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모델 3’ 내부. 차와 관련된 모든 기능을 센터패시아 위에 달린 디스플레이에서 조작할 수 있다. 사진 테슬라
테슬라 ‘모델 3’ 내부. 차와 관련된 모든 기능을 센터패시아 위에 달린 디스플레이에서 조작할 수 있다. 사진 테슬라

벌써 12월이다. 2019년도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이맘때면 늘 느끼는 것이지만 시간이 참 빨리 간다. 새해가 됐다고 여기저기 인사를 건네고 덕담을 나누던 게 엊그제 같은데 또 다른 새해가 코앞이라니. 새해가 되고 나이를 먹는 건 아쉽고 싫지만 한편으로 미래에 다가가는 것 같아 설레기도 한다.

특히나 자동차 업계는 하루가 다르게 빠른 속도로 미래에 가까워지고 있다. 상상으로만 그리던 미래 기술을 눈앞에 마주하는 것만큼 신나는 일은 없다. 2019년엔 어느 해보다 다양한 자동차가 국내에 출시됐다. 길이가 4m를 조금 넘는 작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부터 5m를 훌쩍 넘는 커다란 픽업트럭 그리고 새로운 전기차가 날 신나게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내 가슴을 뛰게 했던 건 미래에 바짝 다가간 것 같은, 첨단 기술을 품은 자동차다.

그중 가장 미래적인 자동차를 꼽으라면 단연 테슬라 ‘모델 3’다. 모델 3는 일단 문 여는 방법부터 새롭다. 신용카드처럼 생긴 검은색 스마트키를 B 필러(자동차 앞뒷문 사이에서 지붕을 받치는 기둥 부분) 카메라 아래쪽에 대면 잠금이 해제된다. 오너라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 차를 등록한 다음 스마트폰을 열쇠로 쓸 수 있는데, 스마트폰을 지닌 채로 차에 다가가면 잠금이 해제되고 차에서 멀어지면 자동으로 잠긴다.

이렇게 차를 타면 낯선 모습에 잠시 어리둥절해진다. 버튼이라곤 찾아볼 수 없고 운전대 너머에 있어야 할 계기반도 보이지 않는다. 센터패시아(중앙 조작 부분) 위에 커다란 디스플레이가 달려있을 뿐이다. 차와 관련된 모든 기능을 이 디스플레이에서 조작할 수 있다. 문를 여닫거나 창문을 올리고 실내 온도를 조작하는 것 모두 디스플레이에서 해야 한다.

여느 테슬라 모델처럼 시동 버튼도 따로 없다. 스마트키를 센터 콘솔에 올리고 변속레버를 ‘D’로 바꾼 다음 가속 페달을 밟으면 슬금슬금 움직인다. 속도나 주행 가능 거리 같은 정보는 커다란 디스플레이 왼쪽에 뜬다. 헤드업디스플레이가 없어 오른쪽을 힐끗거리며 운전하는 게 낯설고 어색하다.

“모델 3는 자동차 같지가 않아요. 꼭 아이패드 같아요.” 모델 3를 시승하고 온 후배가 한 말이다. 모델 3의 운전대를 잡고 가상의 엔진소리를 들으며 달리자마자 후배의 말이 이해됐다. 오히려 내가 운전대를 쥐고 운전하는 게 이상할 정도다. 모델 3는 스스로 차선을 바꾸는 재주도 챙겼다. 준자율주행 상태에서 왼쪽 방향지시등을 켜면 스스로 도로 흐름을 파악해 차선을 바꾼다. 스스로 달리는 것도 모자라 차선까지 바꾸다니…. 두 손가락으로 운전대를 까딱거리며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가 운전을 하고 있는 걸까?’


벤츠 ‘EQC’는 계기반과 센터패시아 모니터를 하나로 연결했다. 사진 메르세데스-벤츠
벤츠 ‘EQC’는 계기반과 센터패시아 모니터를 하나로 연결했다. 사진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A6’는 센터패시아를 디스플레이 두 개로 정리했다. 사진 아우디
아우디 ‘A6’는 센터패시아를 디스플레이 두 개로 정리했다. 사진 아우디

찰떡같이 알아듣는 대화 상대 자동차

메르세데스-벤츠 ‘EQC’ 역시 모델 3와 마찬가지로 전기차다. 하지만 실내는 모델 3처럼 간단하지 않다. 무엇보다 물리적인 버튼이 모델 3보다 많다. 그런데도 미래 자동차처럼 느껴지는 건 대시보드에 가로로 길게 놓인 디스플레이 때문이다. 벤츠는 계기반과 센터패시아 모니터를 하나로 연결했다. 하지만 완전히 하나는 아니다. 운전대 너머로 보이는 디지털 계기반은 터치가 되지 않는다. 오른쪽 디스플레이만 터치가 된다. 그러니까 두 개의 디스플레이를 티 나지 않게 연결한 셈이다.

두 디스플레이의 역할은 분명하다. 왼쪽 디지털 계기반은 속도나 주행 거리 등 주행과 관련된 정보를 띄우고, 오른쪽 디스플레이는 지도나 실내 온도, 오디오 소스 등을 보여준다. 두 디스플레이는 운전대에 달린 버튼이나 센터콘솔 앞에 놓인 터치패드로 조작할 수 있는데, 실내 온도를 조절하거나 라디오를 듣고 전화를 거는 걸 말로 할 수도 있다. 사실 음성인식 기능이 완전히 새로운 기술은 아니다. 요즘은 많은 자동차에서 말로 각종 기능을 조작할 수 있다.

하지만 메르세데스-벤츠의 음성인식 기능은 꽤 똑똑하다. 라디오나 에어컨을 켜라는 단순 명령은 물론 “나 좀 추워” “오디오 소리가 좀 큰 것 같아” 같은 복잡한 말도 찰떡같이 알아듣는다.

운전석과 조수석의 목소리를 가려듣는 것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운전석에서 “나 좀 추운 것 같아”라고 말하면 “운전석 에어컨을 끄겠습니다”라고 답하고, 조수석에서 “나 좀 더운 것 같아”라고 말하면 “조수석 온도를 22℃로 낮추겠습니다”라고 대답한다. 자동차와 대화하며 달리는 느낌이랄까. 미래에는 정말 자동차와 심도 있는 토론을 나눌 수도 있지 않을까.

아우디 ‘A6’ 역시 두 개의 디스플레이로 깔끔하게 정리한 센터패시아 덕에 미래 자동차 분위기가 물씬 난다. 계기반 가득 지도를 채울 수 있는 버추얼 콕핏은 최신 기술이 아닌데도 오래된 느낌이 들지 않는다. 운전대에 달린 버튼으로 간단하게 버추얼 콕핏을 조작할 수 있는데, 내비게이션을 시작하면 버추얼 콕핏 속 지도에서도 길을 안내한다.

3D 카메라는 A6를 미래와 가까워 보이게 하는 기술이다. 후방 카메라와 360° 카메라 화면을 3D로 볼 수 있다. 위쪽 디스플레이에서 360° 카메라를 누른 다음 3D를 터치하면 주변 상황이 3D로 보인다. 그 상태에서 차를 돌려 가며 360°로 주변을 살필 수도, 앞이나 옆쪽 상황을 따로 볼 수도 있다. 오른쪽에는 하늘에서 보는 것 같은 화면도 동시에 떠 주변을 살피기가 수월하다.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무선으로 연결할 수 있는 것도 새롭다.

요즘 많은 자동차가 첨단 기술을 품고 등장한다. 2020년엔 어떤 새롭고 신박한 기술이 내 가슴을 뛰게 할까. 어떤 자동차가 우리를 미래로 인도할까. 그런데 혹시 그것 아시나? 자동차 회사가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돈을 절약할 수 있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