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바이크가 고속도로를 달리든 못 달리든 고속도로의 난폭운전자 비율은 똑같다. 무엇을 탔느냐보다 ‘누가’ 탔느냐가 중요하다. 사진 양현용
모터바이크가 고속도로를 달리든 못 달리든 고속도로의 난폭운전자 비율은 똑같다. 무엇을 탔느냐보다 ‘누가’ 탔느냐가 중요하다. 사진 양현용

최근 모터바이크 라이더 사이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이륜차 고속도로 진입 제한 폐지다. 1월 26일 자유한국당 김학용 의원이 발의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배기량 260㏄를 초과하는 대형 오토바이가 자동차전용도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현행법은 경찰차·구급차·소방차 등 긴급 자동차를 제외한 모든 이륜자동차의 자동차전용도로 통행을 금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온라인상에서는 대형 이륜차의 자동차전용도로 진입 허용에 대한 찬반 논의가 활발하다. 물론 대부분의 의견이 바이크에 대한 혐오와 감정싸움으로 흐르고 있어 안타깝다.

지난 50년간 국내 고속도로에서 모터바이크를 접하긴 쉽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대중에게는 모터바이크 하면 차량 사이로 지그재그 운전하며 지나가던 배달용 스쿠터가 가장 보편적인 인상일 것이다. 이걸 고속도로에서 만나야 한다면? 상상만으로도 진저리치는 반응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많은 사람의 착각 중 하나가 모터바이크로 난폭운전하는 게 모터바이크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모터바이크를 운전하는 사람의 문제다. 과속하고 난폭운전을 일삼는 라이더가 과연 자동차를 타면 갑자기 얌전하게 운전할까? 배달 차량 운전도 마찬가지다. 만약 서울에서 원동기와 이륜차 운행을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모든 배달을 자동차로 한다고 가정해보자. 아마도 지금의 배달 스쿠터처럼 차량 사이를 ‘칼치기(차선 급변경)’ 운전하며 틈만 나면 비집고 들어올 것이다. 모터바이크가 고속도로를 달리든 못 달리든 고속도로의 난폭운전자 비율은 똑같다. 무엇을 탔느냐보다 ‘누가’ 탔느냐가 중요하다. 걸러야 한다면 차종이 아니라 사람을 거르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2015년 모터바이크의 고속도로 진입금지에 대해 제기한 위헌소송에서 헌법재판소는 만장일치로 합헌 판결을 내렸는데, 불안정한 구조의 두 바퀴 모터바이크를 고속도로에서 운전하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이란 이유를 들었다. 그럼 라이더들은 왜 위험한 고속도로를 모터바이크로 달리고 싶은 걸까? 아이러니하게도 고속도로가 안전하기 때문이다. 국내에는 기본적으로 고속도로는 위험한 도로라는 인식이 있다. 애초에 우리는 고속, 즉 빠른 속도라는 단어로 고속도로를 정의한다. 이 고속도로를 미국은 프리웨이(freeway), 독일은 아우토반(autobahn), 이탈리아는 아우토스트라다(autostrada), 영국은 모터웨이(motorway) 등으로 부르지만 어디에도 고속(高速)의 의미는 없다.

애초에 고속도로는 교통의 흐름을 원활하게 만든 도로에서 시작됐다. 그래서 신호등과 횡단보도가 없다. 그렇게 흐름이 원활하고 안전한 도로다 보니 더 빨리 달려도 안전해서 제한 속도가 높아진 것이지 빠르게 달리는 게 목적인 도로가 아니다. 각 구간에 따라 안전한 속도를 정해줄 뿐이다. 자동차에 안전한 도로라는 것은 모터바이크에도 마찬가지다. 사고의 대부분이 발생하는 교차로가 없다는 것, 불법유턴 신호위반이 없다는 것이 얼마나 안전한지는 모두가 경험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말이 가지는 힘이란 것이 참 무섭다. 우리는 고속이라는 단어 때문에 안전한 도로라는 인식 이전에 빠른 도로라는 이미지가 더 강하다. 그리고 빠르니까 위험하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일반도로와 비교해 훨씬 안전한 도로이며 사고율도 낮고 이륜차의 이동거리와 비교해 사망자 수가 자동차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적다는 통계 기반의 팩트는 중요하지 않게 된다.

간혹 모터바이크의 고속도로 통행을 허용하는 나라는 운전자의 의식수준이 높은 교통 선진국이니 가능한 일이고 우리나라는 운전자와 라이더의 의식수준이 그들에 비해 부족하니 금지하는 것이 옳다는 의견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운전자 의식이 중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가나, 방글라데시보다 낮다는 지나치게 자조적인 결과가 된다. 심지어 북한도 150㏄ 이상 모터바이크의 고속도로 주행이 가능한데 말이다.


라이더는 외계인이 아니다

자동차전용도로는 더 가관이다. 1992년부터 자동차전용도로에서 이륜자동차가 달릴 수 없게 됐다. 대표적으로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가 있고 서울과 지방을 연결하는 많은 도로가 자동차전용이다. 라이더라면 지방에서 바이크를 타다 갑자기 마주치는 자동차전용도로에 당황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나마 법으로는 우회도로가 있어야 하는데도 우회도로 없는 전용도로가 수두룩하다. 바이크를 타고 달리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자동차전용으로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위법을 행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갈림길에서 좌로 가면 자동차전용도로, 우로 가면 고속도로인 곳도 있다. 125㏄ 이하를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하고 그 이상은 이륜자동차로 분류하며 세금을 걷으면서 굳이 자동차전용도로에서 이륜자동차를 따로 배제하는 것은 이치에도 맞지 않고 전 세계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정책이다.

모터바이크를 즐기는 라이더라면 어떠한 사고든 속도가 높아질수록 위험하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서 대부분의 라이더는 스스로가 방어운전을 한다. 이륜차의 고속도로 진입 제한이 폐지되면 바이크의 과속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하지만 현재의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제한 속도를 시속 60㎞ 이상 초과하면 한 방에 벌점 60점에 면허정지 60일이고 이렇게 쌓인 벌점이 1년 동안 121점이 넘으면 가차 없이 면허가 취소된다.

사실 톨게이트를 통과하는 것 말고는 빠져나갈 구멍이 없는 고속도로인 만큼 난폭운전과 과속을 단속하기 좋은 곳도 없다. 입구톨게이트에서 출구톨게이트까지의 거리 대비 찍히는 시간으로 과속 여부를 측정하는 방식을 본격적으로 도입해도 좋겠다. 라이더의 고속도로 통행에 대한 권리 주장은 빠르게 달려서 더 짜릿함을 얻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안전한 도로를 선택할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다. 이것이 특별히 어렵거나 특이한 요구가 아니라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가 하는 대로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해보자는 얘기다.

라이더는 단지 모터바이크를 탈 뿐 외계인이 아니라 여러분의 평범한 이웃이다. 서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시기다.

양현용 월간 ‘모터바이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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