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강세를 보이던 전 세계 주식시장이 최근 하락장으로 돌아서면서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올 들어 강세를 보이던 전 세계 주식시장이 최근 하락장으로 돌아서면서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하워드 막스 투자와 마켓 사이클의 법칙
하워드 막스|이주영 옮김|비즈니즈북스
1만8000원|436쪽|11월 5일 출간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한 증시 폭락 이후 투자자·학자 사이에서 ‘2020년 경제 위기론’이 거론되고 있다. 투자 업계에 미신처럼 거론돼 온 ‘10년 주기설’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있었으니 2017년을 기점으로 새로운 위기가 올 것’이라는 주장이다.

마침 10년 주기설을 자세히 소개한 책이 국내 출간됐다. 저자인 하워드 막스는 1000억달러(약 14조원)를 운용하는 오크트리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회장이자 지난해 ‘포브스’ 선정 순자산 19억1000만달러로 ‘미국 400대 부자’ 순위에도 이름을 올렸다. 막스는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 창업자이자 ‘헤지펀드 황제’로 불리는 레이 달리오가 가장 존경하는 가치 투자자로 꼽는 인물이다.

저자는 상승과 하락 사이클이 경제 지표나 기업 실적보다 ‘사람의 심리’에 따라 요동친다고 주장한다. 즉, 현재 주식시장이 상승하고 있으면 더 상승할 것이란 기대감이 상승 곡선을 끌어올리고, 반대로 시장이 하락하면 하향 곡선이 더 극도로 내려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이클은 고점 또는 저점에서 중간점을 향해 매우 강력한 회귀 경향을 보이는 만큼 중간점에서 더 멀리 이탈해 있을수록 투자자의 고통은 커질 것이라고 말한다. 2007~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초래했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도 금융기관과 투자자들이 부동산 호황(사이클이 상승하는 흐름)을 지나치게 낙관한 나머지, 신용과 관계없이 돈을 빌려주거나 빌린 게 원인이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투자자의 궁금증은 ‘사이클의 어디쯤 있는가’ 하는 것이다. 저자는 가격이 적정 가치 이상으로 상승할 때는 △시장 흐름을 한결같이 긍정적으로 보도하는 매스컴이 있고 △이에 대해 투자자들이 의심 없이 수용·만족하며 △위험을 회피하려는 움직임은 거의 없고 △신용시장은 완화된다고 말한다.


사이클의 어디쯤 있는지 파악해야

반대로 적정 가치보다 크게 떨어져 가격 붕괴 상황이 발생할 때는 △시장 흐름을 매우 부정적으로 보도하는 매스컴이 있고 △이에 대한 위기의식이 번지면서 위험을 회피하려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신용시장은 경색된다고 설명한다. 이 모든 것들은 미래 수익률이 낮아지거나 올라갈 수 있는 전조다.

저자는 사이클이 반드시 공식대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지만, 어디쯤 와 있는지 가늠해보는 것만으로도 투자 전략을 짜는 데 매우 중요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시장이 과열돼 끝모르고 올라갈 때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신용 융자로 가속페달을 밟거나(추가 투자), 곧 중간점을 향해 올라갈 저점에서 견디지 못하고 손절매(손해를 감수하고 주식을 파는 것)하는 안타까운 선택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리학자 아이작 뉴턴은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어도 인간의 광기는 계산할 수 없다”고 했다. 증권가 트레이더들은 ‘인간의 심리와 반대로 행동하라’를 철칙으로 삼고, 투자자들의 열기가 움직이는 방향과 반대로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주식시장이 향방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차분하게 사이클을 공부하고 전략을 세우라’는 대가의 조언은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전쟁’으로 설명하는 인류 역사
초협력사회
피터 터친|이경남 옮김|생각의힘
1만8000원|376쪽|10월 22일 출간

이전에도 인류 역사를 하나의 키워드로 묶어 설명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지리적 환경’으로 ‘총, 균, 쇠(1997년)’를 썼고, 대런 애쓰모글루와 제임스 로빈슨은 공저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2012년)’에서 ‘제도’에 주목했다. 미 코네티컷대 생태·진화생물학부 교수인 저자는 ‘전쟁’으로 인류 역사를 바라본다. 저자에 따르면, 인류사에서 무소불위의 전제군주를 탄생시킨 것도, 이 전제군주를 몰아내고 평등한 사회로 방향을 전환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전쟁 때문이었다.

전쟁은 인간이 서로 협력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집단 간 전쟁에서 협력을 잘한 집단일수록 살아남을 가능성이 크고, 이렇게 살아남은 협력 집단으로 인간의 협력 자체가 진화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이를 강조하기 위해 2001년 12월 미국을 들썩이게 한 회계 부정 사건 ‘엔론(Enron) 사태’를 거론한 대목도 흥미롭다. 저자의 메시지는 ‘어떤 회사가 다른 회사와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 회사 내 집단끼리는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두 책과 비교해 보면 더욱 흥미롭다.


바이러스처럼 확산되는 비디오의 조건
유튜브 컬처
케빈 알로카|엄성수 옮김|스타리치북스
1만5000원|420쪽|9월 7일 출간

유튜브의 성공 비결이나 유튜버가 되는 비법을 소개한 책들은 많다. ‘유튜브 컬처(원제 Videocracy·비디오에 의한 통치)’는 9년간 유튜브에 올라오는 비디오를 분석해 온 내부인의 시각에서 유튜브의 본질을 이야기하고 있어 차별화된다.

저자는 미디어가 ‘콘텐츠 중심’이라면, (유튜브를 포함한) 소셜미디어는 ‘대화 중심’이라면서, 바이러스처럼 확산하는 비디오를 만들고 싶다면 비디오 자체보다 시청자와의 대화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유튜브 비디오를 주로 소비하는 젊은이와 대화하려면 ‘진정성’이 필요하며, 이들의 토론에 끼어들거나 그들의 관심사에 억지로 영향을 미치려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광고성 콘텐츠 자체보다 콘텐츠를 통해 그들이 대화하는 장을 열고, 경험을 서로 나누도록 하는 데 방점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유튜브에서 최초로 조회 수 100만 건를 넘어선 영상은 브라질 축구 선수 호나우지뉴가 공을 차는 동안 단 한 번도 공이 땅에 떨어지지 않는 장면을 담은 나이키 광고 콘텐츠였다. 이 비디오는 순식간에 진짜냐, 가짜냐를 놓고 논쟁을 낳으며 급속도로 공유됐다.


중국이 다시 짜는 세계 기술질서
AI 수퍼파워
리카이푸|호튼 미플린 하코트
28달러|272쪽|9월 25일 출간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하고, 많은 이들이 미국의 승리를 점치는 와중에 인공지능(AI)에서 만큼은 중국이 5년 내 미국을 앞지를 것이라고 주장하는 책이 나왔다. 구글 중국지사 사장을 지내고 지금은 벤처캐피털을 이끌고 있는 저자 리카이푸(李開復)는 그 이유로 AI의 우위는 ‘양질의 데이터 양’이 좌우하는데, 그 점에서 중국이 미국을 압도하고 있다는 점을 든다. 14억 명의 인구 대국인 중국에서는 모바일 결제와 공유 자전거, 음식 배달 서비스가 널리 확산해 있고, 이를 통해 AI 기술에 활용될 수 있는 데이터가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최근 개인 정보 무단 유출로 논란이 된 페이스북 사태와 유럽연합(EU)의 개인정보보호법(GDPR) 시행으로 이 같은 데이터 수집이 어려워진 미국의 상황과 대조적이다.

미국은 현재 데이터를 기반으로 위협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차세대 기술, 특히 AI 기술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국내·외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2016년 알파고 사태의 충격 이후 AI 붐이 일었던 한국은 어떨까? 각종 규제로 신음하는 우리 현실과 중국의 비상이 극명히 대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