이 국내에 도입된 건 2년 전이다. 한국예탁결제원 크라우드넷에 따르면 현재까지 2만5000여 명의 투자자가 약 500억원을 투자했다. 과연 안전하긴 한 걸까. 이런저런 논란에도 시장은 계속 성장하는 추세다. 무엇보다 매력적인 건 자신이 흥미를 갖고 잘 아는 분야에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내가 주의 깊게 살펴보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경제 활동과는 거리가 멀다고 여겨온 취미·문화 생활도 크라우드펀딩에선 돈벌이가 될 수 있다니! 굳이 내 주머니를 열지 않아도 좋았다. 그저 홈페이지를 들락날락하며 매주 업데이트되는 펀딩 소식과 기업 정보를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최근의 트렌드를 읽는 데 도움이 됐다.

참여 방법은 간단하다. 일단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에서 현재 펀딩 진행 중인 프로젝트 중에 관심 있는 분야를 검색한다. 지난해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돌풍을 일으킨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너의 이름은.’처럼 좋아하는 감독이나 배우가 출연하는 영화에 투자할 수도 있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진행한 펀딩에서 5분 만에 모집 금액 5000만원을 달성한 이 영화는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이후 펀딩 금액을 200% 증액, 총 1억9000만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투자자들은 영화 관객 수에 따라 배당을 받는다. 예를 들어, 관객 수가 50만 명 미만이라면 기본 표면 금리 연 10%, 그 이상이라면 정산 시점의 최종 관객 수에 따라 추가 배당이 되는 식이다. 200만원을 투자했다면 관객 수 50만 명은 220만원(10%)이 되고, 100만 명이라면 240만원(20%)을 돌려받는 식이다. 다만 기본 표면 금리와 추가 배당 기준은 영화마다 다를 수 있다. 국내에서 개봉한 일본 영화 중 역대 1위를 차지한 ‘너의 이름은.’의 누적 관객은 367만 명이었다. 투자자들은 연 80%의 수익을 거뒀다.


지난해 국내에서 누적 관객 수 367만 명을 달성한 일본영화 ‘너의이름은.’.
지난해 국내에서 누적 관객 수 367만 명을 달성한 일본영화 ‘너의이름은.’.

원금 손실 위험도…투자 신중해야

확실히 은행보다는 수익률이 높다. 영화나 전시 관람권 같은 아기자기한 혜택은 덤이다. 맥주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한 수제 맥주 회사에 50만원을 투자한 지인은 1년이 지난 후 1주당 2만5000원의 배당을 받았다. 수익률로 환산하면 연 5% 정도다. 연말 소득공제 혜택도 누렸다. 어차피 투자 금액 자체가 크지 않아 수익도 대단할 것은 없지만 ‘맥덕(맥주 덕후)’이라는 공통분모를 지닌 투자자들과 어울리는 재미가 꽤 있는 모양이었다. 강원도 횡성에 위치한 맥주 공장에선 때마다 주주 총회를 겸한 바비큐 파티가 열린다고 한다.

나 역시 약간의 돈을 투자했다. 내가 투자한 영화는 아직 개봉 전이다. 인생 역전의 환상보다는 해당 영화 자체에 대한 ‘팬심’이 더 크다 보니,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이다. 물론 모든 주식이나 P2P(개인 대 개인) 투자가 그러하듯, 크라우드펀딩에서도 원금 손실 위험은 있다. 모 게임 업체는 700여 명의 투자자에게 7억여원을 투자받아 놓고 매출 부진으로 상환이 어렵다며 채권 만기 상환을 연장한다고 밝혀 크라우드펀딩 시장에서 한바탕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소위 ‘돈이 된다’는 게임도 그러한 상황이다 보니 전시나 소규모 영화 같은 문화 상품에 대한 투자는 더욱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이때 개인의 취향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자신이 잘 아는 분야에 투자해야 성공률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여기엔 관심 있는 대상을 주의 깊게 살펴보는 약간의 노력이 필요하다.

크라우드펀딩의 장점 중 하나는 각 프로젝트에 대한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된다는 점이다. 사업 내용과 투자 포인트뿐 아니라 해당 기업의 연혁, 재무 상태, 향후 계획, 시장 분석, 리스크 요인까지 볼 수 있고, 실시간 댓글로 질문이 가능하다.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하는 스타트업 기업이 대부분이라 자신이 응원하는 기업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게 되는데, 이건 마치 ‘다마고치’를 키우는 것처럼 꽤 보람된 일이다.

현재 국내에는 와디즈, 텀블벅을 비롯, 오픈트레이드, 유캔스타트 등의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이 있다. 각각의 플랫폼을 둘러보며 끌리는 기업을 탐색해 보라. 1인 가구를 위한 홈퍼니싱 제품부터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 트렌드에 맞춘 외식 산업과 여행 및 문화 상품, 마니아들의 취향을 저격하는 게임과 이색 취미 용품 등 다채로운 분야의 생산자들이 간절히 투자를 기다리고 있다. 사실 나 역시 그러한 생산자 중 한 명이다. 르코르뷔지에 건축물을 그린 일러스트 책을 만들고 있는 지인과 함께 곧 크라우드펀딩을 게시할 예정이다. 기왕이면 많은 투자금이 모였으면 좋겠지만 돈을 떠나 보다 많은 사람에게 우리의 콘텐츠를 알릴 기회가 되리라 판단한다. 처음으로 대중에게 공개하는 자리다 보니 데뷔 무대처럼 마음이 설렌다.

지난봄 정부는 개인 투자자의 크라우드펀딩 한도를 연간 5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확대했다. 한 기업당 투자할 수 있는 금액은 200만원에서 500만원까지로 늘렸다. ‘경알못(경제나 재테크에 대해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상관없다. 약간의 종잣돈과 확고한 취향만 있다면 충분하다. 경제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생활에서 오는 감이란 게 있다. 바로 지금 내가 원하는 것에 투자하면 되니까 말이다. 혹시 아는가. 말로만 듣던 착한 요술램프를 발견할 수 있을지. 그렇다면 내 소원은…


▒ 이미혜
패션·미술 칼럼니스트, 문화기획자, 보그코리아 컨트리뷰팅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