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려 빙판으로 변한 도로 위를 차량들이 거북이 운행하고 있다. 사진 조선일보 DB
눈이 내려 빙판으로 변한 도로 위를 차량들이 거북이 운행하고 있다. 사진 조선일보 DB

사륜구동이라고 부르는 4WD(4 Wheel Drive)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다. 120년을 훨씬 넘는 세월을 돌아볼 때, 자동차의 형태가 갖춰지던 초창기는 엔진에서 만들어진 힘을 어떻게 바퀴로 전달할 것인가를 고민하던 시기였다. 이때는 지금처럼 도로가 평평하지 않았고 타이어의 접지력이 좋지 않았기에 땅에 닿는 바퀴 모두가 구동력을 발휘하는 것이 유리했다. 심지어 1900년에 포르셰 박사가 만든 첫 하이브리드 자동차인 로너 포르셰(Lohner-Porsche)도 네 바퀴에 전기 모터를 단 사륜구동 모델이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그런데도 타이어보다 엔진의 발전이 더 빠른 데다 날씨 등에 따라 수시로 바뀌는 노면 때문에 출력을 전달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숙제로 남아 있다.


험로 주행엔 사륜구동이 제격

그렇다면 왜 사륜구동이 유리할까. 간단하게 말하자면 자동차는 땅에 붙어 있는 타이어로 달리고 돌고 멈추기 때문이다. 사륜구동은 모든 바퀴에 동력이 전해지기 때문에 눈길이나 빙판, 빗길 등에서 주행 안정성이 뛰어나고, 험로를 주행하기에 제격이다. 자동차를 겉에서 볼 때 타이어가 꽤 커 보이지만, 실제로 하나의 타이어가 노면에 닿는 면적은 성인의 손바닥 정도다. 현대자동차 싼타페나 기아자동차 쏘렌토 같은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라면 차체 무게가 1.5t을 넘는데, 이런 물체가 손바닥 4개만큼의 너비만 땅에 붙이고 시속 100㎞가 넘게 달린다고 생각해보라. 어떤 상황에서도 타이어가 제대로 노면을 누르고 있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또 노면의 마찰력이 일정하다면, 타이어의 접지력은 한계가 있다고 봐도 된다. 엔진이 만드는 구동력, 코너를 돌 때 바깥으로 튕겨나가려는 원심력과 차를 멈출 때 쓰는 제동력 모두가 이 한계 안에 있을 때 미끄러지거나 바퀴가 헛돌지 않는다. 즉 이 세 가지 요소 중 어느 하나라도 혹은 둘 이상의 합이 접지력보다 커지면 문제가 생긴다.

이런 이론적 배경을 알아야 사륜구동의 우수성과 한계를 정확히 알 수 있다. 엔진의 힘이 두 개의 바퀴로 전달되는 이륜구동은 바퀴마다 50%씩 토크를 나누는 반면 사륜구동은 네 개의 바퀴에 각각 25%의 힘이 전달된다. 예를 들어 한여름의 마른 도로에서 바퀴 하나에 걸리는 접지력을 10으로, 엔진에서 만들어지는 힘도 10이라고 가정하자. 이 상태에서는 두 개의 바퀴가 엔진 힘을 5씩 쓰는 이륜구동은 노면 접지력의 한계인 10을 넘지 않기 때문에 바퀴가 헛돌지 않는다. 만약에 눈이 쌓이기라도 하면 마찰계수가 4 이하로 내려간다. 즉 10이라는 엔진 힘을 5씩 쓰던 이륜구동은 4라는 접지력 한계를 넘어 헛돌게 되지만, 10이라는 힘을 네 개의 바퀴에 나눠 2.5씩을 쓰는 사륜구동은 접지력 한계 안에 있기 때문에 미끄러지지 않고 안정적으로 출발할 수 있다.

물론 이는 타이어 접지력 모두를 출발할 때 쓰는 것만을 고려한 것이다. 사륜구동차가 코너를 돌 때를 생각해 보자. 눈길에서 바퀴의 접지력이 4인데 각각의 바퀴에 2.5만큼의 구동력과 2만큼의 원심력이 생기면 4.5가 돼 접지력의 한계를 넘어선다. 사륜구동차는 출발에서 이륜구동보다 유리하지만 코너링에서는 오히려 불리할 수도 있다는 뜻이 된다. 이는 차를 멈출 때도 마찬가지다. 타이어 접지력을 순수하게 제동에만 사용한다면 이륜구동과 사륜구동은 차이가 없다. 하지만 사륜구동 장치 때문에 늘어난 무게가 관성의 법칙에 따라 제동 거리를 더 길게 하는 효과가 있어 불리할 수도 있다. 출발이 쉽다고 해서 더 쉽게 멈출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사륜구동이라도 주의가 필요하다.


사륜구동 시스템은 눈길, 빗길에서 주행 안정성이 뛰어나고(왼쪽) 곡선 주로에서도 안정적으로 움직인다.
사륜구동 시스템은 눈길, 빗길에서 주행 안정성이 뛰어나고(왼쪽) 곡선 주로에서도 안정적으로 움직인다.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사용해야

국내에 판매 중인 사륜구동은 앞바퀴 굴림이 중심이 되는 AWD(Active All-Wheel-Drive)와 뒷바퀴 굴림이 기본이면서 4L(4륜 저속) 모드가 있는 4WD로 나눌 수 있다. 대부분의 전자식 AWD는 평소에는 앞바퀴에 90% 정도의 동력을 보내 달리다가 앞바퀴가 미끄러지기 시작하면 뒷바퀴로 최대 50%까지 엔진 힘을 나눈다. 이는 평상시에 뒤쪽 바퀴를 굴리느라 낭비되는 동력을 없애 연비를 높이기 위해서다. AWD는 곡선 주로에서 빛을 발한다.

이런 AWD에는 4WD 록(Lock) 버튼이 있다. 앞뒤 동력 배분을 50 대 50으로 고정하는 것으로, 잠깐이기는 하지만 뒤쪽으로 동력을 보내는 시간조차 줄여 조금이라도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많은 경우에 이런 구동력 배분 잠금 스위치는 시속 60㎞ 이하에서만 작동하고 일정한 속도에 도달하면 다시 풀린다.

AWD가 코너 주행에 안정성을 더했다면 4WD는 비탈길 등 험로 주행에서 실력을 발휘한다. 큰 구동력 없이 눈길이나 빙판길, 진흙 등을 지날 수 있다. 취미로 오프로드 주행을 즐기는 운전자는 대부분 이 시스템을 선택한다. 사륜구동이 모든 상황에서 최고의 성능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앞에서 설명한 접지력의 원리를 이해하고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자신의 차가 어떤 시스템을 얹고 있는지, 특성이 어떤지 알고 있어야 100% 활용할 수 있다.


눈길에선 액셀 천천히 밟아야

소음과 진동, 불리한 연비 등 사륜구동의 단점은 최근 다양한 전자제어 기술의 도움으로 개선되고 있다. 현재 판매되는 모든 자동차에는 자세제어장치가 기본으로 장착돼 있다. ESC(전자제어 주행 안전 시스템), ESP(주행 안전 프로그램), DSC(자세제어장치) 등 부르는 명칭은 다르지만 주행 안정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이 장치는 켜고 끌 수 있는데, 짧게 누르면 구동력을 제어하는 TCS(트랙션 컨트롤 시스템)가, 길게 눌렀을 경우에는 자세제어장치가 꺼진다. 눈이 푹신하게 쌓였거나 모래밭에 차가 빠진 경우에는 짧게 스위치를 눌러 TCS를 끄는 것이 탈출에 도움이 된다. 구동축이 헛돌 때 엔진 출력을 떨어뜨리고 바퀴에 제동을 가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TCS가 작동하면 차를 앞으로 밀어낼 충분한 힘을 전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모래나 눈을 파헤치며 차를 움직이게 할 때 중요한 것은 기어를 2단에 고정하고 액셀러레이터 페달을 천천히 밟는 것이다. 너무 세게 밟으면 갑자기 바퀴가 헛돌아 버리기 때문인데, 이는 빙판길 언덕에서 출발할 때도 쓸 수 있는 방법이다.

이동희 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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