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2월 28일 서울 상수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승우 소설가는 “사랑에 임박한 사람들이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격정과 질투와 혼란을 느낄 때 그것이 병리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 장련성 조선일보 객원기자
2017년 2월 28일 서울 상수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승우 소설가는 “사랑에 임박한 사람들이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격정과 질투와 혼란을 느낄 때 그것이 병리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 장련성 조선일보 객원기자

캉탕
이승우 지음|현대문학사|239쪽|1만1200원

프랑스에서 갈리마르 출판사는 문학의 산실로 꼽힌다. 프랑스 현대 문학을 이끈 작가들이라면 예외 없이 갈리마르에서 책을 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갈리마르는 그 위상의 높이를 유지하는 것 못지않게 일반 독자층을 광범위하게 확보하고 있다. 마치 영국의 펭귄 포켓북이 독자 확대에 기여하듯이, 갈리마르도 문고본 시리즈를 내고 있다. 폴리오 문고라고 한다. 프랑스 작가뿐 아니라 프랑스어로 번역된 전 세계 주요 작가들의 작품이 폴리오 문고를 통해 저렴한 가격으로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지금껏 4800여 종을 낸 폴리오 문고 중 한국 소설은 단 두 권뿐이다. 소설가 이승우의 장편 ‘식물의 사생활’과 ‘그곳이 어디든’이 들어있다. 이승우 소설은 여러 언어로 번역됐지만, 특이하게도 프랑스에서 유난히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이승우는 1981년 등단 이후 기독교에 바탕을 둔 형이상학 탐구를 보여주면서 실존의 부조리를 한국적으로 형상화한 작품도 잇달아 펴내 주목을 받았다. 동인문학상을 비롯해 황순원 문학상, 대산문학상, 현대문학상을 받았다. 그는 조선대 문창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가 몇 해 전 안식년을 얻어 프랑스 남부 지방에 머무른 적이 있다. 그곳에서 그는 새 장편 소설을 써냈다. 지난해 월간 ‘현대문학’에 전작으로 발표한 ‘캉탕’이다. 발표 직후 주목을 받아 오영수 문학상을 받았다.

최근 ‘캉탕’이 단행본으로 나왔다. 이 소설은 “캉탕은 대서양에 닿아 있는 작은 항구도시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캉탕’은 실재하지 않는 지명이다. 작가가 프랑스 체류 중 둘러본 바닷가 지역에서 착안한 허구의 공간이다. 작가는 “웬만한 지도에는 나오지도 않는다. 이곳 사람들은 그들이 사는 곳이 세상의 끝이라고 말한다”라면서 ‘캉탕’에 신비를 부여함으로써 그곳이 문학적 상징과 비유의 세계임을 암시했다.

이 소설은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아’와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 딕’에서 모티브를 차용했다. 두 작품 모두 바다를 무대로 한 모험담이다. 바다는 인간의 근원 탐구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거기에 이승우 특유의 신학적 질문을 투사해 인간 구원을 향한 이야기의 지평을 열어간다. 소설 곳곳에 밑줄 칠만 한 잠언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소설의 핵심은 다음과 같은 문장에서 엿볼 수 있다. “그의 글은 일기와도 같고 기도와도 같았다. 자발성과 자구적 성격에 있어 일기와 기도는 같다. 일기는 자기를 향해 쓴 기도이고, 기도는 신을 향해 쓴 일기이다.”

이 소설은 저마다 삶의 의미를 찾아 세상을 헤매다가 ‘캉탕’에 흘러들어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중 한 명이 보내는 편지가 소설의 절반을 차지한다. 그 편지는 내면 고백으로 꾸며졌고, 굳이 답신을 바라지 않는 글쓰기라는 점에서 일기와 같다. 그것은 자신에게 솔직해짐으로써 구원을 바라는 기도의 절실함을 보여준다.

이승우 소설은 일기처럼 개인적으로 내밀한 세계를 탐구하면서, 기도처럼 보편적이고 초월적 관념을 향해 다가가려고 절실하게 애쓴다.

박해현 조선일보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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