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홍보관에서 전시물을 돌아보고 있는 아이들. 사진 최갑수
기후변화홍보관에서 전시물을 돌아보고 있는 아이들. 사진 최갑수

오래전 조상들은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이 있다고 믿었다. 수호신은 때로 돌이었고 때론 고목이었고 때론 장승이기도 했다. 마을 사람들은 매년 이 신에게 제사를 지내며 마을의 안녕과 주민들의 무병을 빌었다.

근대화를 거치며 이런 민간신앙은 대부분 사라졌지만 아직도 신들이 모여 사는 곳으로 여겨지는 곳이 있다. 강원도 원주시 신림면 성남리 성황림이다. 신림면의 ‘신’ 자는 ‘귀신 신(神)’ 자를 쓴다. 그러니까 ‘신이 깃든 숲’이라는 뜻이다.

주민들은 이 숲에 치악산을 지키는 신이 산다고 믿고 지난 100여 년 동안 제사를 지내왔다. 숲은 평소에는 출입이 금지되고 1년에 단 두 번, 제사를 지내는 음력 4월 8일과 9월 9일에만 일반인에게 개방된다. 아는 이들만 아는 ‘비밀의 정원’인 셈이다. 숲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마을 주민들의 허락을 얻어야 한다. 숲으로 들어가는 출입문의 열쇠는 국립공원 관리소장과 이장 두 분만 가지고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신의 공간이 펼쳐진다. 도로에서 단 열 걸음만 들어왔을 뿐인데 원시림이 펼쳐진다.

숲은 원래 윗당숲, 아랫당숲으로 나뉠 만큼 큰 숲이었는데 1970대 초 수해로 윗당숲만 남게 됐다. 길을 따라가다 보면 성황당이 보인다. 성황당 오른쪽에는 수직으로 뻗어 올라간 전나무가 있고 왼쪽에는 엄나무가 자라 성황당을 지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지금의 성황당은 2012년 다시 지었다. 숲은 온대 낙엽활엽수림으로 중부지방 자연림의 모습을 대표하고 있다. 지정 규모는 5만4314m². 졸참나무, 느릅나무, 갈참나무, 신갈나무, 찰피나무 등이 자라고 복수초, 꿩의 바람, 윤판나물 등 100여 종의 초본류도 자란다.

성황당 옆에 있는 전나무는 이 숲에서 유일하게 자라는 침엽수로 신목으로 모시는 나무다. 이장의 안내를 받아 성황당 주위로 쳐진 금줄을 넘어간다. 전나무의 수령은 400여 년쯤으로 짐작되는데 정확한 수령은 모른다고 한다. 높이는 29m, 가슴 높이 지름은 1.3m에 달하는 고목이다.

이 숲에 꼭 한번 가보라고 권하고 싶다. 숲에 들어서서 성황당을 돌아보고 숲길을 따라 걸어가 명상 체험을 하고 다시 돌아오기까지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지만 이 숲이 주는 감동과 울림은 크고 깊다. 숲을 나와서도 숲의 초록과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일렁임이 신의 움직임과 숨소리처럼 몸을 감각하고 있는 것만 같다. 유월이다.

뮤지엄 산에 서 있는 알렉산더 리버먼의 작품Archway. 사진 최갑수
뮤지엄 산에 서 있는 알렉산더 리버먼의 작품Archway. 사진 최갑수
세계의 고판화를 모아놓은 명주사 고판화박물관. 사진 최갑수
세계의 고판화를 모아놓은 명주사 고판화박물관. 사진 최갑수
성황림 가운데 자리한 성황당. 금줄이 쳐져 있다. 사진 최갑수
성황림 가운데 자리한 성황당. 금줄이 쳐져 있다. 사진 최갑수
성황림의 신목인 전나무는 성인 서너 명이 손을 맞잡아야 둘레를 가늠할 수 있다. 사진 최갑수
성황림의 신목인 전나무는 성인 서너 명이 손을 맞잡아야 둘레를 가늠할 수 있다. 사진 최갑수


안도 다다오와 제임스 터렐의 예술 체험

뮤지엄 산은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건축한 미술관이다. 이 미술관을 짓는 데 무려 8년이 걸렸다고 한다. 해발 275m의 산 위에 자리하며 부지는 총 7만2000m²에 달한다. 입구부터 관람 거리가 2.5㎞가량 이어진다. 걸어서 돌아보는 데 약 2시간이 걸린다. 웰컴센터에서 출발해 플라워가든과 워터가든, 뮤지엄 본관을 지나 명상관과 제임스 터렐관으로 이어진다. 하나하나의 영역을 거쳐 가며 미술관 건물과 건물 속의 전시를 감상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제일 먼저 반기는 작품은 마크 디 수베로의 ‘For gerald manley hopkins’다. 플라워가든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는 높이 15m의 붉은색 구조물로, 바람이 불면 윗부분이 움직인다.

플라워가든을 지나면 360여 그루의 자작나무가 자라는 자작나무숲. 자작나무숲을 지나면 워터가든과 뮤지엄 본관이 동시에 나타난다. 워터가든 연못 가운데를 가로지르며 난 길 위에 붉은 조각 작품이 있다. 알렉산더 리버먼의 1998년 작품 ‘Archway’다. 비스듬히 절단한 붉은 원기둥이 얼기설기 얽혀 아치를 이룬다.

본관은 경기도 파주에서 실어온 파주석을 이용해 가지런하게 쌓아 올렸는데, 수면에 은은하게 반영을 이룬다. 수변 공간을 거울처럼 활용하는 안도 다다오의 장기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본관은 크게 페이퍼갤러리와 청조갤러리로 나뉜다. 페이퍼갤러리는 종이박물관이다. 종이의 역사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청조갤러리는 우리나라 미술계를 대표하는 화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 공간이다. 청조갤러리 앞에는 백남준의 ‘Communication Tower’가 서 있다. TV 모니터를 쌓아 올린 높이 5.2m의 작품이다.

본관을 나서면 스톤가든이다. 신라 고분을 모티브로 만든 동그란 반원의 스톤마운드 9개가 고요히 서 있다. 16만 개의 귀래석과 4만8000개의 사고석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스톤마운드 사이로 부드럽게 휘어지며 길이 나 있고 길 중간중간 조각 작품이 기다린다. 그리고 안도 다다오와 여러 차례 협업한 바 있는 제임스 터렐의 상설관이 있다. 터렐은 빛의 마술사라 불리는 설치 미술가다. 건물을 캔버스 삼아 빛으로 그림을 그린다. 전시실에는 그의 작품이 총 4점 있는데, 한 장소에서 모두 감상할 수 있는 기회는 해외에서도 흔치 않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원지 행구수변공원에 있는 원주 기후변화홍보관으로 가보자. 지구온난화 등 기후 변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하는 공간이다.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기획전시실, 4D영상관, 체험실 등을 갖추고 있다.

다양한 체험을 통해 재미있는 방법으로 아이들에게 어떻게 지구의 환경을 지키고 기후 변화에 대처해야 하는지 설명한다. 친환경 교통수단인 자전거로 이산화탄소 줄이는 법도 배우고, 자동차 운전 시에 환경에 도움 되는 운전법이 어떤 건지도 체험을 통해 배울 수 있다. 4D영화를 통해서는 북극과 남극의 기후 변화를 펭귄과 북극곰의 모험을 통해 알 수 있도록 했다. 에코백 색칠놀이도 재미있어한다.


여행수첩

먹거리 황둔마을은 전통 제조 방식으로 찐빵을 만드는 찐빵집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한 박스 사서 간식 삼아 먹어가며 원주를 여행해 보는 것도 좋을 듯. 빵집마다 특징이 있어 어느 집이 입맛에 맞을지 미리 알아보고 가는 것이 좋다. 원주전통시장에 40년 이상 된 순대집들이 있다. 장원순대, 문막집 등이 유명하다. 카페 빨간지붕은 성황당 숲 초입에 자리한 예쁜 카페다. 성황당 숲 체험을 마치고 여운을 즐기기에 좋은 곳이다. 커피와 각종 음료를 파는데 제철 과일로 직접 만든 음료가 특히 맛있다. 카페에는 주인이 직접 만든 도마들이 진열되어 있는데 구입할 수도 있다. 야외에서 햇살을 즐기며 음료를 마실 수도 있다. 민박도 겸하고 있으니 예약하고 하룻밤 묵어보는 것도 좋을 듯.


우리가 생각지 못했던 고판화의 세계

신림면 황둔리 명주사에 위치한 명주사 고판화박물관은 한국과 일본, 중국, 티베트, 몽골, 인도, 네팔 등지의 고판화 6000여 점을 전시하고 있으며 고판화 원판 1800여 점, 고판화 작품 300여 점, 목판으로 인쇄된 서책 200여 점과 관련 자료 200여 점 등을 소장하고 있다. 한국의 궁중 판화, 사찰 판화, 문중 판화, 능화 판화 등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