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 피셔 피셔인베스트먼트 회장은 이익이 적지만 성장 가능성이 큰 가치주를 골라내는 ‘PSR’ 지표를 1984년 처음 발표했다. 사진 블룸버그
켄 피셔 피셔인베스트먼트 회장은 이익이 적지만 성장 가능성이 큰 가치주를 골라내는 ‘PSR’ 지표를 1984년 처음 발표했다. 사진 블룸버그

슈퍼 스톡스
켄 피셔 지음|이건·김홍식 옮김|중앙북스
2만1000원|378쪽|9월 3일 출간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것은) 바에서 여자에게 말을 건네는 것과 같습니다.” “당신 바지 속에 무엇이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 싶군요.”

운용자산이 1080억달러(약 123조원)에 달하는 피셔인베스트먼트의 창업자이자 억만장자 투자자 켄 피셔가 성희롱 논란에 빠졌다. 최근 CNBC가 공개한 녹음 파일에 따르면 그는 한 회의에서 여성을 성(性)적으로 대상화한 발언을 했다. 논란이 커지자 보스턴 퇴직연금 시스템, 미시간 퇴직연금 시스템 등 피셔인베스트먼트에 자금을 맡긴 연금 펀드들이 잇따라 투자금을 회수했다. 회수 규모만 10억달러(1조1800억원)에 달한다.

공교롭게도 최근 한국에서는 그의 첫 번째 저서 ‘슈퍼 스톡스’가 개정 출간됐다. 주식 투자의 바이블로 불리는 책이다. 2009년 한국에 출간된 이후 10년 만이다. 피셔는 워런 버핏이 정신적 스승으로 꼽는 ‘성장주 투자’의 거장 필립 피셔의 아들로, 미래 성장성이 큰 기업을 고를 때 쓰는 지표 ‘PSR(주당 매출액비율)’, 군중과 다르게 투자하는 ‘역발상(contrarian) 투자’ 등으로 유명해진 인물이다. 모두 가치 투자법이다.

이 책은 1984년 창업 6년째에 피셔가 낸 책이다. 닷컴 버블이 차오르기 시작하던 당시 증권 시장에서는 기술주 붐이 일었다. 피셔는 이때 3년간 주가가 10배 이상 상승할 ‘슈퍼 스톡’을 가려낼 지표로 ‘PSR’ 개념을 처음 소개했다. PSR은 해당 기업의 시가총액을 연간 매출로 나눈 것이다. 순이익 기준인 주가 수익비율(PER·해당 기업의 주가를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것)이 당장의 이익보다 급성장에 치중하는 신생 기업의 가치를 판단할 수 없었던 것을 보완한 것이다. 이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이더라도 빠른 성장세가 반영된 매출로 미래 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데 이때 PSR이 유용하다는 얘기였다.

피셔는 이 책에서 “PSR 0.75 이하인 기술주를 적극 발굴하라. PSR 1.5가 넘어가면 사지 말고, 3~6이면 당장 팔아라. PSR이 6이 넘어가는데도 주가가 오르기를 바라는 것은 도박이다”라고 조언했다.


절판 후 투자자 요청 쇄도

미국에서 책이 처음 나온 지 35년, 한국에 소개된 지 10년 만에 이 개념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PSR이 거시 경제 위기 같은 ‘비상시국’이 닥칠 때마다 다시 꺼내볼 수 있는 기본 지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경제 위기나 불경기 사이클에서 기업 이익은 다소 악화할 수 있지만, 매출이 유지되는 기업에는 희망을 가질 수 있다.

실제로 세계 경기 둔화로 침체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한국 경제는 성장률 급락, 저물가, 수출·투자 부진, 경기 둔화 등 곳곳에서 ‘빨간불’이 켜졌다. 국내 출판사와 번역가는 “절판(絕版) 이후 많은 재출간 요청이 있었다”고 다시 책을 낸 배경을 설명했다.

이 책은 투자자뿐만 아니라 기업 경영자들에게도 영감을 준다. 피셔는 위기 상황에서 기업의 실력이 드러날 수 있고, 투자자들은 이때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여러 해 동안 잘 운영되던 회사가 처음 맞이하는 ‘결함’에 어떻게 대처해 극복하느냐에 따라 ‘진짜’ 슈퍼 스톡의 운명이 갈린다는 것이다. 피셔는 “떨어져 나갈 회사, 간신히 버틸 회사, 챔피언 자질을 지닌 회사를 가려내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당장의 수익이나 이익에만 연연하지 말고 위기를 극복할 ‘진짜 실력’을 가진 업체를 고르는 한편, 경영자들도 이 실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7시간 공복이 빚은 초밥 맛은
아주 작은 디테일의 힘
가라이케 고지|정은희 옮김|비즈니스북스
1만4000원|256쪽|9월 27일 출간

“혹시 꿈은 아니겠죠?” 하룻밤 이용료가 500만원에 달하는 3박 4일 기차여행 상품에 ‘당첨’된 승객이 안내 전화에 보이는 첫 반응이다. 일본 남쪽의 규슈섬을 일주하는 코스의 이 열차는 항상 타고 싶어 하는 사람이 넘친다. 최고 316 대 1에 달하는 높은 경쟁률은 추첨을 통해서만 뚫을 수 있다.

철도회사 JR규슈가 운영하는 초호화 침대열차 ‘나나쓰보시(七星)’ 운영 노하우에는 3000억원 적자를 내던 기업이 5000억원 흑자 기업으로 변신할 수 있었던 비결이 모두 담겨있다. 민영화로 도산할 위기에 처해 있던 JR규슈에 1987년 CEO로 부임해 성공 신화를 만들어낸 저자의 비법은 한 가지로 압축된다. ‘강박증 수준의 고객 집착 디테일’이다.

나나쓰보시 열차의 승객들은 당첨 순간부터 직원의 보살핌을 받는다. 탑승 전까지 기본 20회의 통화로 승객과 주파수를 맞춰놓은 회사는 여행이 시작되면 ‘눈물 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식당칸 초밥 장인은 최고의 맛을 내기 위해 새벽 기상 후 점심시간까지 공복으로 요리하고, 회사는 열차 칸마다 좌석을 좌우로 번갈아 배치해 승객이 양쪽 경치를 골고루 감상할 수 있게 내부를 구성한다.


자기계발서의 원조
초역 카네기의 말 인간관계론
유미바 다카시 엮음|정지영 옮김|삼호미디어
1만4000원|256쪽|10월 28일 출간 예정

처세술의 고전 ‘카네기 인간관계론’이 재출간됐다. 데일 카네기가 1936년에 쓴 ‘인간관계론’은 첫 출간 이후 수천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다. 원제는 ‘어떻게 친구를 얻고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것인가(How to Win Friends and Influence People)’이다.

재출간된 책이 원저와 다른 것은 180가지 에피소드로 나눠 간결하게 압축했다는 것이다. 일본인 자기계발서 전문 번역가 유미바 다카시가 엮은 것을 국내에 번역 출간했다. 앞서 니체의 금언을 엮은 ‘초역(超譯) 니체의 말’이 한국에서 인기 끈 것의 연장선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이 책도 일본인 편번역가 시라토리 하루히코가 엮은 것이다.

핵심은 ‘비난하거나 모욕을 주는 방식으로는 절대 상대를 변화시킬 수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없다는 것’이다. 이는 자신이 바보라는 것을 증명하는 꼴이라고 한다.

원저는 아무리 극악무도한 범죄자라도 자신은 절대 ‘내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일화로 시작한다. 범죄자도 그럴진대 일반인은 어떻겠냐는 얘기다. 인간을 움직이는 거의 유일한 방법은 장점을 봐주고 칭찬하고 의욕을 북돋워주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민주주의 위협하는 검은 황금
블로우 아웃
레이첼 매도|크라운
17.99달러|432쪽|10월 1일 출간

미국 케이블 뉴스채널 MSNBC의 진보 성향 여성 앵커 레이첼 매도가 석유·가스 산업이 민주주의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서 쓴 책이다. 책 제목 ‘블로아웃’은 유정·가스층에서의 기름 혹은 가스 분출을 의미하는 명사이기도 하다. 부제는 ‘부패한 민주주의, 불량 국가 러시아, 그리고 지구상에서 가장 부유하면서도 파괴적인 산업’이다.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지금도 세계 각지에서 각종 사건들이 “모두 ‘석유·가스’라는 뚜렷한 주제 하나로 모인다”고 주장한다. 적도기니에 원유 자원이 풍부하지만 극빈층으로 살고 있는 주민들의 현실, 셰일유를 시추할수록 지진이 잦아진다는 학자의 주장을 묻기 위해 압박을 가하는 에너지 기업들의 모습 등을 사례로 든다.

저자는 또 2016년 미 대선 당시 러시아의 개입 의혹에 대해서도 흥미로운 가설을 제시한다. 힐러리 클린턴에 대한 푸틴의 개인적인 악감정이 사건의 발단이 아니라 자국 내 권력을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미국의 제재는 푸틴 권력의 핵심인 러시아 내 원유 추출 능력에 위협이 됐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