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스로이스의 SUV 컬리넌에는 트렁크에서 올라온 시트에 앉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사진 롤스로이스
롤스로이스의 SUV 컬리넌에는 트렁크에서 올라온 시트에 앉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사진 롤스로이스

벌써 11월이다. 2018년도 이제 두 달밖에 남지 않았다. 월간지에서 일하는 난 12월호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아직 12월이 되지도 않았는데 한 해가 다 간 기분이 든다. 올해도 참 많은 차를 시승했다. 그중에는 당장이라도 딜러에게 달려가 계약서에 사인하고 싶은 차도 있었고, 운전석에 앉자마자 내리고 싶은 차도 있었다. 남들보다 한 달 먼저 연말을 준비하면서 올해 발군의 실력을 보인 자동차와 아쉬운 성적을 보인 자동차를 살펴보는데, 특별한 시트를 품은 차들이 눈에 들어왔다. 가장 기억에 남는 차들이기도 하다.


가장 안락하고 편안했던 시트로엥 C4 칵투스의 시트. 사진 시트로엥
가장 안락하고 편안했던 시트로엥 C4 칵투스의 시트. 사진 시트로엥

떼어내면 캠핑 의자로 쓸 수 있는 시트

지난 6월 국내에 출시된 롤스로이스 최초의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 컬리넌은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시트를 품었다. 가죽에 금가루라도 발랐냐고? 어쩌면 그보다 더 특별할 것이다. 롤스로이스가 공개한 컬리넌 트렁크에는 ‘뷰잉 스위트(Viewing Suite)’라는 이름의 시트가 들어 있다. 납작하고 네모난 수납함을 열면 그 안에 접혀 있는 시트가 스르륵 나오면서 등받이가 펴진다. 운전하다가 근사한 풍경을 마주했을 때 차를 세우고 경치를 감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롤스로이스 디자이너들은 이럴 때를 위해 이 시트를 만들었다. 노을이 내려앉은 호숫가나 별빛이 가득한 밤하늘을 우아하게 보고 싶을 땐 차를 세우고 이 시트를 펼치면 된다. 트렁크 도어를 내리고 걸터앉는 것보다 편하고 우아하게 앉을 수 있다.

푸조 5008 3열에도 차를 세우고 근사한 풍경을 보고 싶을 때 요긴한 시트가 들어 있다. 펴지 않으면 바닥에 완전히 평평하게 접혀 시트인 줄도 모를 이 의자는 오른쪽에 있는 노란색 레버를 당기면 ‘툭’ 하고 떨어진다. 두 개의 의자를 모두 이렇게 뗄 수 있다. 떼어낸 의자를 공원 잔디밭이나 해변에 놓으면 피크닉 의자 부럽지 않다. 컬리넌의 뷰잉 스위트보단 덜 고급스럽지만 멋진 풍경을 감상하거나 휴식을 취하기엔 부족하지 않다. 등받이와 엉덩이 쿠션이 짧아 3열에 달았을 땐 어른이 앉기 몹시 불편한 시트지만 떼어냈을 땐 꽤나 빛을 발한다. 무엇보다 캠핑 의자를 따로 챙길 필요가 없다는 게 흐뭇하다.

올해 초 시승한 혼다의 신형 오딧세이는 3열 말고 2열에 특별한 시트를 품었다. 이름하여 매직 슬라이드 2열 시트. 바닥에 가로로 두 줄의 레일이 있어 시트 아래에 있는 손잡이를 밀고 당겨 시트를 옆으로 움직일 수 있다. 앞뒤로 움직이는 자동차 시트는 흔하지만 좌우로 움직이는 시트는 흔치 않다. 붙어 있으면 툭탁거리며 싸우기 일쑤인 아이들을 떼어놓을 때는 물론 덩치가 큰 직장상사와 나란히 앉아 불편할 때 슬쩍 손잡이를 밀어 간격을 벌리면 2열 공간이 이보다 평화로울 수 없겠다. 2열에서 3열로 왔다 갔다 하거나 3열에서 타고 내리기도 수월하다.

이 특별한 시트는 더욱 편한 2열 공간을 위해 혼다 엔지니어들이 머리를 싸매고 연구한 결과물이다. 그러고 보면 혼다 엔지니어들은 시트에 특히 관심이 많은 듯하다. 혼다가 2016년 국내에 선보인 콤팩트 SUV HR-V도 2열에 특별한 시트를 챙겼다. ‘매직시트’란 이름이 붙은 이 시트는 다리를 위로 들어 올리는 것처럼 엉덩이 쿠션을 위로 접어 올릴 수 있다. 단, 자동으로 올릴 수 있는 건 아니고 시트 아래에 있는 레버를 당겨야 한다. 이렇게 하면 키가 큰 화분이나 유모차를 접지 않고 실을 수 있어 편하다.


옆으로 움직이는 혼다의 매직 슬라이드 시트. 사진 혼다
옆으로 움직이는 혼다의 매직 슬라이드 시트. 사진 혼다

스마트폰으로 시트 조작할 수 있기도

사람들이 미니밴과 7인승 SUV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시트를 얼마나 쉽고 편하게 접고 펼 수 있느냐다. 그래서 많은 미니밴과 7인승 SUV가 버튼만 누르면 스르륵 접히고 펴지는 시트를 달았다. 랜드로버의 신형 디스커버리 역시 트렁크에 시트를 접고 펴는 버튼을 달았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디스커버리는 센터패시아에 있는 모니터에서 원하는 시트를 선택해 접고 펼 수 있는 것은 물론 스마트폰 애플케이션으로도 시트를 접고 펼 수 있다. 인컨트롤 리모트(Incontrol Remote)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으면 차 안에서는 물론 밖에서도 시트를 조작할 수 있다. ‘굳이 스마트폰으로 시트를 조작할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게 자랑하기엔 이보다 좋은 기능이 없다.

포드의 7인승 SUV 익스플로러도 트렁크 안쪽에 시트를 자동으로 접고 펴는 버튼을 달았다. 그런데 ‘스토(Stow)’라는 버튼이 눈에 띈다. 등받이를 앞으로 접는 게 아니라 시트를 통째로 뒤로 돌려 바닥에 집어넣는 버튼이다. 이렇게 하면 바닥이 완벽하게 평평해져 일곱 살짜리 아이는 거뜬히 누울 수 있는 공간이 된다. 3열 시트를 모조리 집어넣으면 적재공간이 1240ℓ에 달해 3~4인용 캠핑 장비를 거뜬히 실을 수 있다.

다재다능한 것도 좋지만 자동차 시트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편안함이다. 1시간도 지나지 않아 목이 뻐근해진다거나, 엉덩이가 저려 온다면 자동차 시트로서 자격 미달이다. 시트로엥은 얼굴이 조금 얌전해진 새로운 C4 칵투스를 공개하면서 차원이 다른 편안함을 선사하는 ‘어드밴스드 컴포트 시트’를 적용했다고 자랑했다. 기존 2㎜ 두께의 일반 폼 대신 15㎜의 고밀도 폼을 사용해 오래 앉아도, 울퉁불퉁한 길을 달려도 엉덩이가 안락하고 포근하다고도 덧붙였다. ‘정말일까?’, 궁금했는데 칵투스의 시트는 정말 편안했다. 엉덩이는 물론 등까지 포근하게 감싸는데 불편하거나 거슬리는 느낌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조금 단단한 라텍스 느낌이랄까? 내가 꼽는 올해 최고의 자동차 시트는 C4 칵투스의 어드밴스드 컴포트 시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