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이엄프 ‘스크램블러 1200 XC’의 앞바퀴 휠은 21인치로 바이크의 존재감을 더해준다. 동글동글한 느낌의 고전적인 디자인은 오리지널 스크램블러의 교과서적인 모습을 갖추고 있다. 사진 양현용
트라이엄프 ‘스크램블러 1200 XC’의 앞바퀴 휠은 21인치로 바이크의 존재감을 더해준다. 동글동글한 느낌의 고전적인 디자인은 오리지널 스크램블러의 교과서적인 모습을 갖추고 있다. 사진 양현용

1950년대 이후 영국에서 유행하던 ‘카페 레이서’로 불붙은 레트로 바이크 열풍은 ‘스크램블러’로 이어지고 있다. 일반 도로가 비포장이던 시절부터 경쟁에서 더 빨라지기 위해 탄생한 스크램블러는 오토바이 경기 중 하나인 모토크로스와 듀얼퍼퍼스 장르의 시작점이다. 특히 레트로 붐과 오프로드 스타일이 더 멋있게 받아들여지는 최근 분위기와 맞물려 이들은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 스크램블러란 보통 카울(외장 덮개)이 없고 비포장도로 타이어를 단 바이크를 말한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출시한 트라이엄프의 ‘스크램블러 1200’ 시리즈는 오프로드 주행 성능에 집중한 ‘스크램블러 1200 XE(이하 XE)’ 모델과 스크램블러 본연의 스타일에 충실한 ‘스크램블러 1200 XC(이하 XC)’ 모델로 출시됐다. XE는 앞바퀴에 21인치 휠을 끼우고 긴 서스펜션(충격흡수장치)을 갖춰 산악용인 엔듀로 바이크 수준의 높은 시트와 최저 지상고를 자랑하는 오프로드 머신을 추구한다.

반면 XC는 좀 더 캐주얼한 느낌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XE와 비교할 때의 이야기다. XC도 일반적인 스크램블러와 비교하면 진지하게 오프로드 주행을 고려해 만든 것으로 보인다. 주행 모드부터 오프로드 모드와 오프로드 프로 모드를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후륜의 잠김 방지 브레이크 시스템(ABS)만 해지하는 오프로드 ABS까지 갖추고 있다.

21인치의 큼직한 프론트 휠은 바이크에 존재감을 더하고, 동글동글한 느낌의 고전적인 디자인은 오리지널 스크램블러의 교과서적인 모습을 갖추고 있다. 바이크 중앙을 가로질러 뒤쪽까지 일자로 뻗은 배기 시스템은 디자인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이다. 여기에 엔진 케이스와 각종 금속 부품의 마감 처리, 품질 좋은 페인팅까지 트라이엄프만의 고급스러운 마무리도 좋다.

높은 사양의 브렘보 모노블록 캘리퍼와 리어의 올린즈 서스펜션, 튜브리스 방식의 크로스 스포크 휠이 기본 장착된 점도 바이크의 클래스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점이다.

시트에 앉는 자세부터가 스크램블러답다. 허리가 서고 엉덩이 바로 아래 스텝이 위치하는 전통적이면서도 효율적인 자세가 자연스럽게 연출된다. 전후 일체형 시트는 탱크 바로 뒤에서부터 뒷자리 끝까지, 운전자의 체중에 따라 이동하기 쉽다. 긴 시트의 경우 쿠션이 단단한 느낌이 있지만, 탠덤(뒷좌석에 앉는 것) 라이딩에 유리하다. 뒷사람의 다리 자세도 편하게 나오고, 안정적이다.


엔진 케이스와 각종 금속 부품의 마감 처리 등 트라이엄프만의 고급스러운 마무리가 돋보인다. 사진 양현용
엔진 케이스와 각종 금속 부품의 마감 처리 등 트라이엄프만의 고급스러운 마무리가 돋보인다. 사진 양현용
바이크 중앙을 가로질러 후면까지 일자로 뻗은 배기 시스템은 디자인의 화룡점정이다. 사진 양현용
바이크 중앙을 가로질러 후면까지 일자로 뻗은 배기 시스템은 디자인의 화룡점정이다. 사진 양현용

모던 클래식

XC의 재미있는 점은 가장 고전적인 디자인을 하고 있지만, 내부는 가장 현대적이라는 것이다. 트라이엄프에서 정의하는 ‘모던 클래식’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 시동키부터 스마트키 방식이다. 우아하게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 수 있다. 초박막 액정표시장치(TFT-LCD) 계기반은 화면 디자인을 취향에 따라 골라서 쓸 수 있을 만큼 스마트하다.

내부는 안전을 위해 주행 중 바퀴 미끄러짐을 조절하는 트랙션 컨트롤 시스템(TCS), ABS 등의 전자 장비들로 꽉꽉 채웠다. 엔진은 냉각핀이 살아있어 공랭으로 오해를 사지만, 사실은 수랭 방식이다. 열관리도 유리하다.

하지만 오른쪽 허벅지 아래에 있는 머플러는 한 번 열을 받으면 뜨끈뜨끈하게 종아리와 허벅지를 지진다. 달리는 중에 뜨겁지 않으려면 목이 긴 부츠를 신는 편이 좋다. 속도를 붙이면 팔을 벌려 바람을 가슴에 품고 달리는 느낌이다. 온몸으로 주행풍을 고스란히 맞지만, 주행 자세가 편하기 때문에 피로는 적다.

엔진 반응은 유순하다. 90마력으로 배기량 대비 평범한 출력이지만 토크는 110Nm으로 강력한 편인데, 회전 상승이 플랫하고 스로틀(가속레버) 입력과 엔진 출력이 정비례하는 느낌으로 작동한다. 그야말로 담백한 출력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

그렇다고 이 바이크를 재미없는 바이크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자극만이 재미라고 느낀다면 그건 약물에 중독된 것과 다를 바 없다. 바이크를 원하는 대로 조작할 수 있고 차량의 높은 한계가 만들어주는 여유는 바이크를 더욱 적극적으로 다룰 수 있게 해, 또 다른 재미를 만든다.


전후 일체형 시트는 탱크 바로 뒤에서부터 뒷자리 끝까지 운전자의 체중을 이동하기 쉽다. 사진 양현용
전후 일체형 시트는 탱크 바로 뒤에서부터 뒷자리 끝까지 운전자의 체중을 이동하기 쉽다. 사진 양현용

오프로드도 문제없는 다재다능함

오프로드에서는 21인치 휠의 장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작은 요철은 물론 큼직한 요철도 아무렇지 않게 처리한다. 낮은 차체로 가끔 배가 노면을 스치지만, 덕분에 발이 잘 닿아 편안하게 달릴 수 있다. 리어(rear·뒤쪽)를 미끄러트리며 정신없이 달리다 보면 오프로드를 흠뻑 즐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오프로드를 잘 달린다는 건 스크램블러에 중요한 요소지만, 전부는 아니다. 아름다운 스타일에 높은 품질로 마무리된 차체, 여유 넘치는 힘, 최신 듀얼퍼퍼스에도 뒤지지 않는 충실한 전자 장비, 그리고 오프로드 스타일로 자극되는 모험심까지. 일반 도로를 달려도 XC의 매력은 넘칠 만큼 많다. 이 한 대의 바이크로 온·오프로드를 넘나드는 데다 요즘 가장 힙한 레트로 스타일까지 만족시키는 다재다능함이 마음에 쏙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