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경제학의 대가 로버트 J. 실러 미 예일대 교수. 사진 위키피디아
행동경제학의 대가 로버트 J. 실러 미 예일대 교수. 사진 위키피디아

내러티브 이코노믹스
로버트 J. 실러|22.99달러|프린스턴대 출판사
400쪽|10월 1일 발행

“경제를 이끄는 진정한 원동력은 내러티브다.”

2013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로버트 J. 실러 예일대 교수가 최신간에서 주장하는 내용이다. 저자는 이를 책 제목인 ‘내러티브 이코노믹스(narrative economics·이야기 경제학)’라고 정의한다. 내러티브란 실화나 허구의 사건을 묘사하고 표현하는 방법을 의미한다. 실러 교수는 세간에서 인기 있는 이야기, 즉 입소문이 경제 전체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미국 미시간대에서 문학 학사학위를 취득한 후 MIT에서 이학 석사와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시간대 재학 시절 역사학 수업을 통해 깨달음을 얻었던 장면을 소개한다. 그는 “1930년대 대공황 기간에 경제·금융 파탄의 이유와 경과를 확실히 이해할 수 있었던 건 경제학보다 역사학 덕분”이라고 썼다. 책을 관통하는 전제는 이야기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집값이 결코 내려가지 않을 것이다’는 믿음은 사실이든 거짓이든 간에 실제로 시장을 움직일 수 있다. 이런 이야기들은 입소문을 통해, 뉴스 매체에 의해 그리고 소셜미디어에 의해 전파되고 경제를 이끈다. 그는 “이런 이야기들의 분명한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경제학자는 그것에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사람들이 주고받는 이야기는 시장, 나아가 경제 전반에 강력한 영향력을 끼친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최대한 빨리 부자가 되고 싶다’는 이야기가 비트코인 광풍을 몰고 왔다는 것이다. 그는 “경제학자들은 대중에게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낼지를 연구해야 최선의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도 말한다.

실러 교수는 경제학에 심리학을 접목한 행동경제학의 대가로 불린다. 그는 시장에서 거품이 생성되는 과정을 심리학과 사회학의 힘을 빌려 설명했다. 주가가 과열되는 건 결국 투자자 수백만 명이 생각하고 선택한 게 합쳐져 나타난 결과다. 주식의 투자 가치와 상관없이 투자자들이 주가가 계속 오를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주식을 사면 실제로 가격이 오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또 잘못된 판단이라도 투자자들이 정보를 교환하다 보면 집단적인 심리가 형성되고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실러 교수의 이런 방법론은 이성적 인간을 가정하지 않고 실제 인간 행동을 분석해 금융시장을 연구하는 ‘행동재무학’이란 분야를 탄생시켰다. 2000년 3월에는 ‘비이성적 과열’을 출간해 1871년부터 2000년 1월까지의 주가와 기업이익 비교분석을 토대로 주식시장의 거품을 지적했다. 2013년 이 같은 자산 가격의 경험적 분석에 기여한 공로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다시 쓴 한국사
시작은 모두 사랑이었다
권경률|빨간소금|1만8000원|392쪽
10월 10일 발행

‘신여성’ 나혜석은 왜 조리돌림을 불사하고 ‘정조는 취미일 뿐’이라고 말했을까. ‘자유부인’ 어우동은 왜 당시 법대로 곤장을 맞지 않고 교수형을 당했을까. 저자는 “시작은 모두 사랑이었다. 한국사는 거창한 대의명분으로 포장돼 있지만, 그 내막을 살펴보면 사사로운 데서 말미암은 일들이 많다”고 전한다.

책은 사랑을 중심으로 다시 쓴 한국사다. 에피소드 중심으로 쓰여 읽기 편하다. 독립운동가의 사랑법(김원봉과 박차정), 공주를 사랑한 스파이(서동), 삼국통일 연애조작단(김유신), 달콤한 냉혹(숙종) 등 남녀의 사랑을 실마리로 삼아 삼국시대부터 일제강점기까지 역사의 맥락을 관통한다.

저자는 “역사는 꼬불꼬불한 역사 기록만으로는 온전히 헤아릴 수 없다. 진실은 언제나 빛바랜 사료의 행간에 숨어 있다. 인간 세상을 지배하는 표면적인 힘은 공포와 욕망이지만, 사람의 역사를 움직이는 진정한 힘의 원천은 사랑”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서강대 역사학과를 졸업한 역사 칼럼니스트다. 유튜브에 역사 채널을 열어 시청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잘되는 집의 비결
백종원의 골목식당
SBS골목식당 제작팀|서울문화사|1만5800원
254쪽|9월 2일 발행

국내에서 하루 평균 3000명 이상이 식당을 시작하고 2000명 이상이 폐업한다. 죽어가는 골목 상권을 살리자는 취지로 기획된 SBS 방송 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동시간대 시청률 1위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방송 제작팀이 쓴 이 책은 요식업을 너무 쉽게 시작하고 너무 쉽게 폐업한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드러난 폐업 이유는 불경기, 식자재 가격 상승, 창업 아이템에 대한 정보 부족, 창업 과정에서의 정보 부족 등이다. 제작팀은 “이런 이유들은 하나같이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의 관점이다. 손님의 관점에서 보면 전혀 다른 이유로 문을 닫는다”고 말한다. ‘가게가 지저분해서’ ‘음식 맛이 없어서’ ‘사장이 불친절해서’ 등이다.

책은 개별 가게들의 사례를 중심으로 망하지 않는 식당을 운영하는 방법을 세세히 소개한다. 원가 감축, 특색 있는 메뉴 개발, 리모델링, 메뉴 정리 등 식당 경영상 다양한 문제해결 방법이 담겨있다. 방송 구성작가 황보경씨가 대표 집필했다. 책의 메시지는 간결하다. “잘되는 식당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서울 주변부의 역사
갈등도시
김시덕|열린책들|2만원|512쪽
10월 10일 발행

서울은 갈등도시다. 서울은 내부적으로도, 경계를 맞댄 주변 도시들과도 갈등 관계에 있다. 서울 내부에는 재개발·재건축을 둘러싼 이해 충돌과 부자 동네와 못사는 동네를 편 가르는 지역 간 반목이 여전하다. 또 서울은 도시 발전에 방해가 되는 혐오시설들과 사람들을 경기도로 밀어내며 주변 도시들과 갈등 관계에 있다.

과거 서울 서대문구에 있던 화장터를 경기도 고양시로 밀어내고, 도시 빈민을 성남 구도심인 광주대단지로 보낸 사례가 대표적이다.

책은 청결하게 표백된 서울이 아닌 서울이 감춘 주변부의 역사를 보여주는 독특한 답사기다. 재개발 동네에 붙어있는 벽보, 이름 모를 동네의 오래된 간판 등을 중심으로 사진과 함께 전개된다.

서울의 무분별한 부동산 개발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문헌학자인 저자는 고려대 일어일문학과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고 현재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 연구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2010년 일본어로 출간한 저서 ‘이국 정벌 전기의 세계’로 일본 고전 문학 학술상을 받았다.

김문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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