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씨푸드 그릴, 바이츠&와인, 미트&코의 전경. 사진 안다즈 서울 강남
왼쪽부터 씨푸드 그릴, 바이츠&와인, 미트&코의 전경. 사진 안다즈 서울 강남

서울 강남에 ‘조각보’가 새로 깔렸다. 서울 신사동 압구정역 옆 안다즈 서울 강남은 2층에 운영해온 레스토랑 조각보를 ‘바이츠&와인(Bites&Wine)’ ‘씨푸드 그릴(Seafood Grill)’ ‘미트&코(Meat&Co.)’라는 세 개의 외식 공간으로 재구성하고, 공간마다 제공하는 음식을 달리해 차별화했다. 조각보가 본래 색과 모양이 다른 헝겊 여러 조각을 이어 붙여 만드는 보자기니까, 이름의 본뜻에 더 가까운 공간 구성과 메뉴를 갖춘 셈이다.

바이츠&와인 바는 와인·칵테일 등 다양한 음료와 함께 먹기 좋은 철판요리 안주와 스낵을 하루 종일, 정확하게는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내는 올 데이 다이닝(all-day dining) 업장이다. 마감 시간은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한 영업 제한 때문에 10시지만 이후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다. 주말 저녁에는 다양한 장르의 DJ 공연도 있다.

음식은 동서양, 세계 각국이 혼재돼 있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맛과 향이 살짝 가미돼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으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풀어낸 셰프의 센스가 돋보인다. 예를 들어 ‘크리스피 치킨윙’은 미국 술집의 대표 안주인 닭날개구이에 얼얼하게 매운 중국 사천 지방의 마라(麻辣) 맛을 슬쩍 입혔다. ‘철판에 구운 갑오징어구이’에는 이탈리아 페스토(pesto)가 곁들여 나오지만, 서양 향신채 바질(basil) 대신 한국의 깻잎으로 페스토를 만들어 한국적인 맛으로 재해석했다. 접시 하나당 1만~3만원대로 호텔치고는 부담스럽지 않고 만만한 편이다.

씨푸드 그릴은 일본 로바다야키를 호텔에 맞게 서양식으로 풀어낸 듯하다. 샐러리 소금을 뿌린 은행, 마늘 버터를 바른 완도산 전복, 된장에 살짝 재운 소고기 치맛살 등을 참숯에 구워내는 꼬치구이가 개당 5000~1만5000원으로 저렴하지만 하나만 먹기 힘들다. 모든 꼬치가 하나씩 담겨 나오는 5만8000원짜리 모둠 플래터를 주문하는 편이 차라리 돈을 덜 쓰는 방법이다. 이 밖에 바나나 잎으로 싸서 구운 호주산 흰살생선 바라문디, 오징어 먹물 아이올리(aioli) 소스와 라임이 곁들여져 나오는 오징어 등을 먹어보면 참숯만큼 재료 본연의 맛이 감돈다.

서양에서 온 손님들은 ‘라이스볼(rice bowl)’에 특히 눈길이 가겠다. 돌솥밥을 기본으로 된장에 재웠다가 그릴에 구운 호주산 와규 치맛살이나 간장 양념 장어구이, 연어, 봄나물 등 다양한 덮밥으로 풀어냈다. 점심에는 라이스볼 하나에 국, 김치, 반찬을 곁들인 ‘트레이 세트 메뉴’가 4만5000원에 제공된다.

조각보를 아이돌그룹이라고 쳤을 때 핵심 멤버인 ‘센터’를 꼽으라면 역시 미트&코다. 자리에 앉으면 우선 한국 토종 밀로 구운 ‘시그니처 브레드’가 발사믹식초·올리브오일과 함께 나온다. 피라(Pira)라고 하는 특별한 오븐이 이 업장의 경쟁력이다. 피라는 참숯을 사용하는 오븐으로는 세계 최고로 꼽히는 스페인 숯불 오븐 제조 업체로, 전 세계 고급 레스토랑 주방에 설치된 숯불 오븐 대부분이 피라 제품이라 흔히 ‘피라 오븐’이라고 부른다. 미트&코는 일반 전기 오븐과 함께 피라 오븐을 사용한다.


왼쪽부터 씨푸드 그릴의 꼬치구이 등 다양한 음식, 바이츠&와인의 시그니처 메뉴, 미트&코의 주요 메뉴. 사진 안다즈 서울 강남
왼쪽부터 씨푸드 그릴의 꼬치구이 등 다양한 음식, 바이츠&와인의 시그니처 메뉴, 미트&코의 주요 메뉴. 사진 안다즈 서울 강남

숯불에 질 좋은 고기를 구워내니 맛이 없을 수가 없다. 1++ 등급 한우 안심과 채끝, 호주산 와규 치맛살과 안심 스테이크는 말할 필요도 없이 훌륭하다. 여기에 구운 버섯과 감자튀김, 구운 채소를 사이드디시로 선택할 수 있다. 갈릭버터·파슬리·페타치즈로 맛을 낸 버섯이나 수제 판체타(이탈리아식 베이컨)·브라운버터·레몬을 끼얹은 채소도 맛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감자튀김이 최고였다. 감자튀김이야 웬만하면 맛있지만, 이곳에서는 감자를 튀겼을 때 최고로 맛있는 오리 지방을 사용한다. 여기에 다진 마늘을 섞어 매콤하게 맛을 낸 마요네즈인 아이올리가 감자튀김을 찍어 먹도록 함께 나온다.

시저 샐러드와 토마토 부라타 샐러드, 게살 케이크 등 애피타이저도 두루 괜찮지만 파스타는 유독 다른 곳에서 맛보기 힘든 메뉴가 많다. ‘쌈장 크림 트리폴리네’는 소스와 면 둘 다 개성이 넘친다. 대패 삼겹살과 삼겹살 쌈 싸 먹을 때 빠지지 않는 쌈장과 고추에 판체타를 넣고 만든 크림소스를 한쪽 가장자리가 물결 모양으로 기다란 큰 리본 모양의 트리폴리네(tripoline) 파스타에 버무렸다. 트리폴리네는 두툼한 데다 물결 모양의 가장자리와 평평한 면이라는 두 가지 질감 때문에 이탈리아에서도 소고기 라구 등 진하고 강한 맛의 소스가 아니면 다스리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쌈장의 구수하면서도 짭짤한 맛과 고추의 매콤함, 대패 삼겹살과 판체타의 기름진 고소함이 트리폴리네와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다른 지역보다 훨씬 큰 멸치로 담그는 제주산 ‘멜젓(멸치젓)’에 대패 삼겹살과 적양파, 고추로 만든 소스를 링귀니 파스타에 버무리고 루콜라를 얹은 ‘멜젓 링귀니’도 트리폴리네 못잖게 개성이 강해서 호불호가 갈릴 듯하다. 이 두 가지 파스타보다는 완도산 전복과 오징어, 새우를 푸짐하게 넣은 ‘해산물 링귀니’가 일반적인 입맛인 손님들이 두루 선호하는 선택일 듯하다.


조각보(Jogakbo)

분위기 밝고 쾌적하고 활기차다.

서비스 캐주얼하면서도 정중하다.

추천 메뉴 버터헤드 블루치즈 샐러드·크리스피 치킨윙 각 1만8000원(이상 바이츠&와인) 꼬치구이 5000~1만5000원, 안다즈 아크 비어 피시&칩스 2만8000원, 라이스볼 2만4000~3만4000원(이상 씨푸드 그릴) 랍스터 치즈 리가토니 4만8000원, 한우 안심 스테이크 7만원(150g), 미국산 티본 스테이크 1만5000원(100g), 오리기름에 튀겨낸 감자 튀김 1만6000원(이상 미트&코)

음료 바이츠&와인 주류 리스트가 특히 좋다. 시그니처 칵테일을 포함, 다양한 칵테일과 내추럴 와인, 샴페인 등 100가지 넘는 술을 갖추고 있다.

영업 시간 바이츠&와인 오전 11시 30분~오후 10시, 씨푸드 그릴·미트&코 오전 11시 30분~오후 3시·오후 5시 30분~10시

예약 권장

주차 편리. 발레파킹 서비스.

휠체어 접근성 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