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렬(앞줄 가운데) 부총리와 이경식(앞줄 오른쪽) 한국은행 총재가 1997년 12월 3일 정부제1종합청사에서 IMF 구제금융신청 의향서에 서명하고 있다. 앞줄 맨 왼쪽이 미셸 캉드쉬 IMF 총재, 뒷줄 왼쪽에서 네 번째가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 세 번째가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이다.
임창렬(앞줄 가운데) 부총리와 이경식(앞줄 오른쪽) 한국은행 총재가 1997년 12월 3일 정부제1종합청사에서 IMF 구제금융신청 의향서에 서명하고 있다. 앞줄 맨 왼쪽이 미셸 캉드쉬 IMF 총재, 뒷줄 왼쪽에서 네 번째가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 세 번째가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이다.

현장에서 본 경제위기 대응실록
강만수|삼성경제연구소
2만4000원|543쪽|2015년 1월 5일 출간

IMF 외환위기를 소재로 한 영화 ‘국가 부도의 날’이 11월 28일 개봉했다. 정부의 경제위기 대응 과정을 그린 이 영화는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김혜수)과 재정국 차관(조우진)이 위기 해법을 놓고 대립하는 것이 큰 줄거리다. 영화에서 한은 팀장은 위기를 경고하는 선한 사람, 재정국 차관은 위기를 이용해 새 판을 짜는 사악한 인물로 그려졌다.

영화는 개봉 일주일 만에 관객 수 190만 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흥행과 별도로 이 영화는 논란의 중심에 섰다. 영화가 실존 인물을 떠올리게 하는 특정 인물(재정국 차관)을 지나치게 악하게 묘사하고, 한국의 IMF행 결정을 과도하게 폄하했기 때문이다. 영화를 본 전·현직 관료들은 이의를 제기했고, 언론에서는 영화 속 사실과 IMF 사태 당시 현실에 대한 진실 검증 기사를 연일 쏟아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3년 전 출간된 한 권의 책이 주목받고 있다. 영화 속 재정국 차관의 실존 모델로 알려진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쓴 ‘현장에서 본 경제위기 대응실록’이 그 책이다. 1997년 IMF 사태 때 재정경제원 차관이었던 저자는 그 당시 위기에 맞서 부딪히고 체험한 일을 기록자의 관점에서 치밀하면서도 솔직하게 서술했다. 책에는 일반적인 사실뿐만 아니라 정치·외교적 협상 기술과 그 과정까지 상세하게 담겨 있다.


후배에게 교훈 주고자 과거 경제위기 기록

저자가 과거의 잘못을 변명하기 위한 회고록을 쓴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공직에 있었던 저자는 “정책 집행과 정책의 효과 사이에는 시차가 존재하기 마련이며, 그사이에 발생하는 비판은 감내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의 살아온 길을 돌아보면 이런 반응도 이해가 된다. 저자는 1970년 공직에 첫발을 딛고 2013년 산업은행장으로 은퇴할 때까지 총 세 번의 사표를 썼다. 1977년 부가가치세 도입에 책임을 지고 첫 번째, 1997년 외환위기 대응에 대한 책임을 지고 두 번째,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한 환율 정책에 책임을 지고 세 번째 사표를 썼다.

저자는 머리말에 이 책을 집필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비판적 분석을 늘 당하는 입장에서 회고록을 쓰기보다는 사실적 실록으로 실전 경제학을 썼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이론보다 직관을, 논리보다 당위를 따라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내가 내린 결정에 이론적 오류와 논리적 모순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 오류와 모순까지도 후배들에게 교훈이 되고 참고가 되기를 바란다.”

이 책은 IMF 사태에 대한 백서조차 없는 한국 현실에서 가장 믿을 만한 사료로 평가된다. 이 책과 함께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이 2008년 출간한 ‘외환위기 징비록’도 IMF 사태를 기록한 책으로 자주 언급된다. 정덕구 이사장은 1997년 IMF구제금융 협상 수석대표로 활약했다. 영화를 본 후 과거의 진실이 궁금해 인터넷을 뒤지는 사람이라면 이 두 권의 책을 먼저 읽어볼 것을 권한다.


남북 평화 무드, 문 대통령 UN 설득에 달려
2019 이코노미스트 세계경제대전망
영국 이코노미스트 편집|현대경제연구원 감수
한국경제신문|2만원|453쪽|12월 10일 출간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내년 세계 경제를 전망하는 책을 내놨다. 매년 연말 출간되는 이 책은 세계 각국 유명 인사를 필진으로 초청해 다음 해의 세계 정치·경제·문화 이슈를 심층 분석한다. 2019년 세계 경제 주요 이슈를 10개 키워드로 정리했다.

①내년 하반기 미국 시장의 호황이 끝날 것으로 예상된다. ②중국의 경제 성장률은 연 6%대로 둔화될 것이다. ③대신 인도의 경제 성장률에 가속도가 붙고, 시리아가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다. ④이탈리아 금융위기가 경제의 뇌관이 될 것이다. ⑤내년 EU 위원회 선거가 예정돼 있어 브렉시트 협상 과정이 늘어질 가능성이 크다. ⑥최근 몇 년 동안 후퇴한 자유주의가 반전의 기회를 가질 것이다. ⑦달 탐사 사업이 본격 조명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⑧기술 기업 중심의 미국 실리콘밸리는 내년부터 하향세에 접어들 것이다. ⑨남북, 미·북 관계가 당분간 평화 무드를 이어 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국제 사회(UN)의 제재 완화를 설득하지 못한다면, 평화 무드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⑩미국의 밀레니얼 세대 인구가 베이비붐 세대를 뛰어넘는다.


천재 작가가 알려주는 창작의 기술
글쓰기의 철학
에드거 앨런 포|손나리 옮김|시공사
1만2000원|180쪽|11월 23일 출간

‘추리소설의 창시자’ ‘공포소설의 대가’는 국내에 시인이자 소설가로 유명한 에드거 앨런 포를 수식하는 단어다. 포의 글쓰기 비법을 담은 책이 나왔다. ‘글쓰기의 철학(The Philosophy of Composition)’은 포의 작법론 에세이 7편을 담은 책이다. 잡지사 편집자로 시작해 ‘손도끼(토마호크)’라는 별명의 평론가로 이름을 날렸던 그는 글쓰기의 지향점은 교훈이나 진리가 아니라 ‘읽히는 글’을 쓰는 데 있다고 전한다.

첫 번째로 수록된 에세이 ‘작법의 철학’에서 포는 자신의 가장 유명한 시 작품인 ‘까마귀’를 예시로 들며 시의 창작 과정을 단계별로 보여준다. 그는 대중과 비평가의 취향에 맞는 시를 목표로 하고 마치 수학 문제를 풀듯이 시를 완성해 나간다. 두 번째 에세이인 ‘이야기 쓰기’에서는 단편 쓰는 법을 알려준다. 이 책이 한국에 소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9년은 포가 사망한 지 170년이 되는 해인데, 이 책은 포의 사후 17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 전집 5권에 포함되면서 첫선을 보였다. 저자는 19세기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천재 문학가이자 신랄한 비평으로 유명한 당대 최고의 평론가였다.


‘거짓’을 거짓이라고 말할 수 없는 사회
빨간 잉크
이택광|Yeondoo
1만4000원|203쪽|11월 26일 출간

한 동독인이 시베리아로 취업 이민을 갔다. 이 사람은 친구에게 시베리아가 살기 어떤지에 대해 편지를 써서 보내기로 했다. 편지를 파란 잉크로 쓰면 진실이고, 빨간 잉크로 쓰면 거짓말이라는 규칙을 정했다. 몇 달 뒤 파란 잉크로 쓰인 편지가 왔다. 그 편지에서 이 사람은 시베리아는 다 좋은데, 딱 하나 문제가 있다고 했다. 빨간 잉크를 구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저자는 현재의 한국 정치 상황이 빨간 잉크가 사라진 가상의 사회 같다고 말한다. 2016년 촛불혁명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권좌에서 끌어내리면서 한국의 민주주의는 완성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촛불혁명을 등에 업고 등장한 집권 여당은 과거 그 어느 정권보다 더 ‘보수적’이다. 정치는 소통이라는데 현 정권은 꽉 막힌 불통 정권이다. 대한문 앞에서 벌어지는 ‘태극기 집회’ 같은 극우주의가 확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좌파의 대안은 우파인데, 우파의 진짜 보수주의는 궤멸해 버렸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책 제목인 ‘빨간 잉크’는 표지에 파란색 활자로 인쇄돼 있다. 저자는 어떤 진실을 말하고자 한 걸까.

김명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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