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유령 청소부’라고 소개한 김완 하드웍스 대표. 최근 이웃과 청소에 대한 애틋한 시선이 담긴 에세이집 ‘죽은 자의 집 청소’를 펴냈다. 사진 조인원 조선일보 기자
스스로를 ‘유령 청소부’라고 소개한 김완 하드웍스 대표. 최근 이웃과 청소에 대한 애틋한 시선이 담긴 에세이집 ‘죽은 자의 집 청소’를 펴냈다. 사진 조인원 조선일보 기자

특수 청소부 김완. 그는 경찰과 유족, 건물주의 의뢰로 범죄와 고독사 현장, 쓰레기 집을 청소한다. 일본에 체류하며 대지진을 겪은 후 돌아와 특수 청소 업체 ‘하드웍스’를 차렸다. 자신을 몰래 집에 들어가 ‘고통의 흔적을 지우는’ 유령 청소부라고 했다. 그동안 나는 죽음 언저리에서 일하는 사람을 여럿 인터뷰해왔다. 사체를 부검하는 법의학자 유성호 교수, 미국의 장의사 케이틀린 도티 그리고 지금 내 앞에 있는 김완. 손끝으로 주검을 만져온 사람들의 눈빛엔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가 서려 있다. 서로를 향한 깊은 연대, 육체노동자로서의 강렬한 자부심, 자기와 타인에 대한 관대함, 홀로 죽은 자들에 대한 애틋함까지.

김완이 쓴 책 ‘죽은 자의 집 청소’의 표지는 텅 빈 방이다. 벽면에는 제법 큰 사이즈의 창이 나 있고, 바닥에 ‘왠지 미안한’ 기색이 느껴지는 작은 글씨가 늘어서 있다. ‘죽음 언저리에서 행하는 특별한 서비스.’ 이 특별한 주인공들은 죽기 전까지 집 안을 정돈했고, 전화로 자기 죽음의 견적을 물었다.


회사 이름이 ‘하드웍스(HardWorks)다. 굳이 ‘힘든 일’ ‘험한 일’이라고 지은 이유는.
“이지웍스, 소프트웍스라고 지으면 편했을까. 회사 이름은 일의 본질을 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일본에 체류했을 때 이런 류의 일을 처음 접했다. 일본엔 먼 곳에서 돌아가신 부모님의 방과 유품을 정리해드리는 유품 관리사가 있다. 우리나라는 꺼림칙한 공간, 오염 제거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피를 닦고 구더기를 치우고… 작업 과정이 고된 수행처럼 느껴진다. 남이 꺼리는 일을 대신하면서 더 고귀해진다는 인상이 있다.
“영어로 ‘언두잉(undoing·원상복구)’이라고 표현한다. ‘컨트롤 제트(Ctrl+Z)’의 작업을 잘 수행할수록 성공적인 비즈니스다. 누구나 좋지 않은 기억에 시달리며 괴로워한다. 나는 그것을 지워드리는 사람이고.”

지구상의 모든 가정과 식당에서 일어나는 식탁 치우기와 자기 일이 근본적으로 같다고 했다. 세무서가 발행한 사업자등록증엔 이 사업의 업태를 ‘서비스’로 분류한다.

작업의 공정은 어떤가.
“경찰이 청소를 허가했나부터 묻는다. 고독사는 변사에 해당하니 사건 종결을 확인해야 한다. 방진마스크, 방독마스크, 수술용 글러브, 신발 덮개, 문 따는 장비를 챙겨서 간다. 오염원을 제거하고 몸에서 나온 액체 기름 막을 걷어낸 후, 이삿짐 싸듯 정리한다. 벽지를 뜯고 소독으로 마무리한다. 짧게는 몇 시간, 길게는 2~3일이 걸린다. 쓰레기 집은 보통 쓰레기가 7~8t 정도 나온다. 물 다 빼고 담아도 1.8L 봉투가 몇백 개다.”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시각적으로 강렬한 장면은 머리에 들어가 폴더처럼 쌓인다. 하지만 결국은 해결된다. 안 되는 건 역시 냄새다. 향수를 8개쯤 갖고 있다. 침대 머리맡에도 향수가 있다. (잠시 생각하다) 죽음을 연상케 하는 냄새는 다 싫다. 묵은지, 액젓, 차 안에서 쥐포 100마리쯤 구운 것 같은 그런 냄새들….”

손끝에 남은 트라우마는 어떻게 하나.
“피아노를 친다. 동요 없는 마음의 상태를 떠올리면서 건반을 두드린다.”

8년째 일을 지속하는 이유는 뭔가.
“독특한 즐거움이 있다. 기본적인 보람과 소중한 피드백이 있다.”

김완의 특수 청소 작업은 크게 4가지 범주로 나뉜다. 자살과 고독사 현장, 쓰레기 집, 범죄 현장, 고양이 등 동물 사체 청소. 고독사와 쓰레기 집은 깊이 연결돼 있다. 혼자서 우울증을 앓으면 쓰레기는 산처럼 쌓이고 거주자는 악취 속에 웅크리고 산다. 곤도 마리에가 설파한 ‘설레지 않으면 버리라’는 말은 허공 속에 메아리다. 아무것도 통제할 수 없다는 무기력 상태에서 사람들은 마지막 순간에 그에게 SOS를 친다. “저 좀 도와주세요!”


언제나처럼 청소도구를 꺼내고 있는 김완. 사진 조인원 조선일보 기자
언제나처럼 청소도구를 꺼내고 있는 김완. 사진 조인원 조선일보 기자

누가 쓰레기 집을 만드나.
“쓰레기 집으로 도움을 청하는 85%가 젊은 여성이다. 처음엔 자기 집이 아니라고 한다. 나중엔 비밀로 해달라고 한다. 그럴 때 내가 그런다. ‘누구나 엉망진창인 서랍이 있다’고. 쓰레기 집을 청소할 땐 의뢰인과 문자를 100통 가까이 나눈다. 오염된 쓰레기는 버리면 그만이다. 쓰레기더미 속에서 돈, 노트북, 카메라, 명품 가방까지 나온다. 무엇을 버릴지, 무엇을 남길지 결정하는 건 결국 의뢰인의 몫이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버리나.
“처음엔 귀중품도 싹 다 버리라고도 한다. 그러다 점점 버리지 말아 달라고 애원한다. 며칠 뒤엔 다시 찾을 수 없냐고 묻는다. 가족이 의뢰할 때도 있다. 저장강박증이 있는 어르신들은 끝없이 고물을 수집해서 쌓는다. 그걸 버리면 어르신들은 자기 몸이 버려지는 것 같다고 한다. 몇 달이 걸려도 가족이 나서서 찬찬하게 설득부터 하라고 권한다. 반면 20대는 쓰레기를 치우고 나면 희망을 얻는다. 다시 시작하게 해줘서 감사하다고.”

죽은 자의 집을 청소할 땐 무엇을 찾아달라고 하나.
“등기권리증, 보험증서, 임대차 계약서,  앨범, 육필 원고 같은 것들. 아무것도 모르고 들어가도 그의 주변을 청소하다 보면 고인에 대한 정보가 생긴다. 먹던 약, 앨범, 간식, 마지막까지 찾아보던 구인광고…. 그의 처지와 심정을 알게 된다. 늘 현장 사진을 찍어둔다. 범죄 현장은 사건 정보가 담겨 있어 경찰청에 넘겨주기도 한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유는 거의 예외 없이 외로움과 돈이더라.
“그렇다. 나이 든 남성은 경비직 이력서와 채무 관련된 문서들, 여성은 침대 매트리스에서 캐피털 증서가 나오기도 한다. 차압 딱지 붙은 세간들, 우편함엔 체납고지서와 독촉장, 전기와 수도를 끊겠다는 예고장이 빼곡하다.”

어떤 이는 전기가 끊긴 날 제 목숨도 끊었다. 고인이 살아있기를 바라며 끝없이 안부를 물은 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가족이 아니라 채권자였다. 사람들은 죽기 직전까지 ‘자기다움’을 고수했다. 전화로 미리 청소 견적을 물어보고 떠난 사람(‘죽었다 치고’ 폐기물 비용을 물었다!), 착화탄으로 불을 붙이면서도 분리수거까지 완벽하게 마치고 떠난 사람도 있었다.

죽기 직전에 그에게 전화하는 이도 있다. “현장에서 ‘이 방법으로 죽으면 고통스럽냐?’고 물었다. 그럴 땐 어떻게든 전화 추적을 해서 경찰이 찾을 수 있도록 한다. 고통스럽지 않은 죽음은 없었다고 하면서.” 당시 구조된 사람이 보낸 문자메시지는 네 음절이었다. ‘나쁜시키’. 그는 서울시 고독사 자문위원이다.

집 안 전체가 똥과 오줌으로 가득한 집도 있어서 놀랐다.
“투룸 집이었는데 침대 위까지 똥이 있었다. 개 소변까지 더해져 암모니아 가스에 눈이 매웠다. 똥과 오줌을 깨끗이 치워낼 때 특유의 해방감이 있다. 방독마스크를 끼고 고무장갑을 낀 손으로 산처럼 쌓인 똥을 치운다. 새하얀 변기가 드러나고 물이 콸콸 소리를 내며 빠질 때, 형광등 벌레와 배수구 머리카락까지 싹 치워내고 모든 게 원위치로 돌아갈 때, 감개가 무량하다.”

청소를 좋아하는 것 같다.
“좋아한다. 잘하니까 더 자주 하고. 청소는 루틴을 잘 지키면 된다. 책상 정리라도 정기적으로 하면 좋다. 집은 마음의 상태다. 집을 비우면 마음도 가벼워지고 긍정 정서가 차오른다.”

대학에서 시를 전공하고, 피아노를 치는 손으로 동시에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 몸과 마음의 균형은 어떻게 챙기고 있나.
“내 본질은 육체노동자다. 매뉴얼 워커(manual worker), 손을 써서 일하는 사람이다. 육체를 써서 일한다는 게 가장 큰 자부심이다. 쓰레기 집을 청소하다 보면 알게 된다. 움직인 만큼 담을 수 있고 삽질한 만큼 치워진다. 정직하다. 그 정직한 노동이 정말 좋다. 감정노동에 기반한 육체노동자지만, 그 행위의 구체성이 참 좋다. 사무직 노동자는 자기 일의 구체적 결과를 모른다. 내 일은 결과가 눈에 확실히 보이고 피드백도(“쓰레기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어요! 꼭 꿈을 꾼 것 같아요”) 정확하다. 뭔가에 기여했다는 기쁨, 성취감이 정말 크다.”

특별히 가난한 자들이 혼자 죽는다는 말이 가슴을 찌른다. 금은보화에 둘러싸인 채 혼자 죽는 부자는 없다고. 사실인가.
“강남의 큰 아파트에서 고독사하신 분도 있었다. 집값은 비싼지 몰라도, 내부는 낡은 형광등에 110V 변압기가 있었다. 싱크대 위 서랍에 라면 몇 개만 달랑… 부유한 차림의 유족들과 대비돼 더 쓸쓸해 보였다. 껍데기만 부자, 알맹이는 가난했다. 이상하게 축제 분위기가 나는 집도 있었다. 첫째, 둘째 아들, 딸들이 방문해서 쾌활하게 말을 붙이고 돌아갔다. 돌아가신 분이 금방 발견됐거든. 3개월, 6개월 지나면 힘들어진다.”

자기를 누구라고 소개하나.
“의뢰인은 이웃에 내 존재가 드러나지 않기를 바란다. 소문나면 안 되니까. 여러 개의 가짜 명함, 가짜 안내문을 가지고 다닌다. 죽은 자의 아파트나 원룸에 들어갈 땐 인테리어 업자가 된다. 쓰레기 집을 치울 땐 옷을 수거하는 ‘헌 집 삼촌’이 되고. 연기자가 다 됐다. 내가 사는 아파트의 경비 아저씨, 내 친구들조차 나를 출판사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안다.”’

유령 청소부로군.
“맞다. 유령 청소부. 생각해보면 글을 쓸 때도 나는 유령 작가(ghostwriter)였다.”

때론 참혹한 현장을 피하고 싶지는 않나.
“나는 공포 영화도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본다. ‘워킹데드’ 시리즈나 ‘킹덤’, 영화 ‘곡성’도 ‘현장 재현을 참 잘했네’ 감탄하면서 봤다. 죽음의 현장엔 작은 생명체가 가득하다. 처음엔 구더기도 징그러웠는데, 가만 보면 신기하고 재밌다. 혐오의 눈으로 보니 끔찍한 거다. 견디기 힘든 건 감정이다. 착화탄 재, 바람에 흔들리는 줄… 이런 걸 보면 마음이 동요된다.”

겪어보니 쓰레기란 무엇인가.
“쓰레기 집을 청소하다 보면 알게 된다. 버리기로 결정하지 않으면 쓰레기가 아니다. 집주인이 버리고 싶어도 세입자가 원치 않으면 치울 수 없다. 쓰레기 산꼭대기에서 은박 매트를 펴고 자는 분도 있었다. 나가는 모습을 보면 단정하게 차려입었다. 복잡한 문제다. 초등학교 교사인데 방 하나를 쓰레기장으로 만들고 그 안에서 구체 관절 인형을 찾아달라고도 한다. 몸에서 나온 오줌을 버리지 못하고 페트병에 숙성시켜서 산처럼 쌓은 분도 있다. 열면 샴페인처럼 ‘펑’ 하고 튄다. 이해 불가의 쓰레기를 수습할 때면, ‘그걸 치우는 나는 누구인가’ 하는 의문도 든다. 그분들을 이해하기 위해 구글링을 해보니 서구엔 그 증상의 이름이 있었다. 국내 정신분석학회에선 보고가 안 됐다고 한다. 고립된 1인 가구가 많아질수록 쓰레기에 대한 더 많은 연구가 절실하다.”

김지수 조선비즈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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