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아쉬움은 사람만 느끼는 게 아니다. 아이의 상상력이 깃든 사물, 쓰다듬고 말을 걸고 같이 뛰어놀며 애정을 쏟는 사이, 그 속에도 마음이 깃들고 영혼이 물든다. 장난감들이 ‘토이 스토리’의 주인공 보안관 우디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 IMDB
이별의 아쉬움은 사람만 느끼는 게 아니다. 아이의 상상력이 깃든 사물, 쓰다듬고 말을 걸고 같이 뛰어놀며 애정을 쏟는 사이, 그 속에도 마음이 깃들고 영혼이 물든다. 장난감들이 ‘토이 스토리’의 주인공 보안관 우디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 IMDB

어린 시절 좋아했던 장난감을 기억하는지. 잃어버려서 울고불고했던 순간이 떠오르는지. 그토록 좋아했던 장난감이 지금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는지 아는 사람 손! 대학에 입학한 앤디도 더는 장난감을 갖고 놀지 않는다. 상자 안에 넣어두고 마지막으로 열어본 게 언제였을까. 기숙사로 떠나기 전 물건을 정리하던 앤디는 유년 시절 함께했던 장난감을 바라본다. 돌아보면 소중한 추억이지만 더는 함께할 수 없는, 그렇다고 버리기는 싫은 친구들.

이별의 아쉬움은 사람만 느끼는 게 아니다. 아이의 상상력이 깃든 사물, 쓰다듬고 말을 걸고 같이 뛰어놀며 애정을 쏟는 사이, 그 속에도 마음이 깃들고 영혼이 물든다. 모두가 잠든 밤, 아무도 없는 방에서 머리를 맞대고 얼마나 많은 시간, 앤디를 더 행복한 아이로 만들어주기 위해 소곤소곤 궁리하며 애를 썼던가. 그들은 앤디의 성장이 대견하면서도 쓸쓸하다.

벼룩시장으로 팔려 가거나 버려진 동료처럼 이제야말로 아이의 기억에서 완전히 지워지는 게 아닐까, 두렵기도 하다. 걱정은 자주 악몽이 되고 현실이 된다. 이제 그만 치우라는 엄마의 잔소리에도 앤디는 장난감을 비닐봉지에 담아 다락방에 보관하기로 한다. 그런데 잠시 한눈을 판 사이, 쓰레기봉투로 착각한 엄마가 집 밖에 내다 버린다. 가까스로 쓰레기차에 실려 갈 위기는 면하지만 그들은 버려졌다고 믿는다. 기숙사에 데려가기로 결정된 유일한 인형, 모든 상황을 밖에서 지켜볼 수 있었던 보안관 우디가 오해라고 아무리 설명해도 믿으려 하지 않는다.

쓰레기 처리장으로 가느니 어린이집으로 가겠다며 장난감은 앤디의 엄마가 차에 실어놓은 기부 상자 속으로 들어간다. 기증된 장난감의 지배자로 군림하고 있는 곰 인형 랏소는 “주인이 없으면 마음 아플 일도 없다”며 위로하고 환영한다. 그러나 랏소가 그들에게 떠맡긴 아이들은 장난감을 제대로 갖고 놀기에는 너무 어린 유아들. 앤디의 친구들은 난폭하게 짓밟히고 내던져지고 두드려 맞으며 지옥 같은 하루를 보낸다.

동료를 설득하는 데 실패하고 혼자 집으로 돌아가던 우디는 어린이집에 다니는 보니에게 발견된다. 그날 우디는 앤디가 어렸을 때 그랬던 것처럼, 보니와 함께 웃고 이야기하고 땀이 흠뻑 날 정도로 뛰어놀며 오랜만에 장난감이 누릴 수 있는 행복을 경험한다. ‘보니와 같이 이대로 사는 것도 좋지 않을까’, 그는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젓는다. 랏소가 얼마나 무시무시한 폭군인지를 뒤늦게 알게 된 우디는 친구를 구해 다 같이 앤디에게 돌아가겠다고 결심한다.

죽을 고비를 수없이 넘기고 우디와 장난감 친구는 무사히 어린이집을 탈출, 집으로 돌아온다. 이별을 수용하지 못하면 랏소처럼 원망과 분노의 화신이 된다는 것을, 그 결과 타인은 물론 자기 자신까지도 고통에 빠뜨린다는 걸 배운 장난감은 기꺼이 앤디를 떠나보내기로 한다. 다락방에서나마 즐겁게 살아가자고 서로를 격려한다.

그런 동료를 남겨두고 앤디와 함께 대학으로 떠나게 된 우디의 마음은 편하지 않다. 기숙사에 따라간다 해도 앤디가 어린 시절처럼 놀아주지 않으리라는 것을 우디는 잘 알고 있다. 강의실과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느라 얼굴 볼 시간도 많지 않겠지만, 예쁜 여자 친구까지 생긴다면 책상 위에 우두커니 홀로 앉아 빈방을 지키게 될 날이 얼마나 많을까.

마침내 집을 떠나는 날, 장난감 친구들을 어찌하면 좋을지, 앤디는 다시 고민한다. 착한 아이가 잘 갖고 놀아준다면 다락방에 두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 장난감들도 그걸 원하고 있는 게 아닐까. 앤디는 결국 상자 위에 적혀 있는 주소대로 보니의 집에 들러 장난감을 건네준다. 사이좋은 감자 인형 부부, 세상에서 제일 무시무시한 공룡 렉스, 허리가 늘어나는 스프링 개 슬링키, 악당 돼지 저금통 꿀꿀이 박사 햄, 피자 행성에서 온 세쌍둥이 아기 외계인 그리고 카우보이 소녀 제시와 우주 전사 버즈 라이트이어. 그런데 박스 맨 아래, 분명 따로 챙겨놓았던 우디가, 왜 그곳에 있는 것일까.

어린 시절과 헤어질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건 다른 누구도 아닌, 대학 기숙사에 우디를 데려가고 싶어 했던 앤디였을지도 모른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아이의 마음을 너무 잘 아는 우디는 그래서 한편으론 행복했고, 다른 한편으론 걱정스러웠다. 앤디가 진짜 어른이 되려면 더는 장난감과 함께하면 안 되는 게 아닐까. 앤디가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는 게 아닐까.

우디는 선택한다. 보니의 친구가 되어주기로, 앤디에게 그랬던 것처럼 보니의 유년 시절을 지켜주기로, 그렇게 친구와 함께 남아 장난감의 인생을 계속 살아가기로. 이 모든 것이 우디의 결정인 걸 알 리 없지만 그의 선택을 존중한다는 듯, 잠시 망설이던 앤디는 보니에게 자신이 가장 사랑했던 친구를 맡긴다.

“고마웠어, 얘들아.”

“잘 가, 좋은 친구.”

앤디는 유년 시절 친구들의 배웅을 받으며 미래를 향해, 어른의 세계로 떠난다. ‘토이 스토리’ 1편부터 함께하며 마음과 몸이 성장해온 관객이라면 눈시울이 촉촉이 젖을 명장면이다.

‘토이 스토리’ 시리즈는 디즈니 픽사가 어린이와 어른 모두에게 선물한, 최고의 감동과 스토리를 보여주는 애니메이션이다. 1995년에 1편이, 1999년에 두 번째 이야기가, 그리고 2010년에 세 번째 작품이 발표됐다. 올해 개봉한 4편도 전작과 마찬가지로 속편은 별 볼 일 없다는 편견을 시원하게 깨주는 수작이었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이별이다. 열 달 동안 머물렀던 엄마의 자궁을 떠나면서 인생이 시작된다. 그 후 얼마나 많은 이별을 겪어야 하는지. 젖꼭지와도 이별, 기저귀와도 이별해야 한다. 눈물, 콧물 흘리며 발버둥치기를 반복해본들 이별에는 쉽게 내성이 생기지 않는다. 그래도 정든 것을 떠나보내고 나면 빈자리에 새로운 장난감, 새로운 친구가 찾아온다. 그제야 아이들은 세상이 끝난 것처럼 터뜨렸던 울음을 뚝 그치고 낯선 세계를 향해 눈을 빛낸다. 그렇게 수많은 이별을 경험하며 아이들은 조금씩 성장한다.

어른이 된다는 건 가장 소중한 것과도 언젠가는 헤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뜻이다. 그리고 수없이 반복된 가슴 아픈 이별 중에서 사랑하는 사람의 성장과 발전을 축하하며 기쁘게 떠나보내던 순간은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인다.


▒ 김규나
조선일보·부산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 소설 ‘트러스트미’ 저자

김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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