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의 고향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매년 7~8월 열리는 ‘잘츠부르크 음악제’는 세계적인 음악제로 꼽힌다.
모차르트의 고향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매년 7~8월 열리는 ‘잘츠부르크 음악제’는 세계적인 음악제로 꼽힌다.

모차르트의 고향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매년 7~8월 열리는 ‘잘츠부르크 음악제’는 세계적인 음악제로 꼽힌다.모차르트의 고향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매년 7~8월 열리는 ‘잘츠부르크 음악제’는 세계적인 음악제로 꼽힌다.아직도 17년 전의 일을 생각하면 민망함에 두 눈을 질끈 감게 된다. 2002년 7월 중순,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열린 여름 음악 아카데미에 참가하기 위해 처음으로 유럽 땅을 밟았다.

피아노 수업을 받기 위해 아카데미가 열리는 모차르테움 국립음대 건물을 찾아 헤매고 있었는데, 내 눈길을 끈 것은 강렬한 빨간색 바탕의 ‘잘츠부르크 음악제(Salzburg Festival)’ 포스터였다. 자세히 보니 마침 그날 저녁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의 연주회가 있는 것이 아닌가.

간신히 남은 연주회 표를 서둘러 구입해 축제가 열리는 대극장(Großes Festspielhaus)으로 급히 향했던 기억이 난다. 구불구불한 잘츠부르크 구시가지의 골목을 몇 번이나 헤매다 드디어 대극장을 찾을 수 있었다. 대극장은 건물 밖부터 입구 안까지 휘황찬란한 레드 카펫이 깔려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늦게 도착한 탓에 첫 곡이 끝나고 나서야 극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런데 극장 안으로 발을 내딛는 순간 나는 앉아 있던 모든 관객의 시선이 나와 동행한 친구에게 쏠리는 것을 느꼈다.

물론 과장된 기억일 수도 있지만, 관객들은 모두 약속이나 한 듯 정장을 차려입고 있었다. 남성 관객은 검은색 턱시도에 나비 넥타이를, 여성 관객은 은은한 빛깔의 우아한 이브닝 드레스 차림이었다.

반면 나는 밝은색 재킷, 친구는 가벼운 꽃무늬 원피스 차림이었다. 2000명이 넘는 관객 사이에 멀리 동양에서 온 어린 소년과 그 친구, 그리고 그들의 차림새는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던 것 같다. 내 눈에는 할리우드 시상식장에서나 볼 법한 차림으로 연주회에 온 그들이 무척 신기했다.

곧 시작된 베토벤 연주로 극장 안 분위기는 더없이 진지하고 차분했으며, 그 속에서 울리던 루돌프 부흐빈더의 피아노 음색도 갑작스러운 분위기에 당혹스러웠던 어린 필자의 마음을 조용히 가라앉혀 줄 정도로 부드러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연주가 끝난 후 관객들은 화려한 샹들리에가 빛나는 공연장 로비에 모여 샴페인잔을 들고 여름 밤을 더없이 즐겁게 보내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 틈에서 신기한 마음 반, 당황한 마음 반을 안고 황급히 홀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1년 후, 나는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국립음대에 진학했다. 이곳에서 10년간 수학하며 매년 여름이면 어김없이 열리는 이 음악제에서 수많은 대가들의 명연주를 원없이 들을 수 있었고, 때로는 직접 참가하는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복장에 관해서라면, 물론 청바지 차림의 관객이 간혹 있기는 했지만 여전히 오페라나 오케스트라 연주회에는 잘 갖춰 입은 관객이 가득했다.

물론 턱시도나 이브닝 드레스를 입는 것이 음악을 즐기는 기본 요건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게다가 꼭 그래야만 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하지만 잘츠부르크 관객들이 전하는 이유가 꽤 설득력이 있어 소개하고 싶다.

아름다운 소리와 음악을 위해 평생을 연구하고 무대에 오르는 이를 위해 복장을 신경 쓰는 것은 관객이 연주자에게 보일 수 있는 하나의 존경의 표현이라고. 또 세계대전, 경제 대공황 등 숱한 우여곡절을 이겨내고 명맥을 이어 가는 음악제에 대한 감사의 표현이라고.


여름 음악의 향연 잘츠부르크 음악제

잘츠부르크는 음악제가 개최되기 수세기 전인 중세 시대부터 여러 문화 행사가 다채롭게 열린 지역으로 유명하다. 이 지역의 소금 광산이 가져다 준 부 덕분이다. 중세 시대에는 성 주간이나 부활주간에 코스튬을 착용하고 벌이는 종교극이 성황을 이뤘으며, 이후 바로크 시대에는 알프스 북쪽 지방에서 처음으로 오페라가 공연됐다고 전해진다.

음악제 설립에 관한 관심이 고조된 때는 1870년대 이후다. 당시 독일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가 만든 ‘바이로히트 축제’가 유럽 전역에서 성공을 거둔 것이 계기가 됐다. 이 축제는 바그너의 오페라를 전문으로 다뤘다. 이후 제1·2차 세계대전을 거치고 합스부르크 왕국이 해체되는 과정에서 침체된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음악제의 필요성이 더욱 간절하게 대두됐다고 한다.

극작가 후고 폰 호프만슈탈과 연출가 막스 라인하르트 등 문화계 인사들이 음악제 준비에 착수했다. 이들은 잘츠부르크 음악제에 일종의 ‘경쟁 축제’에 대항하는 요소를 투영하기로 했다. 바이로이트 축제뿐만 아니라 바그너와 바그너가 대표하는 독일 북부(프로이센) 정서에 반하는 요소들이다.

실제로 바이로이트 축제가 바그너의 오페라 작품 10편만 다루는 등 제한적인 데 반해 잘츠부르크 음악제는 오페라, 연극, 연주 등 다양한 장르를 여러 장소에서 개최해, 오스트리아와 남부 바이에른 지방 문화의 정수를 맛볼 수 있다.

잘츠부르크 음악제는 1920년 8월 22일 잘츠부르크 대성당 앞 광장에서 호프만 슈탈의 연극 ‘예더만(Jedermann)’을 올리며 개최됐다. 이후 전설적인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과 빈 필하모닉이 이곳에 상주하며 크게 성장했다.

100년이 넘는 전통과 이곳을 거쳐간 수많은 음악가의 명성으로 잘츠부르크 음악제는 독일어권을 넘어 세계 최고 음악제로 꼽히고 있다. 연극·오페라·연주 세 가지 갈래에 맞춰 7월 중순부터 8월 말까지 6주 동안 약 200여 개의 크고 작은 연주가 열린다. 이 기간에 잘츠부르크 인구(약 15만 명)를 훨씬 웃도는 약 26만 명의 관객이 이곳을 찾는다.

지금도 여름이면 관객뿐 아니라 많은 음악가들이 이곳을 찾는다. 나 역시 식당에서 지휘자 로린 마젤, 빵집에서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 산책하던 거리에서 성악가 토마스 크바스토프 등을 우연히 만났다. 무대 저 멀리에서 바라만 보던 명연주자들을 편안한 일반인의 모습으로 만날 수 있어서 같은 음악인으로서 반갑고 신기할 따름이었다.

정규 연주뿐 아니라, 오전에 일시적으로 리허설을 개방하기도 해 음악을 사랑하는 이라면 여러 각도로 예술의 즐거움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 안종도
독일 함부르크 국립음대 연주학 박사, 함부르크 국립음대 기악과 강사


plus point

함께 감상하면 좋을 음반

잘츠부르크 음악제 실황 ①
클라라 하스킬 리사이틀
연주|클라라 하스킬

사연 많고 굴곡진 연주자의 삶처럼 그가 들려주는 담담한 피아노 소리는 단아하고 기품이 넘친다. 클라라 하스킬이 1957년 8월 8일 잘츠부르크 여름 음악제에서 연주한 실황 음반이다. 슈베르트의 마지막 소나타를 연주하며 삶의 마지막을 향해 가는 연주자가 들려주는 ‘백조의 노래’는 듣는 이의 가슴 깊숙한 곳을 울린다.


잘츠부르크 음악제 실황 ②
지휘|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연주|아네조피 무터, 빈 필하모닉

잘츠부르크 음악제를 황금기로 이끈 주역인 지휘자 카라얀과 빈 필하모닉, 바이올리니스트 아네조피 무터의 1988년도 음악제 실황 음반이다. 당시 25세의 젊은 신예와 전설적인 지휘자의 인상적인 연주가 실황 녹음이라는 팽팽한 긴장감 속에 녹아 있다.

안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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