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마이클 바이 해비치’ 내부와 ‘뉴 아메리칸 퀴진(New American Cuisine)’을 표방한 다양한 음식들. 사진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마이클 바이 해비치’ 내부와 ‘뉴 아메리칸 퀴진(New American Cuisine)’을 표방한 다양한 음식들. 사진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파워 런치(power lunch)는 미국에서 비즈니스 미팅을 겸한 점심을 말한다. 작가이자 미국 남성지 ‘에스콰이어’ 편집장이던 리 아이젠버그(Eisenberg)가 힘깨나 쓴다는 이들이 점심때 뉴욕 유명 레스토랑 ‘포시즌스(Four Seasons)’에 모여 사업 상담을 하고 인맥을 구축하는 광경을 1979년 ‘에스콰이어’에 ‘미국의 가장 파워풀한 점심(America’s Most Powerful Lunch)’이란 제목의 칼럼에 세밀하게 묘사하면서 파워 런치라는 말이 회자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접대나 비즈니스 미팅은 전통적으로 저녁에 이뤄졌다. 하지만 가족을 중시하고 저녁이 있는 삶을 추구하는 흐름이 확산되는데다 ‘김영란법’이라 불리는 청탁금지법이 제정되면서 비즈니스 미팅을 겸한 식사나 접대가 점심시간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서울에서 뉴욕과 가장 비슷한 지역은 광화문일 것이다. 그리고 광화문에서 파워 런치의 명소가 될 만한 유력 후보로 지난해 12월 센트로폴리스 2층에 문을 연 ‘마이클 바이 해비치(Michael’s by Haevichi)’를 꼽아도 될 듯하다.

커다란 창문과 높은 천장이 주는 쾌적하면서도 탁 트인 느낌과 하얀 대리석, 짙은 갈색 목조, 황동 등이 어우러진 세련된 인테리어는 뉴욕의 고급 레스토랑에 들어선 듯한 느낌을 준다. 파워 런치뿐 아니라 여성들만의 브런치 모임, 소개팅 후 첫 데이트에도 알맞겠다. 홀 145석 외에 프라이빗룸 3실이 따로 마련돼 있다.

마이클이라는 식당 이름은 미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남성 이름이므로 선택했다고 한다. 이름에 걸맞게 음식은 이른바 ‘뉴 아메리칸 퀴진(New American Cuisine)’이다. 미국은 유럽과 남미, 아시아, 아프리카 등 세계 모든 지역과 국가, 사람들이 새로운 문화를 융합해나가는 나라.

뉴 아메리칸 퀴진은 각 나라의 음식과 조리법이 미국의 풍부한 식재료와 전통에 얽매이지 않는 창의성과 만나 재해석된 요리다. 고급스러운 맛과 모양새지만 격식 차리지 않고도 즐길 수 있는 ‘어퍼 캐주얼 다이닝(upper casual dining)’이라고,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는 홍보하기도 한다.

메뉴판의 모든 음식이 뉴 아메리칸 퀴진이지만 특히 다른 곳에서 맛보기 힘든 미국적인 음식을 꼽으라면 콥샐러드, 검보, 잠발라야, 새우 포보이, 랑구스틴 페투치네, 프렌치 딥 샌드위치, 키 라임 파이가 있다. 콥샐러드(Cobb Salad)는 1929년 할리우드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로버트 콥 또는 그의 요리사가 개발했다고 알려진 샐러드. 양상추, 삶은 달걀, 아보카도, 토마토, 베이컨, 검은 올리브, 닭가슴살, 치즈 등 다양한 재료가 푸짐하게 들어가 이것 하나만으로도 한 끼 식사로 손색없다.

검보(Gumbo)와 잠발라야(Jambalaya), 새우 포보이(Shrimp Po’boy)는 모두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 출신이다. 한때 이 지역을 지배하던 프랑스 식문화를 바탕으로 아프리카·남미의 맛이 더해져 루이지애나의 크리올(Creole) 음식을 탄생시켰다.


마이클 바이 해비치의 ‘프렌치 딥 샌드위치’. 사진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마이클 바이 해비치의 ‘프렌치 딥 샌드위치’. 사진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검보는 닭육수에 소시지, 닭고기, 새우, 파프리카 따위를 넣고 끓인 스튜의 일종이다. 칼칼하면서도 시원해서 한국 아저씨 입맛에도 딱이다. 여기에 딸려 나오는 쌀밥을 말아 먹으면 해장용으로도 손색없다. 잠발라야는 쌀에 닭고기, 새우, 완두콩 등을 넣고 닭육수를 부어 볶듯이 끓인 쌀요리. 약간 질척한 볶음밥 비슷한 게 역시 한국인 입에 잘 맞는다.

포보이는 ‘푸어 보이(Poor Boy)의 루이지애나식 발음. 20세기 초반 루이지애나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베니·클로비스 마틴 형제가 “우리 샌드위치는 전차운전사·항구노동자·농부 같은 ‘푸어 보이(가난한 노동자)’들을 위해 개발됐다”고 말한 뒤, 샌드위치 이름으로 굳었다. 고기·해산물 등 여러 종류가 있는데, 마이클의 포보이 샌드위치에는 튀김옷을 도톰하게 입혀 바싹하게 튀긴 새우가 주재료로 들어간다.

프렌치 딥 샌드위치(French Dip Sandwich)는 얇게 썬 로스트비프와 치즈를 바게트에 넣은 샌드위치를 로스트비프를 구울 때 나오는 육즙과 닭육수를 섞어 끓인 소스에 찍어 먹는 독특한 샌드위치이고, 랑구스틴 페투치네(Langoustine Fettucine)는 바닷가재를 넣고 끓인 랍스터 비스크라는 진한 수프 국물에 납작한 페투치네 파스타와 작은 바닷가재(랑구스틴)에서 발라낸 살을 넣는다.

키 라임 파이(Key Lime Pie)는 플로리다 키웨스트에 자생하는 감귤류의 일종인 키라임(Key Lime)을 넣어 만든 파이다. 크림과 설탕이 잔뜩 들어가 진하면서도 키라임 덕분에 새콤하고 산뜻해서 식사 마무리로 좋다.


마이클 바이 해비치 (Michael’s by Haevichi) ★★

주소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26, 센트로폴리스 2층
전화번호 (02)722-4300
홈페이지www.michaelsbyhaevichi.com
분위기 고급스럽고 세련됐다. 광화문 식당가는 평일 저녁과 주말엔 썰렁할 정도로 사람이 없다. 이럴 때 이 식당을 찾는 것도 느긋하고 한적하게 즐기는 방법이다.
서비스 특급호텔에서 운영하는 곳답게 종업원들이 잘 훈련돼 있지만, 규모에 비해 종업원이 적은 편인지 필요할 때 찾을 수 없는 경우가 가끔 있었다.
추천 메뉴 검보, 콥샐러드, 크랩 케이크, 랑구스틴 페투치네, 잠발라야, 새우 포보이, 프렌치 딥 샌드위치, 키 라임 파이, 제철 생선, 비프, 프라임 립, 포터 하우스, 키 라임 파이.
음료 커피 9종, 주스 4종, 맥주 8종 등 호텔 라운지 뺨치게 음료를 두루 갖췄다. 입구에 리큐어 바(Liquor Bar)를 따로 운영할 만큼 주류에 신경 쓴다. 메뉴에 소개된 10가지 칵테일 외에도 전문 바텐더가 손님이 원하는 칵테일을 제조해준다. 뉴 아메리칸 퀴진 레스토랑답게 와인 60여 가지 중 절반가량이 미국산. 가격이 상당히 합리적으로, 소매가와 큰 차이 나지 않을 정도다. 잔술(글래스 와인)은 미국산 화이트·레드와인 2종(1만1000·1만2000원)과 스페인 스파클링 와인 카바(cava) 1종(9000원)이 있다.
영업 시간 오전 11시~오후 10시(주말 오전 10시부터)
예약 권장
주차 편리, 센트로폴리스 지하 주차장 2시간 무료.
휠체어 접근성 우수

★ 괜찮은 식당
★★ 뛰어난 식당
★★★ 흠잡을 곳 없는 식당

김성윤 조선일보 음식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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