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 카뮈의 대표작 ‘이방인’은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일지도 모르겠다’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알베르 카뮈의 대표작 ‘이방인’은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일지도 모르겠다’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이방인
알베르 카뮈│김진하 옮김│을유문화사
236쪽│1만2000원

소설가 알베르 카뮈는 1960년 1월 4일 교통사고로 세상을 떴다. 프랑스 남부의 자택을 떠나 파리로 가던 길이었다. 그는 당초 파리행 기차표를 끊어놓았지만, 지인이 운전하는 자동차에 동승했다가, 차가 가로수를 들이받는 바람에 목뼈가 부러져 즉사했다. 실존적 부조리의 작가로 불리는 그의 죽음 그 자체가 최악의 부조리였다. 

올해는 카뮈 타계 60주년이다. 그의 대표작 ‘이방인’이 최근 새롭게 번역됐다. 김진하 서울대 불어교육과 교수가 소설 번역과 더불어 주요 대목을 상세하게 분석한 해설을 덧붙였다. 이 소설은 주인공 ‘뫼르소’의 일인칭 시점으로 서술되면서, 모친의 장례식에 이어 ‘나’의 뜻하지 않은 살인, 그리고 사형 선고를 받은 ‘나’의 단두대 처형을 예고하는 죽음의 연속으로 전개된다.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일지도 모르겠다”면서 시작하는 이 소설은 간결하고 무미건조한 문체로 서술된다. 그 냉혹한 문체는 매사에 무뚝뚝하고 냉소적인 뫼르소의 내면세계를 오롯이 드러낸다. 뫼르소는 오랫동안 양로원에 머물던 모친의 부음을 듣는 순간, 정확한 사망 날짜와 시간을 모른다고 했다. 그는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지 못하는 성격이다. 감정을 숨길 줄도, 과장할 줄도 모른다.

모친의 장례식을 치른 뒤 그는 “여느 때와 똑같은 일요일이고, 엄마는 이제 땅에 묻혔고, 나는 다시 일을 시작할 것이고, 결국 변한 게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중얼거린다. 회사로 복귀해선 사장이 사망한 모친의 나이를 물으니까, “나는 틀리지 않게 말하려고 ‘한 예순쯤’이라고 말했는데”라며 무덤덤하게 지낸다.

그는 애인과 함께 해수욕을 하고 영화도 관람한 뒤 사랑도 나눈다. 애인이 자기를 사랑하느냐고 묻자 “나는 그런 말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그녀가 결혼을 원한다면 우리가 결혼을 할 수는 있다고 그녀에게 설명했다”고 한다. 그는 회사가 제안하는 승진에도 관심이 없다. 인생에서 변화란 무의미하다고 일축한다.

이처럼 허무와 염세에 찌든 주인공은 우연히 벗들과 해변에서 아랍인들과 다툼을 벌이게 되고, 어쩌다 남의 권총을 쥐게 된 그는 아랍인이 칼을 꺼내 들자, 칼날에 반사된 햇빛에 눈이 부신 나머지 방아쇠를 당기고 만다. 정당방위처럼 보이는 우발적 살인이지만, 그는 쓰러진 아랍인에게 확인 사살까지 했기 때문에 중죄인이 된다. 검사의 심문 과정에서 죄책감을 느끼지 못한 채 “권태롭다”고 솔직하게 말해 반성의 여지가 없는 살인범이 된다.

검사는 법정에서 뫼르소의 비인간성을 지적했다. 모친 장례식에서 눈물을 흘리지도 않았고, 상중에 애인과 성행위를 즐긴 패륜아라는 점에서 더 큰 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하기 위해 사형을 언도해달라고 재판장에게 요구한다. 게다가 뫼르소는 살인 동기를 묻는 재판장에게 “햇빛 때문에”라고 엉뚱한 진술까지 해 결국 사형 선고를 받는다. 뫼르소의 행동도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부조리하지만, 검사의 논고도 부조리한 것은 마찬가지다.

카뮈는 이 소설의 영어판 서문에서 “뫼르소는 있는 그대로 말하고 자신의 감정을 은폐하지 않는다”라고 풀이했다. 그는 자신에 대해 거짓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누구보다 진실을 추구했고 그로 인해 유죄 선고를 받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