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PGA 투어 장타 1위에 오른 카메론 스미스의 티샷 모습. 스미스는 평균 317.9야드를 치는데 이는 드라이버 외에 우드나 아이언을 사용해 티샷한 값도 포함돼 있는 평균값이다. 스미스는 마음먹고 치면 350야드는 가볍게 날릴 수 있다. 사진 미국 골프다이제스트
지난 시즌 PGA 투어 장타 1위에 오른 카메론 스미스의 티샷 모습. 스미스는 평균 317.9야드를 치는데 이는 드라이버 외에 우드나 아이언을 사용해 티샷한 값도 포함돼 있는 평균값이다. 스미스는 마음먹고 치면 350야드는 가볍게 날릴 수 있다. 사진 미국 골프다이제스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매년 4월에 열리던 마스터스가 올해는 11월로 연기됐다. 올해 마스터스의 핫 이슈 중 하나는 대회 코스인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이 코스 길이를 또 늘릴 것이냐는 것이었다.

특히 비거리 300야드(약 270m) 이상인 장타자들이 쇼트 아이언이나 심지어 웨지로도 가볍게 투온에 성공하는 파5홀인 13번홀(510야드)이 어떻게 바뀔 것이냐에 관심이 쏠렸다. 3년 전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은 13번홀 티잉 구역과 붙어 있는 오거스타 컨트리클럽의 땅을 거액에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티잉 구역을 뒤로 당기기 위한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관측이 계속 나왔고 올해 그 모습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마스터스에서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은 파72, 전장 7475야드로 플레이됐다. 10년 단위로 코스 길이 변화를 보면 1940년 6800야드, 1950년 6900야드, 1960년 6980야드, 1970년 6980야드, 1980년 7040야드, 1990년 6905야드, 2000년 6985야드, 2010년 7435야드였다.

타이거 우즈가 1997년 마스터스에서 압도적인 장타를 앞세워 18언더파라는 기록적인 스코어로 우승하자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은 급격히 코스 전장을 늘리기 시작했다. 마스터스에서  최다승(6승)을 기록한 잭 니클라우스는 “이러다가 오거스타 시내 중심가에서 티샷하는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니클라우스는 “코스 길이를 더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으니 공의 성능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선수들의 비거리 증가에 따라 대회 코스 전장을 늘리는 악순환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2월 5일 전 세계 골프 규칙을 관장하는 미국골프협회(USGA)와 영국왕실골프협회(R&A)가 비거리에 관한 보고서 ‘디스턴스 인사이츠 프로젝트(Distance Insights Project)’를 내놓았던 것도 이런 해묵은 과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지난 100년간 골퍼들의 비거리와 골프 코스가 꾸준히 증가했다. 이러한 지속적인 상승은 골프의 장기적인 미래에 바람직하지 않다. 장비와 공의 비거리를 제한할 수 있는 로컬 룰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 보고서의 요지다.

USGA와 R&A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클럽과 공에 대한 광범위한 검토를 할 것”이라며 “45일 이내에 연구 주제를 설정하고 1년 동안 골프용품 제조사 등 당사자들의 의견을 청취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고 투어가 재개되면 이 같은 논의가 이어질 것이다.

‘뻥골프 제한’은 생각보다 훨씬 뜨거운 감자다. 적지 않은 선수들과 골프용품 업체들은 USGA와 R&A 등의 용품에 대한 비거리 성능 제한 움직임이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남자 골프를 대표하는 베테랑 중 한 명인 필 미켈슨(미국)은 “선수들이 체육관에서 열심히 운동해서 드라이브 샷 비거리가 늘었는데 이를 원상복구시키자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나아가 “골프는 유일하게 아마추어를 관장하는 기구의 통제를 받는 스포츠다. 우리는 그들의 잘못된 결정과 싸워왔다”고도 했다. 제이슨 데이(호주)는 “우리가 왜 짧게 치기를 원하는지 모르겠다. 장타만큼 관중들의 이목을 끄는 건 없기 때문에 규제해선 안 된다”라고 했다. 또한 비거리 증가에서 체계적인 스윙 이론의 발전과 점점 더 단단해진 페어웨이의 영향도 크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비약적으로 늘어나는 선수들의 비거리와 코스 길이의 불균형은 2000년대 들어 두드러졌다. 1990년 중반부터 2003년 사이 빅헤드 티타늄 드라이버와 스프링 효과의 증대 그리고 골프 공의 획기적 성능 향상이 이어지면서 비거리 혁명이 일어났다.

2002년까지 PGA 투어에서 평균 비거리 300야드를 넘기는 선수는 존 댈리(미국)가 유일했지만 2003년 PGA 투어와 유러피언 투어 장타 상위 20명의 평균 비거리는 303야드였다. 2018년에는 상위 20명의 평균 거리는 310야드, 전체 평균도 294야드나 됐다. 이에 비해 이 기간 코스 길이는 연간 5야드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10년대 상위 10%에 해당하는 코스의 길이는 약 7200야드였고, 평균 코스 길이는 6700~6800야드였다.

USGA와 R&A가 이번에 공동으로 펴낸 보고서는 엘리트 수준 선수들의 스윙 스피드는 145마일(233㎞), 볼 스피드는 215마일까지 증가할 수 있고, 비거리도 400야드가 넘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의 입장은 어떨까. 우즈는 이전에는 골프 공의 성능 제한에 동조하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입장에 미묘한 변화가 생긴 듯하다. 그는 지난 2월 이와 관련한 질문에 “사람들은 골프가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즐거운 게임이기를 원한다. 헤드가 큰 클럽은 즐거움을 더해준다”며 “이런 사람들의 요구와 균형을 맞추면서 장비를 규제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우즈는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용품의 비거리 제한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내가 은퇴하고도 한참 뒤의 일이겠지만 프로 선수들은 일반 아마추어들과는 다른 장비를 사용하게 될 것같다”고 했다. 이는 용품 업체들이 가장 우려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제까지 골프 테크놀로지의 발전과 용품의 성능 향상은 세계 정상급 선수들의 플레이를 통해 입증되고 널리 알려져왔다. 그래서 골프 용품 업체들이 거액을 들여 특급 선수들을 후원해 온 것이다. 그런데 주고객인 주말골퍼들이 프로 골퍼와 다른 장비를 사용하게 된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지는 것이다. ‘투어 부적합’이란 딱지가 붙은 골프용품 사용을 꺼리는 심리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2000년대 들어 드라이버는 첨단 소재, 점점 커지는 헤드로 비거리 증대에 기여했다. 사진 민학수 조선일보 기자
2000년대 들어 드라이버는 첨단 소재, 점점 커지는 헤드로 비거리 증대에 기여했다. 사진 민학수 조선일보 기자
로리 매킬로이는 덩치가 크지는 않지만 탄탄한 근력과 유연성 덕분에 장타를 날린다. 사진 골프먼스리
로리 매킬로이는 덩치가 크지는 않지만 탄탄한 근력과 유연성 덕분에 장타를 날린다. 사진 골프먼스리

민학수 조선일보 스포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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