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이야기’의 10대 스타 밀리 바비 브라운(왼쪽)의 비건 브랜드 플로렌스 바이 밀스. 사진 플로렌스 바이 밀스 인스타그램
‘기묘한 이야기’의 10대 스타 밀리 바비 브라운(왼쪽)의 비건 브랜드 플로렌스 바이 밀스. 사진 플로렌스 바이 밀스 인스타그램

인기 드라마 시리즈 ‘기묘한 이야기’의 10대 스타 밀리 바비 브라운. 열 다섯 어린 나이에 그녀가 출시한 뷰티 브랜드 ‘플로렌스 바이 밀스(Florence by Mills)’가 떠오르는 뷰티 브랜드로 주목받고 있다. 열 살 때부터 메이크업 제품과 사랑에 빠졌다는 밀리는 자신의 브랜드 출시를 예고하는 티저 영상에서 브랜드를 이렇게 소개한다. “어린 소년, 소녀는 모두 좋은 제품으로 피부 관리를 시작할 자격이 있습니다. 제가 만든 제품은 전부 깨끗한 성분에 동물 실험을 거치지 않은 비건 화장품입니다.” 이 소녀 스타의 짧고 담백한 메시지는 뷰티 브랜드의 미래, ‘비건 뷰티(vegan beauty)’의 비전과 미션을 투영한다.

비건 뷰티는 ‘엄격한 채식주의를 뜻하는 ‘비건(vegan)’의 의미로 미뤄 짐작할 수 있듯, 동물 실험과 동물 성분을 지양하는 뷰티다. 아직도 많은 화장품 제조사에서 동물로 제품을 실험하면서 동물을 학대한다. 마스카라의 안전성을 실험하려고 토끼의 눈에 수천 번씩 마스카라를 바른다. 고통을 잘 참고 사람을 잘 따른다는 이유로 비글이 화장품의 독성 여부를 확인하는 실험견으로 사용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다행인 것은 뷰티 업계도 이를 거스르는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는 것. 스킨케어와 보디케어는 물론 색조, 향수 등 비건 인증을 받은 제품이 늘어나며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비건 코스메틱의 선구자인 닥터브로너스를 비롯해 아워글래스, 어반디케이, 샹테카이와 인디 리, 렌, 향수 브랜드 르 라보 등이 대표적인 브랜드로 손꼽힌다.

최근 할리우드 스타들이 출시한 뷰티 브랜드는 대부분 비건 뷰티를 지향한다. 글로벌 영향력을 지닌 스타들을 통해 비건 뷰티는 빠르게 전파될 수 있었다. 킴 카다시안의 이복 자매로 유명한 카일리 제너는 메이크업 브랜드로 큰 성공을 거둔 후 ‘카일리 스킨’을 새롭게 출시했다. 카일리 제너의 새로운 스킨케어 브랜드는 동물 실험 반대, 글루텐 프리(gluten-free), 파라벤 프리(paraben-free)를 강조한다. 빅토리아 시크릿 모델 출신의 슈퍼 모델로 국내에서도 인기 많은 미란다 커의 ‘코라 오가닉스(KORA Organics)’도 친환경 유기농 성분과 ‘크루얼티 프리(cruelty-free·동물 실험을 거치지 않거나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은 제품)’를 강조한다.

국내에도 디어달리아, 베이지크, 리얼라엘, 보나쥬르, 아떼 등 다양한 비건 브랜드가 출시돼 있다. 올해 한국에 출시되는 비건 뷰티 브랜드 밀크 메이크업은 유제품을 대체하는 식물 성분을 사용한 스킨케어와 메이크업 제품을 판매한다. 


‘밀크’라는 이름과 다르게 우유 대체 식물 성분을 사용하는 비건 뷰티 브랜드 밀크 메이크업. 사진 밀크 메이크업 인스타그램
‘밀크’라는 이름과 다르게 우유 대체 식물 성분을 사용하는 비건 뷰티 브랜드 밀크 메이크업. 사진 밀크 메이크업 인스타그램

같은 듯 다른 유기농 뷰티와 비건 뷰티

뷰티 브랜드는 그간 변천사를 겪었다. 1990년대 중후반을 식물 성분의 자연주의 뷰티가 이끌었다면, 친환경과 유기농 뷰티가 2000년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그래서 처음 비건 뷰티를 접하는 소비자들은 유기농 뷰티와 차이를 금세 구분해 내기 쉽지 않다.

먼저 유기농 뷰티는 건강한 성분에 집중한다. 파라벤으로 대표되는 화학 방부제 외에 인공 향료, 인공 색소 등 화학 성분을 담지 않은 제품을 의미한다. 유기농 화장품 성분의 대표적인 인증기관인 에코서트의 기준을 보면, 전체 성분 중 최소 10%가 유기농법을 통해 생산된 식물 성분이어야 하고, 배합된 유효 식물 성분의 95%가 유기농법으로 재배해 얻은 성분임을 입증받아야 한다. 천연으로 대체 불가능한 성분은 피부에 유해하지 않은 화학 보존제를 5% 이내로 사용해야 에코서트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석탄과 석유에서 추출하지 않은 화학적 미네랄 원료는 유기농 화장품에 사용할 수 있다. 유기농법으로 재배된 성분과 인체 무해한 극소의 화학 성분으로 생산된 화장품이 유기농 뷰티다. 이런 유기농 뷰티를 비건 뷰티와 구분하기 위해 ‘클린 뷰티(clean beauty)’라 명명하기도 한다.

반면 비건 뷰티는 생산과 소비 과정 모두에서 환경과 상생이라는 착한 윤리 의식을 강조한다. 피부에 좋은 성분을 뛰어넘어, 현재 지구 환경을 지켜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겠다는 윤리 의식이 비건 뷰티의 핵심이라 해야 할 것이다.

다만 시작 단계인 만큼 비건 뷰티 역시 많은 질문을 껴안고 있다. 비건 인증을 받았다는 것이 절대적으로 피부에 안전하고 유익하다는 것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유기농 식물 성분도 개인에 따라 알레르기의 원인이 될 수 있고, 식물 성분의 안전성에 대한 의심 역시 끊이지 않고 있다.

또 대부분의 동물 실험은 원료 단계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완벽한 비건 제품을 찾기 쉽지 않다. 동물을 희생하지 않고 사람 피부에 대한 안전성을 증명할 대체 방법을 더욱더 연구해야 한다. 동시에 동물 학대를 넘어서, 과포장으로 인한 쓰레기 발생 축소와 재활용 용기 대체, 유기농 성분의 원료가 재배되는 농장과 공정무역 등, 앞으로 비건 뷰티가 풀어나가야 할 윤리적 과제는 끝이 없다.

그러나 비건 뷰티는 뷰티 생산자와 소비자의 윤리 의식을 일깨웠다는 것만으로도 높은 가치를 지닌다. ‘아름다운 마음이 아름다운 얼굴을 만든다’라는 말이 있다. 이제 뷰티 소비자들 개인적인 아름다움만을 내세우는 뷰티 철학에서 함께 지구에서 살아가고 있는 다양한 인류, 동물, 환경 그리고 다음 세대가 살아갈 지구까지 내다보는 뷰티 철학으로 가치관을 넓혀야 한다.


▒ 김의향
패션&스타일 칼럼니스트, 케이 노트(K_note) 대표


Plus Point

크루얼티 프리는 비건 뷰티일까?

‘크루얼티 프리’는 ‘학대(cruelty)가 없다(free)’는 의미로 동물 실험을 엄격히 금지하는 것이다. ‘비건 뷰티’ 브랜드임을 공식적으로 증명하는 기관은 페타(PETA), 리핑버니, 추즈 크루얼티 프리(CCF)가 대표적이다. 이들의 인증 마크는 모두 토끼를 모티브로 디자인됐는데, 토끼가 뷰티 업계에서 동물 실험에 가장 흔히 이용되기 때문이다.

다만 동물 실험 여부를 인증하는 ‘크루얼티 프리’만으로 비건 뷰티 브랜드라 정의할 수 없다. 기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우유, 라놀린, 꿀, 달팽이 추출물 등을 통해 채집한 성분이 들어 있어도 인증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추즈 크루얼티 프리는 가장 엄격한 검증기관으로 알려져 있는데, 동물 실험 여부뿐 아니라 동물성 원료의 비중과 유해성이 증명된 팜오일 사용 여부 등에 따라 등급을 세분화해 인증 마크를 부여한다. 예를 들어, ‘SV’ 등급은 일부 제품만 비건 제품임을 의미한다. 러쉬는 100% 크루얼티 프리이지만 전 제품의 87%만 비건 조건을 충족한다. 아로마티카, 이솝, 허스텔러 등은 크루얼티 프리와 비건 모두 충족한 비건 뷰티 브랜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