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변에서 “국산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은 어때?”라고 묻는 사람이 많아졌다. 10년 넘게 쌍용차 SUV ‘액티언’을 타는 친구도 소형 SUV로 갈아탈 생각을 하고 있다며 어떤 차가 좋은지 물었다. 함께 일하는 디자이너 선배는 두 달 전 르노삼성 ‘XM3’를 계약했다. 3월 국산 차 판매 순위를 살펴봐도 소형 SUV의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기아차 ‘셀토스’와 르노삼성 XM3, 현대차 ‘코나’가 상위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는 3200대 가까이 팔리며 20위 안에 들었다.
10년 전만 해도 국산 소형 SUV라고 부를 수 있는 모델은 현대차 ‘투싼’과 기아차 ‘스포티지’, 쌍용차 ‘액티언’뿐이었다. 그보다 작은 SUV는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10종이 넘는다. 크기도 현대차 ‘베뉴’처럼 4m를 조금 넘는 모델부터 르노삼성 XM3처럼 4.5m를 조금 넘는 모델까지 다양하다. 소형 SUV 전성시대가 아닐 수 없다. 어떻게 소형 SUV 시장이 이렇게 뜨거워지게 됐을까?
시작은 쌍용차 ‘티볼리’였다. 출시 첫해인 2015년 4만5021대의 판매 대수를 기록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과에 쌍용차는 들썩였고, 다른 국산 차 브랜드는 당황했다. 그때만 해도 티볼리보다 작은 국산 소형 SUV는 쉐보레 ‘트랙스’뿐이었다. 티볼리의 성공은 다른 국산 차 브랜드를 자극했고, 이들은 줄지어 신차를 내놓기에 이르렀다. 그렇게 달아오른 시장은 쉽게 식지 않았다. 세계적인 SUV 인기에 힘입어 소형 SUV 시장도 계속 커졌다.
최근 주목받는 국산 소형 SUV는 지난해 출시된 기아차 셀토스와 올해 1월 출시된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3월 출시된 르노삼성의 XM3다. 특히 셀토스는 소형 SUV답지 않은 넉넉한 실내공간과 풍성한 편의장비,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를 앞세워 출시 다섯 달 만에 3만 대가 넘는 판매 대수를 기록했다. XM3 역시 세련된 디자인과 고급스러운 실내가 소비자의 큰 호응을 얻으며 출시 49일 만에 출고 대수 1만 대를 넘었다. 트레일블레이저는 셀토스와 XM3만큼 압도적인 기록은 아니지만,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간 2월에 비해 3월 판매 대수가 네 배 이상 뛰었다. 그렇다면 이 세 종 중 어떤 차가 좋을까?
셀토스는 지금 가장 잘 팔리는 소형 SUV답게 주행 품질과 실내 디자인, 구성이 뛰어나다. 트레일블레이저나 XM3보다 차체는 짧지만, 실내공간은 꽤 여유롭다. 무엇보다 좌석이 세 대 중 가장 안락하다. 트레일블레이저는 달릴 때 엉덩이로 노면 충격이 고스란히 전해지지만, 셀토스는 그걸 잘 걸러내 엉덩이가 한결 푸근하다. XM3 좌석도 트레일블레이저보다 편안한 편이지만 셀토스보다 안락하진 못하다. 편의·안전장비도 풍성하다. 요즘 유행인 디지털 계기반까진 챙기지 못했지만, 속도와 엔진 회전수를 알려주는 둥근 계기반에 다양한 정보가 나온다. 최고급 모델은 앞자리에 열선·통풍시트를 갖췄고, 운전석에는 전동시트도 적용됐다. 3 종 모두 최고급 모델에 조수석 전동시트는 없다. ‘드라이브 와이즈’ 옵션을 넣으면 고속도로에서 과속카메라가 나타났을 때 스스로 속도를 줄이는 기능도 작동한다. 뒷자리도 제법 여유롭고 안락하다. 통풍시트는 없지만 열선시트를 갖췄고, 2열 승객을 위한 송풍구도 마련했다.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만 빼면 딱히 단점을 찾을 수 없다. 셀토스의 경우 최고급 트림에 이런저런 옵션을 모조리 넣으면 3000만원을 훌쩍 넘는다.
선택지 많아진 소형 SUV
XM3는 세 종 중 가장 크다. 준중형 SUV라 불리는 현대차 투싼보다 조금 크다. 그래서 실내공간이 소형 SUV답지 않게 여유롭다. 요즘 유행인 디지털 계기반과 큼직한 디스플레이를 챙겨 최신 느낌이 물씬 난다. XM3에서 가장 좋은 건 티맵 내비게이션을 기본으로 품었다는 거다. 내비게이션 화면은 디스플레이는 물론 계기반 가운데도 띄울 수 있다. 편의·안전장비도 셀토스 못지않게 풍성하다. 최고급 모델은 앞자리에 열선과 통풍시트를 갖췄고, 뒷자리에도 열선시트가 적용됐다. 세 종 모두 뒷자리에 통풍시트는 없다. 셀토스처럼 2열 승객을 위한 송풍구는 있다. 뒷자리 엉덩이 쿠션이 셀토스보다 짧은 편이지만 앞 시트 아래로 발을 넣을 공간이 있어 웬만한 성인 여성이 앉아도 크게 불편하지 않다. 무엇보다 흐뭇한 건 가격이다. 최고급 모델에 옵션을 모두 넣어도 3000만원을 넘지 않는다. ‘TCe 260’ 모델은 배기량은 1.3L로 적지만, 터보차저를 달아 힘은 적당하다. 최고출력이 152마력이다. 참고로 1.6L 휘발유 터보 엔진을 얹은 셀토스의 최고출력은 177마력, 1.3L 휘발유 터보 엔진을 얹은 트레일블레이저는 156마력이다.
트레일블레이저는 생긴 게 멋지다. 앞자리 헤드룸도 세 종 중 가장 여유 있어 덩치 큰 사람이 앉기에 가장 낫다. 편의장비와 안전장비도 그간 쉐보레 모델을 생각하면 훌륭한 수준이다. 셀토스와 XM3처럼 최고급 모델은 앞자리에 열선·통풍시트는 물론 운전석 전동시트와 무선충전 패드, 열선 스티어링 휠, 어댑티브크루즈컨트롤, 헤드업 디스플레이까지 갖췄다. 트레일블레이저에서 남다른 기능은 액티브 노이즈 콘트롤이다. 차 안에 있는 센서가 바람 소리나 바닥 소음을 감지하고 스피커로 소음을 상쇄하는 파동을 내보내 좀 더 조용하게 주행을 즐길 수 있는 기능이다. 하지만 3기통 엔진 소리가 워낙 거칠어 차 안이 조용할 날은 거의 없다. 뒷자리 승차감이 좋지 않다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최고급 모델은 뒷자리에 열선 시트를 갖췄지만, 셀토스나 XM3처럼 2열 승객을 위한 송풍구가 없다.
그래서 어떤 차가 좋으냐고? 가격이 조금 비싸도 소형 SUV에서 다양한 기능을 누리고 싶다면 셀토스를 추천한다. ‘가격 대비 구성’이 중요하다면 XM3가 답이다. 개성 있는 소형 SUV를 찾는다면(단, 뒷자리에 누굴 태울 일이 없는 싱글 혹은 연인이어야 한다) 트레일블레이저가 최선일 수 있다. 어찌 됐건 선택의 폭이 늘어난다는 건 좋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