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얄알로이가 만든 스쿠터 ‘GP125’의 주행 모습. 사진 로얄알로이
로얄알로이가 만든 스쿠터 ‘GP125’의 주행 모습. 사진 로얄알로이

출근길 도로 위에서 운전자 혼자 타고 있는 승용차를 쉽게 볼 수 있다. 우리에겐 흔한 모습이라 위화감을 느끼지 못하지만, 보통 100㎏도 되지 않는 사람이 이동하기 위해 1t이 넘는 자동차가 움직인다. 이게 얼마나 비효율적인 일인지는 잠시만 생각해봐도 알 수 있다.

매년 도로는 점점 혼잡해지고 미세먼지며 주차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대중교통을 거론하지만, 자가용을 통해 이미 이동의 자유로움을 맛본 사람에게 대중교통은 대안이 되지 못한다. 자원 낭비, 환경오염, 주차난 등 자동차로 인해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의 해답은 의외로 쉬운 곳에 있다. 우리 모두 스쿠터를 타면 된다.

스쿠터는 ‘서둘러 가다’는 의미의 영어 단어(scoot)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이는 스쿠터의 기동성을 잘 나타낸다. 현재 운행되는 스쿠터의 형태는 1946년 이탈리아 피아지오가 선보인 ‘베스파’가 그 기원이다.

모터사이클의 엔진을 시트 아래로 옮기고 엔진이 있던 자리에 발판을 만들어 두 발을 모으고 탈 수 있다. 앞쪽에 방패 모양 판을 덧대 흙이 튀는 걸 막았다. 이러한 구조 덕에 스쿠터는 쉽게 옷이 더러워지거나 구두가 상하지 않아 패션에 민감한 젊은이들에게 사랑받기 시작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빠르게 유럽 전역으로 인기가 확대됐으며 이러한 인기로 영국 모드문화(맞춤형 정장과 소울 음악을 즐기며 스쿠터를 타는 문화)의 중심이 된다.

처음에는 수동 기어를 사용했지만, 사용의 편리함을 위해 원심클러치에 ‘V 자 벨트’ 방식의 무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하며 현재 스쿠터의 형태가 완성됐다. 세계로 퍼져나간 스쿠터는 서민의 발이 되고 생활 속에 녹아들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이렇게 스쿠터를 비롯한 소형 이륜차가 시장에 안착한 후 자동차로 넘어가는 순서를 겪은 데 반해 한국은 이륜차의 과정이 생략되고 바로 자동차가 보급됐다. 그렇다 보니 한국 운전자들은 도로에 스쿠터가 늘어나는 것 자체가 반갑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다만 국내에도 스쿠터가 큰 인기를 끈 시기가 있었다. 2000년대 초반에 불었던 클래식 스쿠터 붐이다. 당시 젊은층을 중심으로 예쁘고 편리한 클래식 스쿠터가 인기를 끌며 스쿠터의 대중화가 시작됐고 대학생들의 등하교와 직장인들의 출퇴근 목적으로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인기에 급제동을 건 것은 다름 아닌 조악한 품질의 중국산 스쿠터였다. 사실 중국 제조 자체는 문제가 아니었다. 당시 국내 업체들이 중국 공장에 의뢰해 제작한 클래식 스쿠터는 외형만 그럴싸했지 속은 저질 복제 부품들을 이용하고 원가를 줄여 최대한 싸게 만든 것이었다. 이런 저질 제품들이 시장에 풀리면서 낮은 내구성과 성능으로 문제를 일으키고 나아가 안전까지 위협하면서 스쿠터는 조잡하고 위험하다는 부정적인 인식만 키우면서 잘 커가던 시장을 한 방에 무너뜨렸다.

이때 좋은 제품들로 시장 형성이 잘됐다면 대중의 이륜차에 대한 인식 자체가 달라질 수 있었던 기회였는데 일부 업자들의 욕심으로 인해 무너진 것이 안타깝다. 하지만 그 이후 업계의 자정 작용과 더불어 점점 까다로워지는 환경규제와 안전규제로 이제 저질 스쿠터는 발을 붙일 수 없게 됐다. 비록 시장 규모는 줄었지만, 소비자들도 저질 제품에 현혹되지 않는 성숙한 시장이 됐다.


보지 못한 세상 보게 만드는 스쿠터

사실 스쿠터는 장점이 많다. 스쿠터의 첫 번째 장점은 기동성이다. 작은 크기와 민첩한 발놀림으로 복잡한 도심에서 한발 빠르게 이동할 수 있어 소중한 시간을 절약해준다. 이는 신호를 준수하고 차량 사이로 무리하게 운전하지 않더라도 성립되는 얘기다. 두 번째는 저렴한 운행 비용이다. 기종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ℓ당 30~40㎞는 충분히 넘는 뛰어난 연비를 내며 간단한 구조 덕분에 유지비가 저렴하다.

세 번째는 넓어지는 생활 반경과 갈 수 있는 곳이 많아진다는 점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걸어가기 애매하고 자동차는 주차할 곳이 없어 가지 못하던 곳을 편하게 갈 수 있게 된다. 이전에는 보지 못한 세상을 볼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 이는 스쿠터의 가장 큰 매력이다.

만약 너무 작은 스쿠터가 불안하다면 스쿠터의 편리함을 중심으로 크기를 키워 안락함과 안정성을 키운 맥시스쿠터도 좋은 선택이다. 배기량은 250~850㏄로 다양하다. 더 넓은 수납 공간과 향상된 주행 성능은 시내 주행뿐 아니라 주말에는 교외로의 투어도 가능하다. 다만 배기량이 커진 만큼 2종 소형면허가 별도로 있어야 한다.

기동성과 경제성을 갖추었음에도 스쿠터는 역시 불안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몸이 외부로 노출된 특성 때문에 사고 시 위험한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스쿠터를 탈 때도 헬멧은 물론 글러브와 재킷 등 라이딩 기어를 착용해야 한다.

최근에는 일상복처럼 자연스러운 디자인의 라이딩 기어도 많다. 작고 민첩한 스쿠터는 과속, 신호 위반 등 무리한 주행을 하지 않고 기본적인 방어운전만 해도 사고 확률이 크게 낮아진다. 최근 서울 시내 도심 제한속도를 시속 50㎞로 낮춘 것도 스쿠터에 유리한 변화다. 한결 여유로운 차량 흐름 속에서 더 안전하게 스쿠터를 운행할 수 있다. 요즘에는 125㏄급 스쿠터에도 브레이크 잠김 방지 장치(ABS)나 연동 브레이크가 기본으로 탑재되면서 스쿠터 사고의 원인인 부족한 제동 안정성이 크게 향상됐다.

사실 스쿠터의 보급을 막는 가장 큰 걸림돌은 스쿠터, 나아가 모터바이크 자체를 하위 교통수단으로 보는 시선이다. 서로가 도로를 공유하는 만큼 모두를 평등한 시선으로 존중할 때 성숙한 교통문화가 만들어질 것이다. ‘드라이버’가 ‘라이더’로 입장을 바꿔보면 상대를 좀 더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시작은 조금 어려울 수 있다. 약간의 용기도 필요하다. 하지만 스쿠터를 통해 만나게 될 새로운 세상은 분명 그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지금까지 작은 스쿠터 한 대가 열어준 새로운 세상에 매혹돼 삶의 방향까지 바뀐 사람을 수없이 많이 보아왔다. 이것이 내가 스쿠터 예찬론을 부르짖는 이유다.

양현용 월간 ‘모터바이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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