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육감의 테이블세팅 모습. 사진 한육감
한육감의 테이블세팅 모습. 사진 한육감

한국 음식이 예전보다 널리 알려졌지만 역시 외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메뉴는 ‘코리안 바비큐’ 즉 고기구이다. 하지만 고깃집에 외국 손님이나 사업 파트너를 모시자니 불안할 때가 있다. 고기 굽는 냄새가 옷에 밴다거나 서비스·인테리어가 촌스럽지는 않을지 걱정된다. 서울 광화문에는 다행히 ‘한육감’이 있다.

식당에 들어서면 고기 굽는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 입구 왼쪽으로 천장부터 바닥까지 탁 트인 통유리 진열장 겸 냉장숙성실이 있다. 잘 다듬고 정육한 소고기는 명품 매장 쇼윈도에 진열된 붉은빛 보석처럼 아름답기까지 하다. 진열장을 지나면 광화문이 내다보이는 통유리창을 따라 좌석이 마련돼 있다. 흰색 대리석이나 고급 목재로 된 테이블이 고급스럽다. 실내는 전체적으로 검은색으로 마감했지만, 곳곳에 금빛 금속 장식이 반짝거리는 데다 통유리를 통해 바깥 풍광이 시원하게 내다보여 어둡거나 답답하지 않다.

이곳 소고기 품질은 걱정 안 해도 된다. 이준수 한육감 대표는 허영만 만화 ‘식객’에도 나온 한우 전문가 이명호씨 아들이다. “고기를 다르게 먹는 방식을 제안하고 싶었다”는 이 대표는 아버지가 운영하는 정육식당 ‘참누렁소’에서 독립해 2014년 자신의 식당을 차렸다.

메뉴를 펼치면 첫 장에 커다란 갈빗대가 붙은 등심인 ‘본인 립아이(Bone-in Ribeye)’와 티(T) 자형 뼈 양옆으로 안심과 등심이 붙은 ‘티본 스테이크(T-Bone Steak)’가 나온다. 한육감에서는 한우를 한국식 또는 서양식으로 각을 떠낸다.

외국 손님을 모신 자리라면 ‘눈꽃등심’이나 ‘한우 등심’과 ‘안창살’을 추천한다. 등심은 한우 특유의 감칠맛과 눈꽃처럼 화사하게 퍼진 마블링이 가장 도드라지는 부위다. 종업원이 스테이크처럼 자르지 않고 한 덩어리로 된 눈꽃등심을 숯불에 올렸다. 앞뒤로 노릇노릇 구워진 등심을 불판에서 들어 한입 크기로 잘랐다. 속살이 선명한 붉은빛, 완벽한 미디엄레어다. 종업원이 종지 3개가 담긴 접시를 내주며 “취향대로 찍어 드시라”고 했다. 서양 씨겨자, 와사비(고추냉이), 천일염이 각각 종지에 담겨 있었다. 참기름에 소금 섞은 기름장 대신 와사비나 씨겨자 찍어 먹는 게 요즘 고깃집 트렌드. 개인적으로는 와사비와 천일염 섞은 것에 고기 찍어 먹기를 선호한다.

종업원이 구워준 고기를 그대로 먹어도 되지만 원하면 불판에 올려 취향대로 더 익혀도 된다. 평소 소고기는 미디엄레어의 굽기 정도를 선호하나, 한우 등심 특히 눈꽃등심처럼 마블링이 잘된 경우는 미디엄~미디엄웰 정도가 더 적당하다고 본다. 마블링 즉 지방이 충분히 열을 받고 녹아 나와서 고기의 감칠맛과 고소함을 극대화시키기 때문이다. 외국 손님 입맛이 담백하다면 ‘한우 안심’도 좋다.

가장 지방이 없는 부위지만 미국이나 호주 안심보다 한우 안심은 더 부드럽고 경쾌한 감칠맛을 가지고 있다. 안창살은 갈비뼈 안쪽에 붙은 횡격막 부위로, 마블링은 적지만 특유의 쫄깃한 식감이 기분 좋다. 게다가 내장을 붙들고 있는 근육이라 내장 특유의 짙은 풍미가 배어 있어서 고기 마니아들이 특히 좋아한다.


한육감의 토마호크 스테이크. 사진 한육감
한육감의 토마호크 스테이크. 사진 한육감
광화문이 내려다보이는 한육감 내부. 사진 한육감
광화문이 내려다보이는 한육감 내부. 사진 한육감

새롭게 부임했다거나 인수·합병 축하 등 특별히 기념할 일이 있어서 모인 자리라면 본인 립아이를 추천한다. 한육감에는 본인 립아이 뼈 부분에 레이저를 이용해 원하는 글자나 문구 심지어 이미지도 새겨주는 ‘인그레이빙 서비스(engraving service)’가 있다. 이 대표는 “기념으로 뼈를 들고 가는 손님이 많다”고 했다.

전채와 후식을 강화해 코스 요리화한 점도 한육감과 일반 고깃집이 다른 점이다. 전채로는 ‘묵은지 랍스터’가 인상 깊다. 바닷가재를 묵은지와 함께 작은 무쇠솥에 서양식으로 쪄낸 요리다. 바닷가재의 탱탱한 육질과 시큼한 묵은지가 의외로 어울린다. 디저트 중에서는 ‘티삼미수’가 유명하다. 작은 화분에 수삼 한 뿌리를 심어 놓은 것처럼 보이는데, 먹어보면 화분의 ‘흙’처럼 보이는 게 실제로는 티라미수 케이크다.

점심시간 50그릇 한정 판매하는 ‘두툼고기덮밥’은 서두르지 않으면 맛보기 힘들다. 저녁 약속이 줄어드는 트렌드를 감안해 내놓은 점심 세트메뉴 ‘한우판타스틱콤보’도 인기다.


plus point

한육감(Han6gam) ★★

주소 서울 종로구 종로3길 17 디타워 5층

전화번호 02-2251-8686

분위기 고깃집이라기보단 프랑스 레스토랑처럼 세련되고 쾌적하다.

서비스 고기 굽는 교육이 잘돼 있다.

추천 메뉴 본인 립아이 54만원(1.8㎏·2~3인분)·66만원(2.2㎏·3~4인분)·72만원(2.4㎏·4~5인분), 티본 스테이크 17만5000원(700g·2인분)·27만5000원(1.1㎏·2~3인분)·37만5000원(1.5㎏·3~4인분), 눈꽃등심(130g) 5만2000원, 한우 안심 4만8500원(150g), 한우 등심 4만7500원(150g), 한우 양념갈빗살 4만5000원(130g), 살치살·안창살 6만2000원(130g), A·B·C코스 1인당 7만8000·8만8000·12만8000원, 한우판타스틱콤보(점심) 3만8900원, 두툼고기덮밥(점심 50그릇 한정) 1만5000원, 듬뿍고기된장 1만5000원, 묵은지 랍스터 1만8000원, 티삼미수 7000원

음료 조금 부담스럽지만 샴페인을 따 보길 권한다. 일반 소매가보다 훨씬 싼 면세점 가격에 판다. 시중에서 24만인 ‘뵈브 클리코 옐로우 레이블’은 14만원, 48만원인 2009년산 ‘돔페리뇽’은 38만원이다. 이외에 스파클링와인 1종, 레드와인 10종, 화이트와인 1종(7만5000~22만원)이 와인리스트에 올라 있다. 코키지프리(corkage free)라 와인을 들고 가 추가 요금 없이 마실 수 있다. 위스키는 스코틀랜드산과 미국산 버번을 4가지씩 갖췄는데 잔술로도 판다.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오후 10시, 브레이크타임 오후 3~5시, 연중 무휴

예약 권장

주차 편리

휠체어 접근성 좋음

김성윤 조선일보 음식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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