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는 극장에서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픽사와 마블, 스타워즈 등의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디즈니 플러스를 선보이고 있다.
디즈니는 극장에서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픽사와 마블, 스타워즈 등의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디즈니 플러스를 선보이고 있다.

디즈니만이 하는 것
로버트 아이거|안진환 옮김|쌤앤파커스
1만9800원|416쪽|5월 4일 발행

월트 디즈니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있을까. 통쾌하게 악당을 물리치는 어벤져스의 모습과 ‘겨울왕국’의 엘사, 안나 자매가 팍팍한 현실을 이겨나가는 과정을 더는 볼 수 없다고 생각하면 이 세상은 훨씬 지루해질 것 같다. ‘개천에서 용 나는 꿈’이 사라진 현실에서 대책 없는 희망이라도 가질 수 있는 건 디즈니가 선보이는 꿈과 희망, 용기 덕분 아닐까.

지난해 전 세계에서 가장 흥행한 영화 10편 중 7편은 디즈니 작품이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부터 ‘겨울왕국2’까지 이름만 들어도 영화 속 장면이 파노라마처럼 떠오를 만큼 익숙한 작품들이다. 이 7편이 거둔 수익만 11조원을 훌쩍 웃돌았다.

‘넷플릭스’의 대항마로 출시한 디즈니 플러스 가입자는 출시 첫날 1000만 명을 돌파했고, 5개월 만에 5000만 명을 넘어섰다. 디즈니 훌루, ESPN까지 합치면 넷플릭스의 절반에 가까운 가입자를 말 그대로 순식간에 확보한 셈이다.

디즈니의 성공은 지난 15년간 회사를 이끈 로버트 아이거(밥 아이거)에서부터 시작됐다. 실적 부진으로 퇴임한 마이클 아이스너의 뒤를 이어 2005년 디즈니의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그는 “디즈니가 정보통신(IT)을 외면하면 더는 살아남을 수 없다”며 조직의 위기의식을 고취했다. 이후 2006년 픽사를 시작으로 2009년 마블, 2012년 루카스필름을 인수하며 디즈니의 외연을 크게 확장했다.


훌루, 뱀테크, 디즈니 플러스 등 디즈니 미래 전략 밝혀

이 책은 아이거 회장이 직접 디즈니의 역사와 전략, 미래에 대해 서술한 책이다. 그는 1970년대 중반부터 2020년까지 45년간 20가지 직무, 14명의 직속 상사를 경험한 이야기를 통해 콘텐츠, 미디어 업계가 어떻게 변해왔는지 보여준다. 디즈니가 픽사, 마블, 루카스필름, 21세기폭스 등과 대규모 인수․합병을 추진한 배경과 거래 속사정도 털어놨다.

지난 15년간 올드 미디어가 쇠락하고 모바일이 부상하는 지각변동 속에서 로버트 아이거가 미디어, 엔터테인먼트의 미래를 설계하며 디즈니를 이끌어온 원칙도 밝혔다. 그는 이 책에서 “만약 당신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비즈니스에 몸담고 있다면, 그것을 최고로 위대하게 만들어라”라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아이거는 탁월함과 공정함이 양립할 수 있는 가치임을 증명한 의사 결정 사례를 소개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훌루, 뱀테크, 디즈니 플러스 등 디즈니의 미래 전략까지 밝혔다. 스티브 잡스와 우정, 아이크 펄머터, 루퍼트 머독 등 미디어 업계 거인들과 나눈 거래 뒷이야기도 흥미롭다.

“나는 늘 팔려 다녔다”는 그의 농담처럼 늘 인수당하는 회사 출신으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아이거의 이야기도 재미를 더하는 요인이다.


디플레에 맞서라
디플레 전쟁
홍춘욱|스마트북스|1만7500원
332쪽|4월 25일 발행

저자가 이 책을 쓰기로 한 건 2019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마이너스’ 사태 때문이었다. 저자는 이를 우리 경제가 이미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이하 디플레)의 위험에 노출됐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판단했다.

저자는 디플레가 발생하면 벌어지는 일과 디플레를 일으키는 요인을 이 책에 담았다. 특히 디플레 위험을 무시하기 어려운 이유와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가능성에 주목했고,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한 ‘혁신 산업’의 생산성 향상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봤다.

위기만 부각시킨 건 아니다. 저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인한 디플레에 맞서기 위해서는 정부와 중앙은행의 과감한 통화 정책뿐 아니라 적극적인 재정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다소 과하다 싶을 정도’의 재정 확대 정책이 왜 필요한지 등을 다룬다. 저자는 “9·11 테러 이후의 경제 상황처럼 매우 ‘강력한 경기 회복’으로 포상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을 거쳐 EAR리서치 대표를 맡고 있다.


인간다운 건축
공간이 만든 공간
유현준|을유문화사|1만6500원
416쪽|4월 30일 발행

이 책은 문화의 진화에 따라 공간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다룬 책이다. 건축이라는 틀을 넘어 역사와 문화, 과학 등의 분야를 아우르며 공간이라는 개념을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농업혁명과 도시의 형성이 문명을 만들었고, 환경적인 제약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문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문화가 반영되는 건축양식 역시 동서양이 다른 특성을 갖게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교통수단의 발달로 동서양의 문화가 융합된 새로운 건축 양식이 탄생한다. 저자는 미스 반 데어 로에와 루이스 칸, 르코르뷔지에 등 세계적인 건축가를 사례로 들며 그 내용을 설명한다.

앞으로의 건축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소개한다. 저자는 디지털과 인간의 융합이 문화와 공간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기술에만 의존하면 다양성이 사라진다고 경고하면서 인간다움을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강연과 방송 등을 통해 건축과 대중을 연결하고 있다. 유현준건축사사무소의 대표건축가이며, 홍익대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번에는 정치다
자본과 이데올로기(Capital and Ideology)
토머스 피케티|아서 골드해머 옮김
벨크냅 프레스|26.46달러|1104쪽
3월 10일 발행

‘21세기 자본’으로 세계 경제학계의 ‘슈퍼스타’로 떠오른 토머스 피케티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 교수가 이제는 시장을 넘어 정치를 다룬다.

피케티는 이 책에서 정치와 사상이 그동안 어떤 식으로 불평등한 체계를 구축해왔는지 말한다. 노예제와 공산주의, 자본주의 등 과거 사례를 되짚어보며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불평등을 넘어설 대안을 탐구한다.

저자가 말하는 이 책의 핵심은 “불평등이 본질적으로 이데올로기적이고 정치적”이라는 것이다.

피케티는 귀족과 전사, 사제 계급의 삼원 구조가 불평등한 지배구조에 미친 역사를 언급하면서 이 구조가 노예제 사회와 식민 사회는 물론 21세기까지 이어졌다고 주장한다.

피케티는 이 책에서 현재 우리가 속한 체제와 역사가 더 평등한 방향으로 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는다.

그가 내놓은 대안은 새로운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평등, 사회적 자산, 교육, 지식·권력의 공유에 중점을 둔 체제가 필요하다고 피케티는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