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이엄프의 ‘로켓3 R’은 2458cc 3기통 엔진을 달아 자동차 엔진에 가까운 힘을 낸다. 사진 양현용
트라이엄프의 ‘로켓3 R’은 2458cc 3기통 엔진을 달아 자동차 엔진에 가까운 힘을 낸다. 사진 양현용

트라이엄프의 ‘로켓3’는 배기량 면에서도, 존재감 면에서도 트라이엄프의 기함이라고 할 수 있는 모델이다. 바이크의 첫인상은 거대하다. 차체는 길고, 낮고, 또 굵다. 덩치에서 뿜어내는 박력은 기존의 양산 모델에서 보지 못했던 것이다. 존재감 넘치는 3기통 엔진, 거대한 엔진 전체를 가리는 라디에이터가 이 바이크의 전투력을 완벽하게 대변해준다. 반면 동그란 두 눈이 연상되는 헤드라이트는 귀여운 인상이다. 전체적인 디자인에서 재미있는 점은 차체의 오른쪽에 완벽히 멋을 몰아줬다는 것이다. 엔진의 배기라인과 모노 스윙 암을 채택한 리어 휠은 오른쪽으로 드러나 있다. 머플러는 왼쪽에 한 개, 오른쪽에는 두 개가 달렸다. 이는 바이크를 세웠을 때 왼쪽으로 기울어 오른쪽 모습이 더 많이 보이기 때문인데, 로켓3는 유난히 오른쪽에 신경을 많이 썼다. 그래서인지 트라이엄프에서 공개한 로켓3의 공식 이미지도 대부분 오른편 사진이다.

로켓3는 ‘R’과 ‘GT’ 두 가지 버전으로 출시됐다. 활동적인 느낌을 강조한 모델이 ‘R’이며, 느긋하게 발을 앞으로 뻗는 크루저 스타일 포지션에 투어 옵션을 더한 것이 ‘GT’다. 주행 포지션과 옵션 차이를 빼면 실질적으로 같은 차량이다. 추구하는 스타일과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엔진의 존재감

이 바이크에 달린 2458㏄ 3기통 엔진은 실린더당 배기량이 약 820㏄다. 거대한 사이즈의 실린더 세 개가 연달아 폭발하며 221Nm의 토크를 낸다. 당장 수치만으로는 얼마나 강력한지 감이 안 올 수 있겠지만, 보통의 슈퍼바이크가 내는 최대 토크의 거의 두 배 정도 되는 수치이고 자동차 엔진에 가까운 것이다. 중형차 5분의 1 수준의 가벼운 로켓3 R에 차고 넘치는 힘이다. 하긴 배기량부터 어지간한 중형차 수준이니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대부분의 라이더가 로켓3 R을 타고 가장 먼저 해보고 싶은 건 가속 레버를 끝까지 당겨보는 일일 테다. 이것이 지금껏 어떠한 바이크에서도 경험해보지 못한 영역의 토크를 몸으로 확인하기에는 가장 빠른 방법이니까. 로켓3 R의 시동을 걸고 큰길로 나서자마자 스로틀(가속레버)을 끝까지 감았다. 손목의 스냅 한 번에 엔진 회전수가 치솟고 속도가 빠르게 붙는다. 하지만 뜻밖에 로켓3 R의 가속감은 폭발적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부드러운 느낌으로 가속한다.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바꾸니 한결 빠르게 반응하지만, 여전히 예상만큼 강력하다는 느낌은 없다. 물론 로켓3 R이 생각보다 느리다는 의미는 아니다. 저회전부터 고회전까지 고르게 나오는 토크와 안정적인 차체 덕분에 속도감이 덜해서 느껴지는 ‘감각 오류’일 뿐이다. 언제라도 스로틀을 열면 백미러를 가득 채우고 있던 것들을 순식간에 작은 점으로 만들 만큼 매우 빠르다.

바퀴의 구동력을 제어하는 트랙션 컨트롤을 끄면 이 엔진의 진짜 모습이 드러난다. 넘치는 토크를 섬세하게 제어해주던 것에서 완전히 개입을 멈추기 때문이다. 스로틀을 비트는 것만으로 뒷타이어가 그립 한계를 벗어나 비명을 지르고 매 순간 이름에 어울리는 강력한 가속을 보여준다. 엉덩이 뒤를 든든하게 받쳐주는 시트가 아니었다면 몸이 뒤로 날아가 버릴 것 같은 강력한 가속에 뒷골이 서늘하다. 로켓이라는 이름을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그란 두 눈이 연상되는 헤드라이트에선 귀엽다는 인상을 받았다. 사진 양현용
동그란 두 눈이 연상되는 헤드라이트에선 귀엽다는 인상을 받았다. 사진 양현용

인상적인 코너링 성능

거대한 크기에 두꺼운 휠을 가지고 있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정교한 핸들링을 보여준다. 일반적인 스포츠 바이크의 코너링을 날을 세운 칼에 비유한다면, 로켓3 R의 코너링은 거대한 도끼의 날을 예리하게 세운 느낌이다. 겉으로는 크고 둔해 보이지만, 코너를 주파하는 맛은 매우 날렵했다. 직선에서만 즐거울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구불구불한 와인딩 로드를 달리는 것이 재미있었다. 빠르게 코너를 돌아가는 것뿐만 아니라 저속에서 바이크를 다룰 때도 탁월한 핸들링이 돋보였다. 이 덕분에 첫인상에 비해 적응 시간이 꽤 짧았던 것도 인상적이었다.

로켓3 R의 성능 중 브레이크를 빼놓을 수 없다. 놀라울 정도로 강력한 제동 성능을 지녔다. 앞에는 최신 모델답게 브렘보의 최신 고성능 캘리퍼인 ‘스티레마(Stylema) 4피스톤 캘리퍼’를 장착했다. 특이점은 뒷브레이크에 있다. 일반적으로 고성능 스포츠 바이크의 앞브레이크에 많이 사용하는 브렘보 ‘4피스톤 모노블럭 캘리퍼’가 붙어 있다. 커스텀 바이크에서나 보던 재기발랄한 세팅이 순정에 녹아있다 보니 다소 엉뚱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그 덕에 제동력 하나는 정말 끝내준다.


바퀴의 구동력을 제어하는 트랙션 컨트롤을 끄면 트라이엄프 ‘로켓3 R’의 진가를 맛볼 수 있다. 몸이 뒤로 날아가 버릴 것 같은 강력한 가속에 뒷골이 서늘할 정도다. 사진 양현용
바퀴의 구동력을 제어하는 트랙션 컨트롤을 끄면 트라이엄프 ‘로켓3 R’의 진가를 맛볼 수 있다. 몸이 뒤로 날아가 버릴 것 같은 강력한 가속에 뒷골이 서늘할 정도다. 사진 양현용

이상하지만 멋지다

로켓3 R은 양산형 모터사이클 중 가장 큰 배기량을 자랑한다. 물론 트럭 엔진을 사용해서 모터사이클을 제작하는 ‘보스호스’라는 브랜드도 있지만, 독특함이 경쟁력인 소규모 제작사와 달리 대량 생산을 기반으로 하는 메이저 브랜드가 내놓기에는 로켓3 R은 확실히 독특함의 영역을 넘어선다. 애당초 아메리칸 크루저에 대항하기 위해 빅사이즈 3기통 엔진을 만든 것부터가 일반적인 선택은 아니다. 컬트적인, 하지만 최신 트라이엄프의 디자인과 기술로 다듬으니 멋진 디자인에 화끈한 성능, 높은 품질까지 더해져 매력을 뽐낸다. 당연히 초박막 액정표시장치(TFT LCD) 계기반에 라이딩 모드와 기울기를 감지하는 코너링 브레이크 잠김 방지 시스템(ABS)과 트랙션 컨트롤 등 최신 전자장비도 싹 갖추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정상의 범주에서는 아득히 벗어나 있다. 대형 엔진을 사타구니 사이에 끼고 달리는 탓에 뜨거운 열기가 라이더를 괴롭힌다. 유난히 뜨거웠던 요즘 날씨와 차량 정체가 합쳐지면 불지옥이 따로 없다. 마치 자동차 보닛 안에 들어가서 달리는 기분이랄까? 이날 기록한 연비 또한 최악이다. 트라이엄프가 공개한 연비는 리터당 14.6㎞ 정도지만, 강력한 가속을 즐기며 달리다 보면 리터당 8~9㎞ 정도밖에 나오지 않는다. 다만 이 비범한 바이크가 주는 대체 불가능한 매력이 이 모든 걸 감수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