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와 BMW가 각각 회사의 대표 중형 세단인 ‘더 뉴 E-클래스(왼쪽)’와 ‘더 5’를 최근 출시했다. 사진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BMW 코리아
메르세데스-벤츠와 BMW가 각각 회사의 대표 중형 세단인 ‘더 뉴 E-클래스(왼쪽)’와 ‘더 5’를 최근 출시했다. 사진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BMW 코리아

올해 1~9월 한국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수입차는 메르세데스-벤츠(이하 벤츠)의 ‘E-클래스’다. AMG 모델을 뺀 E-클래스의 판매 대수는 2만2134대로, 아우디 전체 판매 대수(1만6971대)보다 많다. BMW를 뺀 나머지 수입차 브랜드는 모두 전체 모델의 판매 대수가 E-클래스의 판매 대수를 넘지 못했다. 참고로 1~9월 한국 시장에서 벤츠의 전체 판매 대수는 5만3571대였다. 두 번째로 많이 팔린 수입차는 뭐냐고? 짐작하겠지만 BMW ‘5시리즈’다. 5시리즈는 1~9월 한국 시장에서 1만5193대가 팔렸다.

서두부터 수입차 판매 대수 얘기를 꺼낸 건 바로 BMW와 벤츠가 며칠을 사이에 두고 국내에 새 모델을 출시했기 때문이다. ‘더 5’는 10월 5일, ‘더 뉴 E-클래스’는 10월 13일 공식 출시했다. 둘 다 안팎으로 디자인을 매만지고, 편의장비와 안전장비 등을 개선한 페이스 리프트(부분변경) 모델이지만 새로운 5시리즈는 7세대, 새로운 E-클래스는 10세대 모델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는 게 다르다.

두 차의 차이는 역사뿐만이 아니다. 벤츠는 새로운 E-클래스가 완전 변경 수준의 대대적인 변화를 거쳐 더욱 다이내믹한 모습으로 거듭났다고 강조한다. BMW 역시 ‘더 5’에 새로운 디자인 언어를 적용해 존재감이 한층 강렬해졌다고 힘주어 말한다. 그런데 내 눈엔 5시리즈의 얼굴이 좀 더 강렬하고 다이내믹해 보인다. 프런트 그릴에 크롬을 잔뜩 둘러서인지 얼굴이 한층 도드라져 보인다. 5시리즈가 남성적인 분위기라면 E-클래스는 여성적인 느낌이다. 두 차는 디자인에서 서로 다른 지향점을 보여준다.

실내 역시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5시리즈가 직선을 강조해 남성적인 분위기를 돋운다면 E-클래스는 물결치듯 넘실대는 대시보드 라인과 둥근 송풍구, 커다란 디스플레이로 우아한 매력을 한껏 강조한다. 새로운 5시리즈와 E-클래스 모두 센터패시아(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공조장치 등이 있는 곳)에 버튼을 어느 정도 남겨뒀지만, 고급스러워 보이는 쪽은 E-클래스다. 5시리즈의 버튼과 다이얼은 조금 투박해 보이지만 E-클래스는 버튼을 크롬과 검은색 하이그로시(고광택 코팅)로 장식해 고급스러운 느낌이 물씬 난다. E-클래스의 새로운 운전대 역시 우아하면서 고급지다. 특히 AMG 라인의 운전대는 양쪽에 두 개로 나뉜 스포크를 달아 독특한 매력을 뽐낸다.

파워트레인 구성은 비슷하다. 두 차는 모두 직렬 4기통과 직렬 6기통 휘발유 엔진을 비롯해 직렬 4기통 디젤 엔진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 네 가지 엔진을 얹었다. 단, 5시리즈는 8단, E-클래스는 9단 자동변속기를 맞물렸다. 최고출력은 동급 트림과 비교할 때 E-클래스가 조금 높다. 4기통 디젤 엔진을 얹은 ‘523d’가 190마력, ‘E 220d’가 194마력이며 4기통 휘발유 엔진을 얹은 ‘530i’가 252마력, ‘E 350’이 299마력이다.

E 350의 출력이 530i보다 40마력 이상 높은 건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얹은 덕분이기도 하다. 새로운 5시리즈는 디젤 모델에만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했지만, E-클래스는 휘발유 모델에만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얹었다.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쉽게 말해 일반적인 하이브리드 시스템보다 용량이 작은 배터리를 얹은 시스템을 말한다. 보통의 내연기관차는 보닛 아래에 12V 배터리를 탑재하고, 이 배터리로 주행 등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받는데,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얹은 자동차는 12V 배터리 외에 48V 배터리를 추가로 품고 있어 스톱 앤드 스타트 시스템을 보조하거나 가속할 때 힘을 더한다. E 350은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22마력을 더 얻었다.

두 차 모두 편의장비와 안전장비가 풍성하다. 앞차와 간격을 스스로 조절하며 달리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비롯해 차선 유지 어시스트, 충돌 회피 조향 어시스트 등의 안전장비가 모든 모델에 기본으로 달렸고, 앞뒤 열선 시트와 열선 스티어링 휠, 애플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 스마트폰 무선충전 패드도 모든 모델이 챙겼다. 하지만 아랫급의 옵션을 비교하면 차이가 조금 눈에 띈다. 6360만원으로 가장 싼 ‘520i 럭셔리’는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갖췄지만, 이보다 90만원 비싼 ‘E 250 아방가르드’에는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없다. 반대로 6510만원인 ‘520i M 스포츠 패키지’는 앞자리에 통풍 시트가 없지만, 6890만원인 ‘E 250 익스클루시브’는 앞자리에 통풍 시트를 달았다.

새로운 5시리즈는 온 길을 기억했다가 최대 50m까지 스스로 후진하는 후진 어시스트도 모든 모델이 품고 있지만, E-클래스가 자랑하는 증강 현실 내비게이션은 8480만원짜리 ‘E 350 4매틱 아방가르드’부터 만날 수 있다. 단, 초미세필터가 외부 먼지와 악취를 걸러내 실내 공기 질을 쾌적하게 해주는 에어 퀄리티 패키지는 모든 모델이 기본으로 품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E-클래스의 ‘MBUX’가 좀 더 쓰기 편하다. 5시리즈는 모든 모델이 제스처 컨트롤을 품고 있지만, 손동작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는 일이 많다. E-클래스는 음성 명령을 찰떡같이 알아듣고 반응한다. 조수석과 운전석에서 하는 말을 가려듣는 센스도 뛰어나다. 운전석에서 “안녕 벤츠, 나 좀 추운 것 같아”라고 말하면 “운전석 쪽 온도를 높이겠습니다”라고 말한다. 내비게이션 목적지도 꽤 잘 알아듣는다. 물론 다 한국어로다.

크기와 값, 성능은 물론 편의장비와 안전장비까지 비슷한 두 대의 독일산 세단이 나란히 출시된 건 오랜만이다. 지금까지 성적으로는 E-클래스가 5시리즈를 앞선다. 그렇다면 새로운 모델은 어떨까? 여러분의 생각이 궁금하다.

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E-클래스’의 실내. 사진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E-클래스’의 실내. 사진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BMW ‘더 5’의 실내. 사진 BMW 코리아
BMW ‘더 5’의 실내. 사진 BMW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