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루 마셜(오른쪽)이 2015년 1월 5일 국방부에서 열린 자신의 은퇴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미 국방부
앤드루 마셜(오른쪽)이 2015년 1월 5일 국방부에서 열린 자신의 은퇴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미 국방부

제국의 전략가
앤드루 크레피네비치, 배리 와츠|이동훈 옮김
살림|2만원|452쪽|9월 20일 발행

미국 국방부 청사인 펜타곤의 3층 가장 안쪽에는 ‘3A932’라는 번호판이 붙어 있는, 보안이 삼엄한 사무실이 있다. 국방부 내에서도 비밀 등급이 매우 높은 자료들이 있는 이곳은 바로 국방장관 직속 싱크탱크인 총괄평가국(ONA)이다. 미국과 경쟁국들의 모든 군사 전력과 전략을 비교·분석하고 향후 발생할 안보 문제와 전쟁의 양상을 예견하는 곳이다. 총괄평가국은 1973년 처음 만들어진 후 42년 동안 줄곧 한 명의 리더에 의해 운영됐다. 앤드루 마셜은 2015년 93세의 나이로 공직에서 은퇴할 때까지 총괄평가국 국장으로 있으면서 8명의 대통령과 13명의 국방장관을 보좌했다. 당파를 막론하고 모든 고위 정책결정자에게 최고의 군사전략가로 존중받았다.

마셜의 대표적 업적은 냉전 시대 소련을 대상으로 한 ‘경쟁전략'이다. 1970년대와 1980년대 미국 국방부의 가장 큰 고민은 소련의 군사비 지출 규모에 대한 정확한 정보였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소련의 군사비 지출이 국민총생산(GNP)의 6~7%라고 추정했으나 마셜은 30%를 초과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과도한 군사비 부담이 결국 소련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판단해, 소련의 군사 위협에 대응하는 방법을 찾는 대신 소련이 군사비에 과잉 투자하도록 더 유도해 소련 붕괴를 촉진해야 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마셜은 또 냉전이 무너진 뒤에는 이슬람 테러 세력이 등장할 것이라고 예고했고, 1987년에는 앞으로 수십 년 내에 중국이 소련을 능가하는 초강대국으로 부상해 미국의 가장 큰 도전자가 될 것임을 국방부 고위 관료들에게 주지시켰다. 2000년대 들어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군사계획의 초점을 유럽에서 태평양 지역으로 전환하고 외국의 군사기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대신 장거리 전투능력 제고로 방향을 튼 것도 그의 구상에 따른 것이다.

이 책은 마셜의 생애와 업적을 정리한 것이지만 저자들은 그의 생애가 아닌 그의 정신사를 기록하는 것이 주목적이라고 밝혔다. 강대해진 중국, 핵무장국의 증가 등으로 과거와는 크게 변한 전쟁 상황에서도 마셜의 생각은 여전히 유효한 사고방식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대중국 무역 분쟁도 중국의 ‘경제력’을 억제한다는 측면에서 소련을 대상으로 한 경쟁전략과 닮았다고 볼 수 있다. 소련이 경제력으로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군비를 지출하게 만들어 소련을 무너뜨렸듯이, 중국에 대해서도 무역·기술전쟁을 통해 중국 경제의 힘을 서서히 빼겠다는 것이다. 또 마셜의 사고방식에 따르면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경쟁전략의 승리 역시 몇 년 만에 얻은 결과는 아니었다. 트럼프의 대중국 전략 역시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있음을 이 책을 통해 유추해 볼 수 있다.


한국전쟁 종군기자 마거리트 히긴스 전기
전쟁의 목격자
앙투아네트 메이|손희경 옮김|생각의힘
1만6000원|436쪽|9월 25일 발행

마거리트 히긴스는 미국의 언론인이자 종군기자로서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쳤다. 그녀는 제2차 세계대전, 한국전쟁, 콩고내전, 베트남전쟁에서 긴박한 현장을 직접 취재했고, 수많은 특종과 현장감 넘치는 기사를 통해 전쟁의 고통과 참상을 세계에 알렸다.

특히 한국전쟁을 취재할 때는 전쟁 발발 이틀 만에 한국에 들어와 6개월 동안 한반도 전역을 종횡무진하며 전황을 보도했다. 대한민국 해병대를 상징하는 ‘귀신 잡는 해병대’라는 말도 히긴스가 한국 해병대 1개 중대가 북한군 대대병력을 궤멸시킨 통영상륙작전을 보도하면서 남긴 “그들은 귀신도 잡을 수 있겠다(They might capture even the devil)”라고 쓴 기사에서 유래했다. 1951년에는 한국전쟁을 취재하고 쓴 ‘자유를 위한 희생(War in Korea)’으로 국제 보도 부문 퓰리처상을 여성 최초로 수상했다.

이 책은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앙투아네트 메이가 마거리트의 주변 인물들을 조사하고,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쓴 마거리트 히긴스의 일대기다. 친구, 동문, 직장 동료, 가족 등이 들려주는 이야기와 증언이 담겨있다.


나 자신과 사랑하는 이의 죽음에 대한 모든 것
죽음의 에티켓
롤란트 슐츠|노선정 옮김|스노우폭스북스
1만5800원|255쪽|9월 16일 발행

누구나 겪을 죽음의 전 과정을 간접적으로 경험해 볼 수 있도록 기획한 책이다. 죽음에 대해 객관적으로 서술하고 실제 죽어가는 모습을 묘사한다.

해외 언론에서는 독특한 집필 방식에 주목했다. 이 책은 ‘당신’이라는 화법으로 독자를 죽음의 주인공으로 만든다. ‘당신의 침대 옆이 조용해질 것입니다’ ‘이제 당신의 주검을 검안할 시간입니다’ ‘사망증명서가 작성됩니다’와 같은 식으로 죽음을 옆에서 엿보는 게 아니라 실제 나 자신이 겪고 있는 일로 이해하도록 한다.

‘텅 빈 느낌이 당신의 죽음을 슬퍼하는 사람들을 엄습합니다’ ‘남은 사람들이 당신을 조금이라도 만나기 위해 헤매고 다닙니다’ ‘당신 없이 1년이 지나갔습니다’ 등으로 내가 죽은 후 세상에 남겨진 사람들에 대한 묘사도 있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죽음이 실제 내게 일어날 일이라는 것, 삶이 오직 나 자신의 방식대로 흘렀듯 죽음의 준비 또한 주도적이어야 한다는 것, 내가 남기고 갈 사랑하는 사람들을 오늘 더 열렬히 사랑해야 한다는 것 등을 깨닫게 될 것이다.


월트 디즈니 CEO로서 15년간 배운 교훈
인생일대의 여정(The Ride of a Lifetime)
로버트 아이거|랜덤하우스|19.6달러
272쪽|9월 23일 발행

로버트 아이거 월트디즈니 최고경영자(CEO)가 15년 동안 디즈니를 이끌면서 추구했던 가치와 아이디어를 공유한 책이다. 아이거는 디즈니가 인수한 ABC 방송국 출신으로 2005년 디즈니 CEO에 올라 픽사와 마블, 루커스필름, 21세기폭스를 잇따라 인수하며 디즈니를 ‘글로벌 콘텐츠 제국’으로 변신시킨 주역으로 꼽힌다. 그는 지난해 6600만달러(약 747억원)의 총보수(급여와 보너스, 주식 배당 등의 합계)를 받았는데, S&P500지수에 포함된 주요 기업 CEO 가운데 최고 액수였다.

아이거는 디즈니 직원 20만 명을 이끌면서 배운 교훈을 공유하며 진정한 리더십에 필요한 원칙으로 낙관(optimism), 용기(courage), 결단(decisiveness), 공정(fairness) 등 4가지를 제시했다. 책에서 스티브 잡스와의 깊은 우정에 대한 일화와 ‘스타워즈’ 신화에 대한 사랑 등 그의 솔직한 심정도 접할 수 있다. 또 그가 추진했던 프로젝트·파트너십의 기반이 된 사려 깊은 태도와 존중, 경영 노하우 등이 소개돼 있다. 단순한 회고록을 넘어 인생과 경영에 대한 지침을 주는 책이다.

정재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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