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레스트산 등반을 돕는 셰르파가 짐을 지고 베이스캠프로 향하고 있다.
에베레스트산 등반을 돕는 셰르파가 짐을 지고 베이스캠프로 향하고 있다.

에베레스트에서의 삶과 죽음
셰리 B. 오트너|노상미 옮김|클
2만2000원|468쪽|10월 26일 출간

산악인 김창호 대장이 10월 12일 네팔 구르자히말(7193m) 등반 도중 베이스캠프에 불어닥친 강한 돌풍과 산사태에 휘말려 참변을 당한 지 한 달쯤 흘렀다. 사후 많은 이들이 김창호 대장과 그의 개척자 정신을 추모했을 때, 함께 거론된 이가 바로 현지에서 그의 ‘손발’이 됐던 셰르파들이었다. 이 사고로 김창호 대장과 함께 원정대에 이름을 올렸던 셰르파 4명도 목숨을 잃었다. 셰르파는 네팔 에베레스트 주변에 사는 소수 민족이다. 생계를 위해 고산 등정에 뛰어들었는데, 이들은 단순 짐꾼인 ‘포터’와 달리 숙련이 필요한 고산 짐 운반과 길 안내, 캠프 설치, 요리, 청소를 맡고 있다.

최근 셰르파를 재조명한 책이 나와 주목받고 있다. 30년간 원정대와 셰르파를 연구해 온 미 캘리포니아대학(UCLA) 인류학 교수인 저자는 1900년대 초반부터 두 집단의 관계가 주종 관계, 가부장적 관계에서 동반자 관계로 바뀌어 가는 것을 조명했다. 오트너 교수는 이런 변화가 두 주체의 ‘진지한 게임’을 통해 일어났다고 분석한다. ‘고산 등반’이라는 목표를 향해 때로는 협력하고, 때로는 경쟁했다는 것이다. 셰르파는 부당한 요구를 하는 산악인들에게 저항하고 태업하기도 했다.

셰르파가 부와 권력에서 압도적 우위에 있던 산악인과 게임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1953년 영국인 산악인 에드먼드 힐러리가 인류 최초로 에베레스트산 정상을 밟았을 때를 사례로 소개한다. 당시 그와 동행한 텐징 노르가이라는 네팔 셰르파는 정상 근처에 먼저 도착했지만, 30분이나 뒤처진 힐러리를 기다려 그를 에베레스트산에 먼저 오르게 했다. 힐러리는 “진정한 영웅은 미천하게 출발해 세계 정상에 선 텐징”이라며 공을 돌렸다.


압도적 체력·경험으로 산악인 리드

셰르파가 신체적으로 더 강하고 심지어 등반 경험도 더 많다는 사실은 산악인들을 두렵게 했다. 이들이 마지막 순간까지 짐을 나르고 길을 터주지 않으면 산 정상을 밟을 수 없다는 두려움, 마지막까지 의지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직시한 것이다. 저자가 인터뷰한 수많은 산악인이 “셰르파들이 날마다 무거운 짐을 지고도 대다수 산악인들보다 빨리 갈 수 있다는 사실에 당혹스러웠다. 사실은 그들이 우리를 산으로 데려간다는 기분이 들었다”고 고백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저자는 셰르파들이 이런 산악인들의 약점을 잘 알고 있었고,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위치를 산악인들과 동등하게 격상시켜 나갔다고 말한다. 오늘날 셰르파가 ‘친구’이자 ‘동반자’가 된 것은 이러한 진지한 게임의 결과였다.

층층시하로 이어지는 직급 구조에서 대리는 과장에 밀려, 과장은 다시 차장·부장에 밀려 공을 빼앗기거나 이용하고 이용당하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지는 우리 기업에도 시사점을 주는 책이다.

조직과 사회에 속한 우리들은 누군가에는 셰르파, 누군가에게는 산악인일 수 있다. 그러나 명확한 목표가 존재하고 그 목표를 위해 서로 경쟁적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상하관계가 타파되거나 자신이 존중받는 문화를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은 얘기한다. 산악인이 자신을 의지할 수밖에 없도록 게임을 만들어나간 ‘에베레스트의 셰르파’가 돼 보는 것은 어떨까.


욕망의 대상 ‘금’의 역사
골드
레베카 조라크, 마이클 W. 필립스 주니어|임상훈 옮김|새터
1만5000원|288쪽|10월 20일 출간

최근 부자들이 투자 포트폴리오에 금을 쓸어 담고 있다. 주식시장이 출렁이면서 금이 가장 확실한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금에 대한 사랑이 어제오늘 이야기는 아니다. 다른 금속과 달리 시간이 흘러도 부식되지 않는다는 속성, 노랗게 빛나 아름답다는 속성 때문에 금은 ‘영원’과 ‘부’를 상징해 왔고, 지속적으로 인기를 끌어왔다.

예술사학자 레베카 조라크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와 독립영화제작자 마이클 필립스 주니어가 ‘욕망의 대상’으로서 금의 역사를 살핀 책을 내놨다.

‘아프리카판 세계대전’으로 불리는 제2차 콩고전쟁(1998~2003)은 유럽 열강이 금광 개발을 위해 아프리카에서 벌인 것이다. 무려 350만 명이 사망한 이 전쟁은 금이 아프리카에 ‘축복’이 아닌 ‘저주’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수많은 열강과 각국 부자들은 금을 손에 넣기 위해 채굴 과정에서 수은 등 환경을 오염시키는 각종 화학물질 동원도 마다하지 않았다. 몸에 금을 걸치려는 우리의 욕망이 이전에도 변함없었으며, 이 욕망이 지속적으로 환경과 인간을 대가로 치르게 만들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사례로 이해하는 데이터 분석법
데이터 분석의 힘
이토 고이치로|전선영 옮김|인플루엔셜
1만4800원|244쪽|8월 31일 출간

아파트 고층부에 사는 여성의 불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면, ‘고층 거주’라는 상황이 불임에 영향을 미친 것일까. 또 한 기업이 광고를 했더니 아이스크림 매출이 늘었다면, 이게 꼭 광고 때문인 것일까.

데이터 분석 전문가로 꼽히는 저자는 고층부와 여성의 불임률 인과 관계가 분명하지 않다고 말한다. 또 매출 증가가 광고 때문일 수도, 여름이라 자연스럽게 아이스크림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을 수도, 국가와 소비자 경제가 진작된 결과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즉, 경영 결과를 분석할 때 다양한 경우의 수를 따져 ‘제대로 된’ 분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책에서 무작위 비교 실험(RCT)이나 패널 분석 등 몇 가지 데이터 분석법을 소개한다. 특히 인과관계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통계 정밀성을 높여야 하는데, 데이터 수 자체를 늘릴 뿐만 아니라 비교 집단을 무작위로 선정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2008년 미국 버락 오바마 대선 캠프가 영입한 구글 출신의 데이터 분석 전문가가 첫 번째로 한 일도 RCT 방식을 통해 후원금을 더 모은 것이었다.


대승을 이끄는 기습 성장 전략
블리츠스케일링
리드 호프먼·크리스 예|커런시
28달러|336쪽|10월 9일 출간

군사 용어 중에 ‘전격전(電擊戰)’이라는 말이 있다. 제2차세계대전 초기 독일군이 이 작전을 처음 사용했는데, 이 이론에 따르면 필수품만 구비한 채 기계화 부대를 활용해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기습공격으로 적을 무찌를 수 있다. 일단 적을 향해 전진하기로 하면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대승 아니면 대패, 둘 중 하나라는 것이다.

전격전은 독일어로 블리츠크리크(Blitzkrieg)다. 블리츠는 번개·섬광, 크리크는 전쟁·전투를 뜻한다. 책 제목 ‘블리츠스케일링’은 여기에서 따온 말이다. 스타트업이 빠르게 성장할 필요가 있다고 결정하면,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과정을 거쳐 성장하는 기업보다 더 많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기습적(blitz)으로 급속히 성장(scaling)해야 한다는 것이다.

책의 저자는 구인·구직 소셜미디어 ‘링크드인’의 창업자 리드 호프먼과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벤처투자자 크리스 예다. 이들이 말하는 스타트업 전격전의 결과도 둘 중 하나다. 아마존이나 페이스북, 에어비앤비처럼 거대 공룡으로 성장하거나 아예 이름도 기억되지 못 한 채 시장에서 사라지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