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도화동에 있는 식당 ‘베이스 이즈 나이스’ 전경. 사진 장진아
서울 마포구 도화동에 있는 식당 ‘베이스 이즈 나이스’ 전경. 사진 장진아

채소를 딱히 싫어하진 않는다. 하지만 평소 고기 등 다른 음식을 먹는 양과 비교하면 남들이 ‘채소 싫어한다’고 볼 수도 있을 정도로 즐기거나 일부러 찾아 먹지는 않는다. 왜 나는 채소 요리를 좋아하지 않을까? 그 해답을 ‘베이스 이즈 나이스(Base Is Nice)’에서 찾았다.

서울 마포구 도화동에 있는 이 식당은 장진아 대표가 지난 3월 문을 열었다. 장 대표는 푸드 스타일리스트, 레스토랑 컨설턴트, F&B(식음) 기획자 등 음식·외식 분야에서 10년 넘게 일해온 베테랑이다. 미국 뉴욕 맨해튼의 대표적 캐주얼 한식당 ‘허 네임 이즈 한(Her Name Is Han)’을 기획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식당을 ‘채식 전문점’이라고 정의하며 “채소 친화적이며 균형적이고 간결한 식사”라고 설명했다.

‘베이스 이즈 나이스’라는 식당 이름에 대해서는 “제주도에서 나고 자라 일본 도쿄(東京)에서 식공간 연출을 공부하고 10년 동안 외식 관련 일을 했다. 이런 저의 ‘베이스(기본·배경)’를 가지고 ‘나이스(좋은)’한 먹거리를 기획하고 만들어내는 공간이라는 뜻”이라고 했다.

설명을 들어도 모르겠다면 맛은 보장할 테니 일단 드셔보길 권한다. 메뉴는 채소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달걀이나 고기 등 육류를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지만 거의 모든 음식이 채소만으로 이뤄진다. 모든 음식은 장 대표가 다른 이의 도움 없이 장 보기부터 상 차리기까지 혼자 준비한다.

채소를 올린 덮밥 스타일의 ‘채소밥’이 매일 3가지 준비된다. 이 중 하나를 고르면 반찬 3가지와 국이 나무 쟁반에 함께 담겨 1인용 백반상처럼 나간다. 채소밥과 반찬은 그날그날 바뀐다. 시식을 위해 식당을 방문한 날에는 ‘바삭 청무와 옥수수 밥’과 ‘홍고추 퓌레의 구운 두부 밥’ ‘바삭 브로콜리와 백된장 단호박 밥’이 준비됐다. 반찬으로는 바비큐 구이를 한 꽈리고추와 버섯, 표면을 불로 살짝 그을린 삶은 달걀, 청귤 향이 감도는 무채, 샐러드가 나왔다.


식당 내부 모습. 사진 장진아
식당 내부 모습. 사진 장진아
‘베이스 이즈 나이스’의 채소밥 도시락(왼쪽)과 한상 차림. 사진 장진아
‘베이스 이즈 나이스’의 채소밥 도시락(왼쪽)과 한상 차림. 사진 장진아

식사를 하면서 놀란 건 ‘채소가 이토록 다양한 맛과 식감을 가진 식재료구나’였다. 브로콜리와 청무는 대개 삶거나 데쳐 요리하기 때문에 좋게 말해 부드럽고 나쁘게 말해 물컹한 식감이다. 하지만 장 대표가 건조기에 칩처럼 말리는 방식으로 요리한 브로콜리와 청무는 바삭하면서 달았다. 밥 위에 올린 옥수수는 표면을 토치 따위로 태웠다고 할 정도로 구워서 씁쓸한 맛이 살짝 났지만 옥수수의 단맛을 더욱 살려주면서 훈연 향이 그윽했다.

고추를 곱게 갈아 만든 퓌레는 고추장처럼 들척지근하고 끈끈하지 않아 산뜻한 매운맛이 나는데, 살짝 구운 두부와 썩 어울렸다. 삶아서 으깬 단호박에는 너무 짜지 않은 일본의 백된장을 더해 달콤한 감칠맛이 더욱 살아났다.

그러고 보니 그동안 먹어온 채소는 주로 삶거나 데치는 방식으로 조리했지 굽거나 훈연하거나 튀기거나 바비큐하는 등 육류에 사용하는 다양한 요리법을 적용하지는 않았었다. 특히 한식에서 채소를 주재료로 한 음식은 ‘나물’이라는 카테고리 하나로 뭉뚱그려진다.

삶거나 찌거나 데쳐내 식감이 비슷비슷해진 채소에 고추장, 간장, 된장 같은 풍미가 강렬한 양념에 무친다. 게다가 식용 기름 중에서 향이 가장 세다고 할 수 있는 참기름이나 들기름에 버무린다.

그러니 각각의 채소가 가진 특징 내지는 매력이 가려지고 비슷비슷한, ‘그 밥에 그 나물’이 돼 버려 별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젊은 여성들이 매우 좋아할 컨셉트의 음식”이라고 하자, 장 대표는 “의외로 연령대가 높은 남성들도 많이 오신다”고 했다. “저도 처음에는 20~30대 여성들이 주로 올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단골 중에선 60~70대도 많아요. 주말에 남자 대학생들끼리 찾아오기도 하고요. 손님 연령대 폭이 꽤 넓죠. 남성으로만 구성된 팀도 30%가량이라 저도 놀랐어요.”

건강한 한 끼 식사가 그만큼 보편적인 사회적 욕구가 됐다는 방증 같다.

장 대표는 ‘브런치=팬케이크, 에그 베네딕트, 와플, 오믈렛 등 서양식(더 정확하게는 영·미국식) 아침 식사 메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싶다는 희망도 가지고 있다. 느긋하게 천천히 음식과 대화를 즐길 수 있는 브런치라는 식사 형태는 좋지만, 메뉴를 보다 다양하게 또는 우리 식으로 풀어내고 싶다는 바람이다. 영업을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2시 30분으로 점심시간에 집중하고 저녁 식사는 목요일과 금요일에만 제공하는 건 그런 이유에서다.

음료는 과일 주스 두 가지가 있다. 은근한 단맛의 알배기배추와 향긋한 복숭아의 조합으로 만든 주스가 특히 이채롭다.

술은 내추럴 와인만 3~4가지로 단조로운 편이다. 장 대표는 “채소는 쓴맛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기 때문에 와인과 페어링(pairing)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와인을 음식의 연장선상에서 접근하면서 채소에서 영양상으로 부족한 부분을 와인으로 채워주는 식으로 페어링해보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했다.


베이스 이즈 나이스(Base Is NIce) ★★

주소 마포구 도화2길 20

전화번호 010-9617-6724

분위기 여성 비즈니스 파트너나 클라언트를 모시고 가면 반가워할 듯하다. 건강하면서도 맛있는 음식을 찾는 분들에게도 추천할 만하다. 좌석 간 공간이 넉넉한 편이지만 큰 테이블에 둘러앉아 먹는 곳이라 민감한 대화를 나누기에는 맞지 않을 수 있다.

서비스 친근하고 편안하다. 식당이라기보다는 푸드 스타일리스트의 작업실 같다.

추천 메뉴 바삭 청무와 옥수수 밥, 홍고추 퓌레의 구운 두부 밥, 바삭 브로콜리와 백된장 단호박 밥 각각 1만4000원 등 그날그날 준비되는 3가지 채소밥 중 하나를 선택하면 채소 반찬 3가지와 국이 함께 나온다.

음료 유기농케일애플망고주스, 알배기배추·복숭아주스 각 7500원. 내추럴 와인이 서너 가지 마련돼 있다.

영업시간 점심 화~금요일 오전 10시 30분~오후 2시 30분, 토·일요일 11시 30분~오후 3시. 저녁은 목·금요일만 오후 6~9시 영업한다. 월요일 휴무.

예약 권장. 좌석이 16개뿐이다.

주차 따로 마련돼 있지 않다. 인근 공영주차장을 이용해야 한다.

휠체어 접근성 계단을 2개 올라가야 해 불편한 편이다.

김성윤 조선일보 음식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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