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대 명상의 스승이라고 일컬어지는 잭 콘필드(오른쪽)와 트루디 굿맨 박사가 코로나19 시대의 진실한 연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 스피릿 록
미국 현대 명상의 스승이라고 일컬어지는 잭 콘필드(오른쪽)와 트루디 굿맨 박사가 코로나19 시대의 진실한 연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 스피릿 록

“고요하게 있을 때 자신의 재능과 자질을 알아차릴 수 있어요. 한 발짝 뒤로 물러나서 재능을 발견하고 한 발짝 나아가서 세상과 나누세요.”

잭 콘필드와 트루디 굿맨 박사는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들은 부부이고, 임상 심리학 박사이며, 서구 세계에 아시아의 명상법을 배워서 전파한 선구자들이다. 콘필드 박사는 캘리포니아의 명상 센터 스피릿 록(Spirit Rock)의 창립자로, 포드 자동차 회장은 물론 실리콘밸리 기업가들의 명상 열풍을 이끈 핵심 인물이다.

굿맨 박사는 명상과 심리치료를 병행하는 세계 최초의 명상 심리 통합 센터(Institute for Meditation and Psychotherapy in Cambridge)의 공동 설립자로, 올해 골든 글로브 어워즈 여우주연상을 받은 산드라 오의 명상 스승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엄청난 속도로 세상을 해체하고 재조립하는 와중에도, 내면의 평화로 충만한 두 명의 명상 스승을 화상으로 인터뷰했다. 바이러스는 마음껏 움직일 수도, 만날 수도 없도록 우리를 억류했지만, 한편으로 나 자신과 친구가 될 기회도 열어주었다. 세상을 헤집고 다닐 수 없지만 방석 위에 앉아 침묵할 수 있다.

나는 무엇이며, 앞으로 어떤 경험으로 세상에 존재할 것인가. 오로지 불확실성만이 확실한 세상에서 평정심을 잃지 않기 위한 비법이 있을까.

‘안다’와 ‘모른다’ 사이의 신비로운 중간 지대, 명상이 추구하는 ‘따뜻한 알아차림’이란 과연 무엇일까.


명상은 고통의 회피가 아닌 직면이라고 했다. 어쩌면 코로나19 시대에 이 ‘고통의 직면’은 더욱 중요할 것 같다.
“도망간다면 고통은 더욱 커질 뿐이다. 우리는 기후 변화와 전염병에서 피할 수 없다. 명상을 통해 동요하지 않는 차분한 마음으로 그 고통을 내 것으로 느끼고 동참해야 한다. 고통의 끝이 아니라 그 시원에 가닿아야 한다. 탐욕과 분노와 분리의 마음. 그 뒤에 볼 수 있다. 우리는 숨으로 깊이 연결된 사이라는 것을. 우리가 보아야 할 것은 상호 존성의 자비다. 이것이 인간의 과제다.”

고통을 보기 위해 명상이 필수적인가.
“정확히 보아야 길이 열린다. 명상은 개인의 해탈에만 있지 않다. 공동체를 위한 움직임이다. 틱낫한 스님이 말씀하셨다. ‘난민이 피난 보트를 타고 가다 태풍과 해적을 만나 공포에 벌벌 떨고 있을 때, 한두 사람이라도 평정심을 잃지 않으면, 모두가 살 수 있는 길을 보여줄 수 있다.’ 앞선 리더가 명상을 하는 이유다.”

잭 콘필드 박사는 실리콘밸리 최고경영자(CEO)들이 믿고 따르는 명상 스승이다. 이 시대 산업의 정점, 테크 기업의 수장들은 왜 명상에 심취해 있나.
“그들은 더 나은 의사 결정과 행복감을 위해 그리고 무엇보다 공동체를 위해 명상을 한다. 링크드인의 CEO였던 제프 와이너는 명상을 통해 연민(compassion)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연민 경영을 해왔다. 동료들끼리 경쟁이 아니라 친절을 가르친다. 지금은 미국의 전 초등학교에 명상 클래스를 도입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세일즈 포스의 회장인 마크 베니오프도 새로 건물을 지을 때 모든 층에 명상실을 둔다. 직원들이 자애와 자비심으로 일하도록 돕기 위해서다.”

기업의 리더가 경쟁이 아니라 자비심을 가르친다니, 놀랍군! 트루디 굿맨 박사는 산드라 오의 명상 스승이다. 오프라 윈프리, 휴 잭맨, 니콜 키드먼 등도 명상 애호가로 알려졌는데, 유명인사들은 왜 명상에 몰두하나.
“모든 유명인은 내 관심사가 아니다(웃음). 산드라 오만 이야기하면, 그는 한국인들이 자랑스러워할 만한 훌륭한 배우다. 12년간 명상을 해왔다. 배우는 타인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연기하는 직업이다. 그 과정에서 수시로 자기 투사를 한다. 나를 있는 그대로 안아주어야 타인의 자리가 생긴다. 산드라 오는 새로운 역할을 맡을 때마다 자신의 감정과 꿈, 생각을 마치 손가락 끝으로 건드리듯 따스하게 접촉하면서 캐릭터의 초상화를 그려나간다.”

한국의 배우들도 명상을 하면 연기에 도움이 되겠군.
“맞다. 명상할 때는 아무것도 숨길 수 없다. 구석구석 다 떠오른다. 내 안에 아름다운 것, 사랑스러운 것, 그렇지 않은 것들… 나를 구성하는 현재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나면, 새로운 캐릭터를 더 깊은 연민으로 환영할 수 있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와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도 명상 수행자다. 베르베르는 인식의 단계를 이야기하며 ‘신’이라는 소설을 썼고, 하라리는 인공지능으로 인간이 신이 되려 한다고 예언했다. 그들은 명상을 통해 뇌과학적으로 어떤 차원을 넘어가는 경험을 하는 것 같더라.
“아름다운 질문이다. 수십 년 동안 하버드와 UCLA, 존스홉킨스대학의 뇌과학자들은 명상이 신경과학적인 통합에 어떤 도움을 주는지 8000건이 넘는 논문을 발표했다. 결과는 한결같다. 명상으로 공감, 자비심, 인지능력, 감정 회복력이 증진된다는 거다. 침착성, 집중력, 신체적 치유에도 효과가 분명하다. 학교나 병원, 회사에서 명상을 강조하는 건 바로 그런 점 때문이다.”


그들이 지도하는 마음챙김 모임에는 기독교와 유대교 신자들도 참여한다. 사진 스피릿 록
그들이 지도하는 마음챙김 모임에는 기독교와 유대교 신자들도 참여한다. 사진 스피릿 록

요즘엔 종교학자, 인문학자도 명상을 이야기한다. 직립의 반대로서의 좌정이다. 두 발을 묶은 ‘자발적인 고립’ 속에 ‘불필요한 일을 걷어내고, 진짜 해야 할 일을 찾아 행하면, 더 나은 내가 된다’는 메시지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은 ‘자비’보다는 ‘성장’이다. 어떻게 생각하나.
“흥미로운 선문(Zen)이다. 성장이 중요한가? 자비가 중요한가? 무엇인 더 나은 나인가? 답은 인간은 성장과 자비가 다 필요하다는 거다. 성장은 용기 있게 상황을 헤쳐나가는 능력이다. 두려움,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서 필요한 엔진이다. 집 청소를 예로 들어보자. 청소하려면 불필요한 것을 비워내야 한다. 비워내면 알맹이만 남고 더 나은 나를 만날 수 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청소 후 문을 열면 정원으로 새가 날아온다. 자연스럽게 자비심이 싹튼다. 그러니 일단 청소하듯 머릿속에서 불필요한 것을 내보내라. 남에게 잘 보이려는 마음, 분노, 수치심… 깨끗한 공간에는 청아한 마음이 깃든다. 현자를 보면 기분이 좋아지지 않나.”

굿맨 박사에게 묻겠다. 너무 애쓰며 열심히 살지 말라는 조언을 자주 한다. 지나친 열심은 왜 독이 되나.
“기타를 예로 들어보자. 기타를 잘 치려면 음정을 잘 맞춰야 한다. 기타 줄을 너무 조이면 줄이 끊어지고, 느슨하게 풀면 아름다운 곡을 연주할 수 없다. 현대인은 음악을 연주하는 것을 잊고 기타 줄로 채찍을 만들고 있다. 엄격하게 줄을 조이면 결국 끊어진다. 나는 아름답게 연주되어야 하는 기타다. 가혹하게 줄을 당기기를 멈추고, 현재 나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내가 갖고 태어난 선율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좌정과 산책은 긴장의 플러그를 뽑는 적극적인 행위다. 눈을 감는 것과 걷는 것은 각각 우리 몸에 어떻게 다르게 작동하나.
“좌정과 산책은 서로 보완적이다. 앉아서 눈을 감으면 온전하게 마음을 볼 수 있고, 공간 속을 움직이며 걸으면 몸의 감각이 깨어난다. 산책은 ‘명료하게 깨어있기 위한 리허설’ 같은 것이다.”

그렇다면 침묵은 어떤가? 간디는 일주일에 하루를 침묵의 날로 정하고‘거리에서 사람이 죽어간다’는 말을 들어도, 일정량의 침묵 수행 후 정의를 이뤄갔다고 들었다. 침묵이 왜 그토록 중요한가.
“(미소 지으며) 아름다운 질문이다. 마음챙김의 뜻은 깨어있는 현존, 깨어있는 행동이다. 좌정 후 일어나서 세상이라는 정원을 가꾸는 것이다. 정의는 대중을 향한 사랑이다. 간디는 알았다. 흥분이 유도하는 즉각적 공격과 방어보다, 침묵이 일러주는 방법이 훨씬 더 자비롭고 강하다는 것을. 우리는 다 답을 알고 있다. 성급함은 지혜를 막는다. 열 받으면 세 번만 호흡에 집중하고 ‘내가 이 상황에서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뭔가’를 물어라. ‘원하는 것은 파국이 아니라 좋은 관계이며, 해결책’이다. 상대를 헤아린 채 차분한 어조로 내 뜻을 전달하는 것이다.”

갈등에 관해서 이야기해보자. 당신은 상대를 모욕하지 말고 시위도 신나게 재밌게 하라고 했다. 한국에서는 소셜미디어(SNS)에서도 부족화가 심한데, 어떻게 싸움을 재미있게 할 수 있을까.
“소셜미디어의 부족화는 알고리즘의 영향이 크다. 끼리끼리 모아놓는 문화가 분열을 초래하고 있다. 생각이 다른 사람의 말을 듣는 것이, 인류애의 시작이다. 위대한 활동가 말리 아이빈스(Molly Ivins)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 밖으로 나간다면 그 행위를 즐겁게 해야 한다’고 했다. 분노에 차서 행동하면 더 많은 갈등만 낳을 뿐이라고. 우리는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 군무를 출 수 있어야 한다. 얼마 전 이민자들이 공항에 갇힌 상황에서 대규모 시위가 있었다. 한쪽은 입국 반대 피켓을, 다른 한쪽은 난민 수용 피켓을 들고 있었다. 그 현장에 재즈 밴드가 나타나 연주를 시작했다. 그러자 다 같이 노래를 불렀다. 경찰도 보안대원도 흥얼거리며 춤을 췄다. 우리가 난민을 도우러 갈 때, 그들은 우리가 울상이 되어 악을 쓰기를 원치 않는다. 신나게 싸운 후, 즐거웠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시위 현장에, 예술이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굿맨 박사는 먼저 한걸음 물러난 뒤에 나아가라고 했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생각하지 말고 한걸음 뒤로 물러나서 친밀감과 생생함을 느껴보라고. 한걸음 물러나는 행위는 나와 연결이자 타인을 향한 수용이라고.

따뜻한 알아차림이란 무엇인가.
“사랑의 마음으로 수용하는 거다. 마음을 고요히 하고 호흡을 느끼면서 감정이 올라오는 것을 지켜본다. 나는 그 ‘알아차림’의 공간이 되는 거다. 고통과 분투가 올라오면 넘어진 아이를 일으키는 엄마의 마음으로 안아줘야 한다. 점점 그 따뜻한 주파수를 나에게서 이웃에게로 넓혀가는 거다. 한 사람씩 떠올려 그의 고통을 안아주고 행복을 빌어주어라. 주위가 흩어지면, 스승이 잘 돌아오도록 도와줄 것이다.”

더불어 따뜻한 알아차림으로 나만의 재능을 발견할 수 있다고 했는데, 사실인가.
“과거나 미래가 아니라 ‘현존의 기쁨’에 집중하면 반드시 나의 재능을 알아차릴 수 있다. 그 재능을 세상과 나눌 기회도 알아차릴 수 있다. 다만 혼자서는 재능을 알아차리지 못할 수도 있다. 공동체에서 함께해야 한다. 깊이 잠겨 떠올리면, 내가 못 본 나의 재능을 동료와 스승이 알려줄 것이다.”

명상은 가난한 사람과 부자 중 누구에게 더 필요한가.
“가난한 사람은 하고 싶어도 생계 문제로 명상할 시간이 없고, 부자는 시간은 있지만 누릴 것이 많아 수행을 지속하지 못하더군.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같은 이유로 명상이 필요하다.”

김지수 조선비즈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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