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팔에서 동업하던 시절의 피터 틸(왼쪽)과 일론 머스크. 사진 트위터 캡처
페이팔에서 동업하던 시절의 피터 틸(왼쪽)과 일론 머스크. 사진 트위터 캡처

피터 틸
토마스 라폴트|강민경 옮김|앵글북스
1만7000원|326쪽|3월 28일 출간

22억 명이 사용하는 세계 최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과 26조원이 넘는 기업 가치를 인정받는 차량 공유 업체 리프트(Lyft), 세계 최대 결제 플랫폼 페이팔의 공통점은 뭘까. 모두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기술 기업이기도 하지만, 미국의 거물 투자자 피터 틸(Peter Thiel)과 관련 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틸은 1998년 온라인 결제 시스템의 원조 격인 페이팔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과 함께 설립했고, 2002년 이베이에 회사를 15억달러(약 1조7000억원)에 매각해 억만장자가 됐다. 틸은 페이스북이 받은 첫 외부 투자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2004년 8월 50만달러를 투자해 10.2%의 지분을 받고 이사회에 합류했다.

그는 이 밖에도 자신의 벤처캐피털 펀드인 파운더스펀드를 통해 리프트와 링크드인, 에어비앤비 등 150곳이 넘는 정보기술(IT) 기업에 자금을 댔다. 책은 틸이 스탠퍼드대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같은 학교 로스쿨을 졸업해 뉴욕에서 변호사로 활약하던 시절, 페이팔 창업과 페이스북 창업자 저커버그와 만남, 파운더스펀드 설립(2005년) 등 그의 주요 인생사를 연대순으로 따라가며 남다른 투자 전략과 철학을 파헤친다.

“사람들로 미어터지는 좁은 문으로 지나려 하지 말고 아무도 다니지 않는 큰 문을 이용하라.”

실리콘밸리의 명언으로 회자되는 틸의 말이다. 틸의 투자 사례 중 두드러지는 것 중 하나는 ‘역발상’이다. 그는 주류 흐름을 거스르는 위험한 베팅을 서슴지 않았다. 다른 투자자들이 일본 국채를 팔아치울 때 사들인 것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 미국 대선 기간에는 실리콘밸리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 중 거의 유일하게 도널드 트럼프를 공개 지지해 주목받기도 했다.


머스크와 합병으로 ‘닷컴버블’ 위기 극복

그의 성공 신화가 대부분 위기에서 시작된 것도 우연은 아니다. 모두가 불안에 떨고 있는 상황이 역발상을 통한 혁신의 대가인 그에게는 새로운 시장과 부를 창조할 기회였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페이팔과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창업한 경쟁사 엑스닷컴의 합병이다.

2000년대 초반 닷컴 호황기에 버블 붕괴를 우려한 틸은 앞으로 닥칠지 모를 최악의 위기에서 살아남으려면 불필요한 경쟁을 피해야 한다고 믿었다. 닷컴버블 붕괴로 금융시장이 충격받는다면 자본금이 부족한 페이팔과 엑스닷컴은 함께 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두 회사는 2000년 3월 초, 50 대 50 비율로 합병하면서 머스크가 페이팔에 합류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 나스닥 주가가 폭락하기 시작하면서 닷컴버블 붕괴가 시작됐지만, 합병으로 힘을 비축한 덕에 최악의 위기를 견딜 수 있었다.

틸은 지난해 초 실리콘밸리에서 로스앤젤레스(LA)로 거주지와 사무실을 모두 옮겼다. 그는 이에 앞서 뉴욕타임스(NYT)가 주최한 콘퍼런스에 참여해 “실리콘밸리가 배타적으로 변하면서 혁신을 파괴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실리콘밸리에 반감이 큰)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로서 한 정치적 발언인지 또 다른 역발상 혁명의 신호탄이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GM이 떠난 소도시에 남은 것
제인스빌 이야기
에이미 골드스타인|이세영 옮김|세종서적
1만8000원|508쪽|3월 5일 출간

인구 6만3000명의 미국 위스콘신주(州) 소도시 제인스빌에 있는 GM 공장이 2008년 폐쇄됐다. 89년 동안 지역경제를 떠받쳐온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5000명이 넘는 중산층 가장이 실업자가 됐다. 책은 GM 공장 폐쇄 과정과 이후 5년간의 기록이다.

워싱턴포스트 기자로 퓰리처상 수상자인 저자는 해고 노동자 가족의 비참해진 삶, 지역경제를 되살리려는 정치권의 노력과 이를 둘러싼 갈등, 대책 없이 낙관적인 메시지를 설파하는 기업인 등 당시 제인스빌의 모습을 사실적이고 치밀한 필체로 기록했다.

정부 주도의 직업 전환 교육은 실패로 돌아갔다. 재교육을 성공적으로 마친다 해도 GM 시절 소득을 믿고 받은 모기지 대출 등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사례로 제시된 제라드 휘태커는 GM 생산라인에서 13년간 일하다가 실직 후 플라스틱 제조공장과 연료 회사 등을 전전했지만, 결국 차로 4~5시간 넘게 걸리는 다른 도시의 자동차 공장에 취업했다.

미국에서 2017년 출간됐는데 지난해 전북 군산의 한국GM 공장이 폐쇄되면서 ‘남 이야기’로만 받아들일 수 없는 책이 됐다.


BTS 빌보드 정복의 원동력
포노 사피엔스
최재붕|쌤앤파커스
1만6800원|336쪽|3월 12일 출간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로 ‘문명을 읽는 공학자’로 불리는 저자는 모바일 혁명의 중심에 있는 ‘포노 사피엔스(Phono-Sapiens)’가 불러온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기업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포노 사피엔스’는 전화기(phone)와 인류(sapiens)를 결합한 말로 스마트폰 없이 잠시도 견디지 못하는 젊은이를 뜻한다.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2015년 처음 쓰기 시작한 용어다. 포노 사피엔스에게 스마트폰은 신체의 일부나 다름없다. 사고의 흐름은 구글이, 인간관계는 페이스북이 각각 지배한다는 것이다.

책은 세계적인 화장품 기업 로레알이 토종 쇼핑몰 ‘스타일난다’를 지난해 4000억원에 인수한 것이나, 지난해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결승전의 시청자가 1억 명에 육박한 것 등을 포노 사피엔스가 주도한 파괴적 혁신의 예로 제시한다.

이와 함께 제조업 중심의 사고를 변화에 대한 적응을 가로막는 최대 적으로 규정한다. 경영자와 노동자로 편을 갈라 싸우기 바빠 ‘문명 전환기’에 걸맞은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성공을 가로막는 그럴싸한 거짓말들
업무에 관한 아홉 가지 거짓말(Nine Lies About Work)
마커스 버킹엄·애슐리 구달|HBR프레스
19.49달러|256쪽|4월 2일 출간

‘기업의 성공은 조직 문화에 달렸다’ ‘전략 수립은 반드시 필요하다’ ‘직원들은 업무에 대한 피드백을 원한다’

리더십 분야의 대가인 마커스 버킹엄과 시스코의 리더십·조직 역량 담당 부사장 애슐리 구달이 꼽은 ‘그럴싸한 거짓말’들이다.

저자들은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맞는 리더십은 특정 방식을 따르거나 고정된 지점을 향해 나아가기보다 열린 사고를 바탕으로 새로운 도전에 맞서도록 돕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특정한 문화를 심으려고 애쓰기보다 강하고 끈끈한 조직을 만드는 데, 상명하달식 전략 공유보다 상황 대처 능력이 뛰어난 믿을 만한 인재를 키우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믿는 것도 그 때문이다.

특히 피드백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한다. 피드백을 받는 입장에서 두려움(fear)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이유다. 저자들은 “(피드백으로) 실수를 막을 수는 있지만 역량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뛰어난 인재로 키우기 위해서는 해결책을 제시하고 잘하는 부분을 더 잘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