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크스바겐 비틀은 대중적인 클래식카 시장에서 인기가 높다. 사진 폴크스바겐
폴크스바겐 비틀은 대중적인 클래식카 시장에서 인기가 높다. 사진 폴크스바겐

레트로와 복고 같은 문화 코드가 주목받으면서 자동차 역시 예전 것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회 소비의 주류로 자리 잡은 40대 이상이 향수가 깃든 물건을 다시 수집하는 것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히스토리 채널의 미국 예능 프로그램 ‘전당포 사나이들(폰스타)’이 온라인 기준 시청 횟수 1억회가 넘었고, 비슷한 테마의 ‘트레저 헌터’가 30~40대 이상 세대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시점은 4~5년 전부터다. 점점 간편해지고 첨단 기능이 모두 탑재된 물건(자율 주행 기능이 탑재된 자동차, 생활필수품이 된 스마트폰 등)이 등장하면서 예전에 봤던 혹은 경험했던 것을 그리워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국내 소비자의 특성상 옛것보다 최신 제품을 선호하는 층은 꾸준하지만 몇 년 전부터 오래된 자동차 모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클래식카 관련 카페나 커뮤니티가 늘어나고 오프라인 자동차 모임에서도 예전 모델에 대한 향수담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이런 현상은 기형적인 한국 자동차 시장의 흐름에 염증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그러나 정상적인 의미의 클래식카를 찾기란 쉽지 않다. 더군다나 원형 보존에 상관없이 무조건 오래된(20년 정도만 넘으면) 차를 가리켜 올드카 혹은 클래식카라고 부르는 것이 최근의 추세다.

국제 시장에서 클래식카라고 불릴 수 있는 가장 최소 조건은 전자식 연료분사 시스템(인젝터)이 나오기 전인 1975년 생산분까지다. 연대를 구분하는 기준인데, 통상 기화기 방식(카뷰레터)인 차까지 클래식 범위에 들어가고 이후 전자식 연료분사 시스템이 탑재된 차는 아직 클래식이라고 부르기 애매하다. 반면 독일 기준은 조금 더 범위가 넓다. 국제 클래식카 기준과 달리 독일은 단종 25년을 기준으로 안쪽이면 영타이머(Young-Timer), 그 이상이면 올드타이머(Old-Timer)라고 부른다. 더 대중적인 모델이 폭넓게 해당하며 매년 영타이머에서 올드타이머로 넘어가는 모델이 누적된다.

일단 한국 차 중에 국제 클래식카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모델은 포니의 초기 생산형이 유일하다. 포니 이전에도 조립 생산했던 차들이 있지만 국내에서는 거의 찾을 수 없다. 독자 모델이라는 상징성을 지닌 포니는 대중적이긴 하지만 우리에게는 여러모로 의미 있는 모델이다.

일본의 경우 국제 클래식카 시장에서의 인정은 아니더라도 오래된 내수형 차의 거래가 매우 활발하고 시장도 탄탄하다. 남아 있는 수가 많아서 그렇긴 하지만 일본의 클래식카 시장은 유럽이나 미국 출신의 고가모델 외에도 내수형 모델이 탄탄하게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여기에 몇 년 전 출범한 일본의 자동차 경매 기업 BH 옥션은 자국 생산 모델(내수 모델과 상용차)의 가격 방어와 인지도 형성에 큰 몫을 하고 있다.


1 여러 가지 의미가 깊은 포니는 원형 상태를 간직한 차를 국내에서 거의 볼 수 없다. 사진 황욱익 / 2 일본은 오래된 상용차도 탄탄한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다. 사진 황욱익 / 3 BMW 3시리즈 중 코드네임 E30은 올드타이머의 대표 주자다. 사진 BMW
1 여러 가지 의미가 깊은 포니는 원형 상태를 간직한 차를 국내에서 거의 볼 수 없다. 사진 황욱익
2 일본은 오래된 상용차도 탄탄한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다. 사진 황욱익
3 BMW 3시리즈 중 코드네임 E30은 올드타이머의 대표 주자다. 사진 BMW

시대 변하면 클래식카에 대한 기준도 변해

일본과 유럽, 미국의 클래식카 시장은 좀 더 세분돼 있다. 반드시 1975년까지만 ‘클래식카’ 범주에 넣는 것이 아니라 1980년대와 1990년대 생산 모델까지도 넓은 의미의 클래식카에 포함시킨다.

핫 로드를 포함한 전통 클래식카 분야가 보다 세분돼 있는 미국은 1980년대부터 1990년대에 생산된 차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꾸준하다. 일본도 마찬가지이며 유럽 역시 ‘넘사벽 클래식카’ 시장만큼 20세기 말에 생산된 차 가격이 꾸준하게 오르고 있다.

일본은 아예 ‘네오 클래식’이라는 자기들만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데 전통적인 고가의 클래식카 시장만큼이나 활발하게 움직이는 중이다. 거품 경제가 극에 달하던 시절에 등장한 차와 기술력을 경쟁하던 일본산 스포츠카가 그 주역이다.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생산된 차가 그동안 인기가 없었던 것은 기계식보다 구조가 복잡하고 전자식이 혼합된 형태 때문이었다. 기계식에 향수가 있는 층은 전자식과 혼합된 1980년대 이후 차는 기계적인 감성이 부족하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자동차를 즐기는 연령이 비교적 넓어지면서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생산된 차의 수요가 최근 2~3년 사이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이른바 클래식카 시장의 연령대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반면 국내 클래식카 시장은 거의 전무하다고 보는 편이 맞다. 신차 교환 주기가 짧고 폐차 비율이 높은 게 가장 큰 이유다. 1980년대까지 가지 않더라도 1990년대에 생산된 차를 찾기란 쉽지 않다. 사회적인 특성상 수가 적기도 하지만 막상 20년 이상 된 모델을 찾았다 해도 정체불명의 대체 부품으로 점철된 경우가 허다하다. 물론 단종된 부품이 많아 어쩔 수 없이 다른 차의 부품을 이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이런 차가 마치 오리지널인 양 대우받는 일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필요에 의해서 이런 차가 생겨나고 우리네 시장 구조가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여러 가지 아쉬운 부분이 많다. 국내에서 클래식카가 제대로 대우받으려면 단순히 움직이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원형을 얼마나 간직하고 있느냐도 따져봐야 할 것이다.

황욱익 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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