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6일 서울 중구 태평로에서 만난 신인 작가 박상영. 사진 김지호 조선일보 기자
2018년 12월 6일 서울 중구 태평로에서 만난 신인 작가 박상영. 사진 김지호 조선일보 기자

대도시의 사랑법
박상영 지음|창비|344쪽|1만4000원

박상영의 소설집 ‘대도시의 사랑법’은 동성애 남성의 청춘을 정면으로 다룬 연작소설집이다. 각기 다른 스토리가 담긴 중단편 모음집이지만, 동성애 남성 작가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뼈대를 유지하고 있다.

성소수자의 삶을 그린 퀴어 문학은 더 이상 생소한 장르가 아니다. 2016년 등단한 박상영은 지난해 첫 소설집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를 통해 퀴어 문학의 대표 작가로 꼽혀왔다. 하지만 그가 1년도 지나지 않아 거침없이 낸 두 번째 책 ‘대도시의 사랑법’이 일으킨 반향은 실로 놀랍기만 하다.

지난 7월 초 출간된 이 책은 두 달 만에 4만 부 넘게 찍었다. 신예 작가의 창작집이 이처럼 빠른 시일 내에 팔린 경우는 보기 드물다. 이 책은 10월 중순에 결정될 올해 동인문학상 최종심 후보작 4편에도 들어갔다. 심사위원회는 “퀴어 문학이라서 관심이 집중된 점도 있지만, 인간의 고통과 차별, 우정을 다 뒤집어 바라보면서 퀴어 문학의 한계를 넘어선 측면이 있다”며 “이 소설 덕에 우리 사회에서도 동성애가 더 이상 특별한 소설거리가 아니게 됐다”라고 평가했다.

박상영은 커밍아웃을 한 적이 없지만, 동성애를 다룬 작품 발표를 통해 문단에서 자연스레 ‘게이 소설가’로 공인됐다. 그는 작품 속에서 자신의 분신에 대해 ‘남성 호모섹슈얼’이라고 쓰기도 했다. 그는 “그게 뭐 대단한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라고 했다. 사실 그의 퀴어 소설집 ‘대도시의 사랑법’은 동성애와 이성애의 구별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연애소설로 읽힌다. 동성애 연인끼리 눈이 맞아 불같이 사랑하다가 사소한 일로 다투거나 운명의 장난으로 헤어지고 세월이 흐를수록 연인을 그리워하지만 과거는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소설의 마무리는 아득한 상실감의 여운으로 꾸며진다. 삼류 연애소설 같은 스토리지만, 박상영 특유의 재치와 유머가 가미되면서 오늘의 청춘 풍속도가 경쾌하게 그려진다.

수록작 중 중편 ‘우럭 한 점 우주의 맛’은 올해 ‘젊은 작가상’ 수상작이다. 서른 살에 접어든 동성애 남성 소설가가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홀어머니와 갈등을 겪으며 살아왔지만, 느닷없이 암에 걸린 홀어머니를 돌봐야 하는 가운데 호모섹슈얼의 청춘 고백이 겹쳐진다. 주인공이 자신의 동성애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어머니가 차츰 쇠락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어머니를 향해 지녀온 애증의 미묘한 감정이 애틋하게 전개되는 소설이다. 삶의 희비극이 적절하게 균형을 이루면서 애잔한 울림을 남긴다.

박상영 소설은 1970년대 청년 문화를 대변했던 소설가 최인호의 재기발랄한 언어 감각에 동성애 코드를 얹어 놓아 2010년대 청년 문화의 변별성을 보여주는 듯하다. 80년대 장정일, 90년대 김영하가 저마다 동세대 남성의 젊은 감수성을 대변해온 역할을 이제 박상영이 맡고 있는 셈이다. 변별력을 꼽는다면, 앞 세대에 비해 동성애에 더 개방적인 신세대 의식을 연애소설 기법으로 대중화하는 데 성공했다고나 할까.

박해현 조선일보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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