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편의점에서 한정판 제품을 사는 재미가 쏠쏠하다. 올해 초엔 거의 매일 CU 편의점에 들러 한정판 마카롱을 사 먹었다. 예쁜 마카롱 세 개가 플라스틱 상자에 들어 있는데, 생긴 것도 예쁘지만 맛도 좋았다. 게다가 세 개에 3200원이라는 착한 가격까지. 끊을 수가 없었다. 마카롱에 질릴 즈음 내 눈을 사로잡은 건 초코파이 딸기블라썸이었다. 오리온에서 봄 한정판으로 내놓은 건데, 새까만 초콜릿 옷 대신 분홍색 딸기 옷을 입었다. 거기에 봄 느낌 물씬 나는 벚꽃 패키지까지. 솔직히 맛은 그냥 초코파이가 나았지만, 색다른 초코파이에 나도 모르게 자꾸 손이 갔다. 최근엔 특정 매장에서만 판매한다는 곰표 밀 맥주를 사기 위해 편의점 여러 곳을 돌아다닌 적도 있다. 아직 성공하진 못했지만 말이다. 맛이야 특별할 것 없겠지만, 맥주를 들이켜는 흰곰 캐릭터가 매우 귀여워 소장욕을 자극한다.
희소성이나 협업을 통해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한정판 마케팅이 비단 식음료에만 해당하는 건 아니다. 가전제품부터 전자 기기, 화장품, 의류 등 다양한 제품이 ‘스페셜 에디션’이란 이름으로 소비자를 유혹한다. 자동차도 예외는 아니다. BMW 코리아는 지난해 12월 ‘BMW 샵 온라인’을 열고 매달 한정판 모델을 판매하고 있다. 첫 달엔 ‘뉴 118d M 스포츠 퍼스트 에디션’ 100대와 ‘뉴 X6 x드라이브(xDrive) 30d M 스포츠 패키지 퍼스트 에디션’ 50대를 한정 판매했는데 모두 완판됐다. 6월 25일에는 오후 2시 5분에 딱 맞춰 온라인 한정판 모델 ‘M340i BMW 코리아 25주년 페리도트 그린 에디션’을 출시하기도 했다. BMW 코리아 창립 25주년을 기념하는 모델로, 페리도트 그린이라는 특별한 초록색 페인트를 칠하고, 트렁크 위쪽과 뒤 범퍼 아래에 카본 스포일러(후방 날개)와 카본 디퓨저(뒤 범퍼 하단)를 더했다. 25주년에 맞춰 판매 대수도 딱 25대였다.
지프는 지난 5월 신형 ‘랭글러 루비콘’의 레콘 에디션을 100대 한정으로 선보였다. 스팅 그레이와 블랙의 두 가지 보디 컬러를 칠하고, 보닛에 광택이 없는 검은색 장식을 더했다. 보닛 양옆에 적힌 ‘루비콘’이란 글자 주변을 빨갛게 물들이는 등 장식만 조금 다르게 한 모델인데, 한 달 만에 완판되자 6월에는 6·25 전쟁 70주년을 맞아 사지 에디션을 선보였다. 일명 ‘국방색’이라 불리는 사지 그린 컬러로 보디를 칠한 모델이다. 나머지는 기존 랭글러와 같지만, 이 모델 역시 한 달 안에 다 팔릴 것으로 예상한다. 수입차 브랜드의 스페셜 에디션에 대한 반응이 뜨겁자 현대차도 오직 50대만 생산하는 ‘제네시스 G90 스타더스트’를 공개했다. G90 5.0 프레스티지 트림에 반짝이는 다크 그레이 보디를 입고 투톤 나파 가죽과 자수를 넣은 시트, 나뭇결이 살아 있는 대시보드 장식 등을 더한 모델이다. 값은 1억3253만원으로 그냥 프레스티지 트림보다 비싸지만 특별한 차를 원하는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만하다.
앞서 소개한 스페셜 에디션이 컬러와 장식만 조금 달리한 모델이라면 패션 브랜드와 손잡고 정말 특별한 모델로 거듭난 자동차도 있다. 마세라티는 ‘제냐 펠레테스타 에디션’을 국내에 20대만 한정 판매한다고 발표했다. 마세라티가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에르메네질도 제냐와 함께 작업한 스페셜 에디션으로 구석구석 제냐의 손길이 닿아 있는 모델이다. 센터 콘솔 한가운데 제냐 펠레테스타 한정판 배지를 붙이고 시트와 도어 안쪽엔 얇은 나파 가죽을 교차해 직조한 특별한 가죽(펠레테스타)을 둘렀다. 여기에 파란색 브레이크 캘리퍼와 20인치 헬리오 림(rim)이 특별함을 더한다. 제냐 펠레테스타 에디션은 ‘르반떼 S 그란스포트’와 ‘콰트로포르테 S Q4 그란루쏘’ 두 가지 모델을 준비했다.
피아트는 지난 3월 3세대 ‘500’의 전기차 버전을 공개하면서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조르지오 아르마니와 불가리, 산업 디자인 브랜드 카르텔과 함께 작업한 세 종의 특별한 500을 공개했다. ‘500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오염 물질을 흡수하는 특별한 페인트로 차체를 칠하고 ‘GA’ 로고 모양의 휠을 신었다. 시트는 이탈리아 가구 브랜드 폴트로나 프라우에서 받은 천연 가죽으로 장식했다. 불가리의 ‘B. 500’은 보석을 가공하고 남은 금가루를 페인트에 적용해 특별함을 더했다. 대시보드와 시트에는 불가리의 화려한 실크 스카프를 덧대고, 시트 등받이에 금색의 불가리 로고를 새겨 넣었다. ‘500 카르텔’은 실내를 재활용 소재로 장식했다. 직물도 완전히 재활용 소재를 사용했다. 세 모델은 오직 한 대씩만 생산됐는데, 경매로 팔 예정이라 아쉽게도 한국에 들어올 계획은 없다.
자동차 브랜드 한정판 마케팅 거세질 듯
패션 브랜드와 손잡은 특별한 바이크도 있다. 오드리 헵번이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탄 스쿠터로 유명한 베스파가 프랑스 패션 브랜드 크리스티앙 디오르와 협업해 디자인한 스쿠터를 공개했다. 크림색 보디에 군데군데 황금색 장식을 더한 ‘베스파 946 크리스티앙 디오르 에디션’이다. 이 특별한 베스파는 안장과 뒤쪽 휠 하우스에 크리스티앙 디오르의 로고 장식을 더하고, 앞쪽 휠 하우스에도 크리스티앙 디오르를 상징하는 장식을 그려 넣었다. 크리스티앙 디오르는 특별한 베스파에 어울리는 액세서리도 함께 공개했는데, 헬멧과 큼직한 토트백, 뒤쪽에 실을 수 있는 네모난 트렁크다. 다만, 아직 판매를 시작한 건 아니다. 베스파와 크리스티앙 디오르는 이 특별한 에디션을 2021년 봄에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아쉬운 건 한국에서도 판매할지는 미지수라는 점이다.
특별한 제품을 소장하려는 사람들의 욕구가 늘면서 자동차 브랜드의 한정판 마케팅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개인적으로는 디자인만 살짝 바꾼 한정판 모델이 아닌, 특별한 의미를 더한 한정판 모델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