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트라 리미티드’는 할리데이비슨 투어링 라인업을 대표하는 울트라 클래식에 고사양의 옵션이 더해진 모델이다. 거대한 미국을 무대로 태어난 만큼 수천㎞를 넘게 달리는 장거리 투어까지 고려한 대륙 횡단 투어러로, 완전한 이름은 ‘일렉트라 글라이드 울트라 리미티드’다. 장거리 주행의 피로를 덜어주기 위해 방풍 성능을 강화했고, 큼직한 수납공간도 더했다. 기본 모델과 리미티드는 여러 가지 옵션 차이로도 구분되지만, 프런트 펜더의 리미티드 배지로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전면에 바람을 막아주는 페어링은 그 모습이 날개를 편 박쥐를 닮았다고 해서 ‘배트윙’이라고 불린다. 1969년 일렉트라 글라이드에 옵션으로 처음 등장해 지금은 투어링 패밀리를 상징하는 아이콘이 됐다. 시간이 흐르며 그 모습이 조금씩 변해왔는데 현재의 모습으로 다듬어진 것은 ‘프로젝트 러시모어’를 통해 업데이트된 2014 모델부터다. 이후 엔진과 편의장비도 꾸준히 업데이트됐지만, 전체적인 외형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처음으로 등장했던 197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외형에서의 기본적인 틀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빠르게 유행이 만들어지고 사라지는 요즘 같은 시대에 하나의 스타일을 반세기 넘게 유지하는 것은 경이로운 일이다.
오랜 시간 변하지 않고 고전적인 스타일을 고수하다 보니 기술적으로 뒤처진 모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울트라 리미티드에는 뜻밖에 많은 첨단 전자장비가 들어간다. 특히 2020년 모델부터 적용된 리플렉스 디펜시브 라이더 시스템(RDRS)은 향상된 전자장비의 도움으로 더욱 안전한 주행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주행보조 시스템이다. 차량 움직임을 감지하는 관성측정장치(IMU) 기반으로 작동하는 향상된 브레이크 잠김 방지 시스템(ABS)은 물론 기울기를 감지하는 트랙션 컨트롤과 엔진 제동장치가 과도한 토크를 발생시켜 미끄러지지 않도록 하는 드래그 토크 슬립 제어가 적용된다. 말이 어려울 수 있는데 미끄러운 노면에서 차체의 안정적인 주행을 돕는 장치다. 제동장치가 전후 연동으로 작동하는 것은 물론이다. 여기에 요즘 자동차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언덕 밀림 방지 기능까지 있다.
물론 고급 투어러로 구분되는 대부분의 경쟁 모델도 갖춘 기능이지만, 고전적인 스타일의 울트라 리미티드에 적용된 것은 꽤 놀라운 점이다. 그런데 이런 기능은 겉으로는 전혀 드러나지 않고 묵묵히 뒤에서 라이더를 보조하는 역할만 한다. 할리데이비슨은 ABS 작동을 위해 필수적인 휠 스피드 센서마저 디자인을 해친다는 이유로 휠 안쪽으로 숨기는 브랜드다. 주행 보조장치 역시 운전자가 ‘아차’ 하는 순간에만 개입한다.
하지만 경쟁차와 비교해서 겉으로 확연히 드러나는 첨단기능도 있다. 바로 오디오를 중심으로 하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다. 대형 터치스크린을 내장하고 끝내주는 출력의 오디오 시스템이 기본으로 장착했으며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한다. 스마트폰을 연결하니 중앙의 박막 액정표시장치(TFT-LCD) 화면에 ‘카카오 내비’가 나와 깜짝 놀랐다.
수랭과 공랭 사이
울트라 리미티드에 장착된 1868㏄ V트윈 엔진은 트윈-쿨드(twin-cooled) 방식으로, 이름처럼 공랭과 수랭의 두 가지 냉각 방식을 결합한 것이다. 기존 공랭엔진의 스타일과 감성적인 느낌을 유지하면서도 엔진 헤드 둘레만 수랭으로 식혀주는 것이다. 공랭의 감성은 유지하지만, 열관리에 유리해서 과열로 인한 성능 저하가 일어나지 않는다. 라디에이터는 레그실드 좌우에 나누어 숨겼다. 못생긴 라디에이터를 감춘 것은 디자인 측면에서 보면 ‘신의 한 수’다.
울트라 리미티드의 매력은 사람이 바이크를 타며 느끼는 감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주행에 방해되는 것들을 제거한 데 있다. 2기통의 V트윈 엔진은 피스톤의 진동을 상쇄시켜주는 카운터 밸런서와 엔진, 프레임의 연결을 고무 재질로 해서 진동을 걸러주는 러버 마운트를 동시에 적용했다. 덕분에 엔진 자체의 울림은 전달되지만, 불쾌한 진동은 거의 남지 않는다. 엔진의 ‘맛’이 조금은 덜해졌다고 불평하는 사람도 있지만, 장거리 주행의 피로는 확실히 덜어낸다. 조금 부족해진 맛은 훨씬 굵직해진 166Nm의 강력한 토크가 보상한다. 이 토크 덕분에 400㎏의 무게를 잊게 하는 가속 성능을 보여준다.
아날로그적인 주행 감각
주행의 즐거움을 더하는 요소는 그대로 남겼다. 특히 엔진의 느낌이나 변속 느낌 등 기계적인 매력을 듬뿍 담았다. 시소 기어를 뒤꿈치로 쿡쿡 밟아가며 변속할 때 철컥철컥 맞아 들어가는 손맛, 아니 발 맛이 살아 있다. 저회전부터 굵고 두툼하게 터지는 토크를 이용해 마치 북을 두드리는 느낌으로 가속하는 것이 매력적이다. 여기에 운전자가 바이크의 중심에 앉아서 달리는 느낌이 좋다. 바이크에 끌려가는 느낌이 아니라 바이크를 이끌고 달려 나가는 느낌이다.
고갯길에서 차체를 기울이면 라이더를 말리기라도 하듯 ‘카가각’ 소리를 낸다. 발판 아래쪽이 노면에 닿아 긁히며 나는 소리다. 이 때문에 좌우 기울기의 한계가 낮아 바이크를 많이 기울일 수 없는 것은 아쉽다. 한계는 낮지만, 그 안에서 바이크를 다루는 안정감과 방향을 바꾸는 민첩함은 덩치에 비해 뛰어나다. 조금 더 빨리 달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게 하는 면도 있다.
빠르게 달리는 것이 목적이라면 울트라 리미티드는 그다지 재미없는 바이크가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뒷자리에 사랑하는 이를 태우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경치 구경도 하는 여행을 생각하면, 울트라 리미티드만큼 어울리는 것이 없다. 그저 아쉬운 점은 울트라 리미티드에 대한민국이라는 무대는 조금 작게 느껴진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