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논현동 ‘노란상 소갈비’의 정갈비. 사진 조선일보 DB
서울 논현동 ‘노란상 소갈비’의 정갈비. 사진 조선일보 DB

‘서울 강남에서 소갈비 1인분을 2만원 이하에 먹을 수 있다.’ 더 이상 어떤 광고나 홍보가 필요할까. 서울 논현동 강남구청역 근처 골목에 있는 ‘노란상 소갈비’가 그런 식당이다. 그런데 이 갈빗집은 싸기만 한 게 아니라 맛도 있다. 분위기도 훌륭하다. 식당 문 열기 한참 전부터 손님들이 길게 줄을 서는 게 당연하다.

식당을 소개하면서 같이 먹기로 한 지인이 “손님이 워낙 많아서 일찍 가야 한다”며 “저녁 영업 시작하는 오후 5시에 만나자”고 했다. ‘진짜 그 정도일까, 무슨 저녁을 그렇게 일찍 먹나’ 시큰둥하니 식당에 도착했다가 깜짝 놀랐다. 가게 안은 이미 손님들로 북적댔다. 곧 만석이 됐고, 식당 앞으로 테이블 나기를 기다리는 손님들로 줄이 생겼다. 갈빗집은 통상 손님 대부분이 중장년층이지만, 이곳은 소위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 1981~2010년생)라고 하는 20~30대 젊은층이 많았다.

가게 외벽은 적갈색 벽돌, 출입문은 스테인리스, 정문 위 가게 상호는 네온사인이었다. ‘노란상 소갈비’와 이 상호의 중국식 표기 ‘黃卓(황주오)’가 노란색, ‘Korean BBQ Restaurant’과 소갈비 구이를 뜻하는 중국어 ‘烤牛排(카오뉴파이)’가 초록색 네온사인으로 빛났다. 2년 전인 2019년 문 열었지만 1980년대부터 영업해왔대도 믿을 법하다. MZ 세대가 선호하는 복고풍 혹은 뉴트로 분위기를 제대로 살렸다.

옛날식으로 연기를 빨아들이는 후드가 잔뜩 매달려 있고 짙은 갈색 목재로 된 실내가 옛날 고깃집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다른 점은 테이블이었다. 테이블 상판이 선명한 노란색. 노란상 소갈비라는 가게 이름이 여기서 나온 모양이다. 어떤 각도에서 음식 사진을 찍어도 노란색 배경에 음식이 선명하게 도드라졌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SNS)가 주 광고·홍보 수단이 된 요즘 트렌드에 딱 맞춘 듯 보였다.

음식 구성은 투명 플라스틱으로 코팅한 메뉴판 한 장에 모두 담길 만큼 간결하면서도, 갈비는 생갈비·정갈비·이동갈비 세 종류나 된다. 갈빗집답게 핵심 메뉴에 집중했단 뜻이다. 생갈비는 한우 갈비를 양념 없이 숙성만 시켜서 낸다. 정갈비는 소금을 기본으로 양념한 수원식 갈비라고 보면 된다. 이동갈비는 경기도 포천 이동식으로 간장이 양념의 중심이다. 세 가지 모두 먹을 거면 간이 약한 순서대로 생갈비-정갈비-이동갈비를 먹는 게 좋다.

잠시 후 종업원이 숯이 담긴 화로를 테이블 중앙에 놓고 불판을 올렸다. 숯은 크고 굵고, 불판은 구리 소재다. 숯과 석쇠만 보고도 갈비가 맛있으리라 짐작할 수 있었다. 숯이 크고 굵어야 화력이 강하다. 빠르게 고기 내부의 육즙을 잡아줘 맛있는 구이를 먹을 수 있다. 열전도율이 높은 구리로 된 석쇠는 고기를 빠르게 맛있게 익게 돕는다.

1980~90년대 갈빗집 분위기를 살린 ‘노란상 소갈비’ 외관. 사진 김성윤 기자
1980~90년대 갈빗집 분위기를 살린 ‘노란상 소갈비’ 외관. 사진 김성윤 기자

감칠맛 나는, 육질이 훌륭한 고기

짐작은 틀리지 않았다. 맨 먼저 나온 생갈비는 육질이 기가 막혔다. 빨간 고기에 가늘고 하얀 지방이 촘촘히 박힌 한우 갈빗살은 아름답다는 표현이 과하지 않았다. 종업원이 미디엄으로 적당히 구워 한입 크기로 잘랐다. 비싸지 않은 갈빗집이라 손님이 고기를 직접 구워야 하는 집이지만, 처음 불판에 올리는 고기는 종업원이 구워준다.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소금을 살짝 찍으니 한우 특유의 고소한 감칠맛이 입안에서 화사하게 피어났다. 생갈비는 물량이 적어 2인당 1인분만 한정 판매하니 가능한 한 일찍 주문하길 권한다.

이어 정갈비가 나왔다. 정갈비와 이동갈비, 그러니까 두 양념갈비는 한우가 아닌 미국산 갈빗살을 쓴다. 손님들은 맛 차이를 대부분 구분 못 한다. 오히려 정갈비와 이동갈비가 더 낫다는 이들도 있다. 내가 그랬다. 이날 맛본 세 갈비 중 정갈비가 가장 맛있었다. 양념을 아주 잘했다. 양념하지 않은 생갈비는 고기 자체의 맛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지만 대신 쉬 물릴 수 있다. 정갈비는 가볍고 섬세한 단맛과 짠맛이 갈빗살의 맛을 극대화했다. 고기가 아닌 소갈비 구이라는 음식 전체로 봤을 때 맛의 완성도는 생갈비보다 오히려 높았다.

이동갈비는 가장 대중적이다. 가격이 가장 저렴하면서 양은 가장 많다. 달콤한 양념과 고소하고 부드러운 갈빗살이 환상적으로 어우러진다. 그냥 꿀떡꿀떡 넘어간다는 표현이 과언이 아니다.

식사로는 양곰탕과 물·비빔냉면, 된장찌개가 있다. 소의 첫 번째 위인 양과 선지가 듬뿍 들어간 구수한 국물이 일품이나 갈비 구이를 먹은 다음에 먹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다. 직접 담근다는 된장과 갈빗살을 다듬다 나온 자투리 고기를 듬뿍 넣고 끓인 된장찌개도 훌륭했다. 일반 공깃밥(1000원) 대신 가늘게 썬 무를 넣고 지은 무밥(1500원)에 비벼 먹으면 훨씬 더 맛있다. 물냉면은 심심하면서 구수한 육수와 메밀 함량이 높아 뚝뚝 끊기는 면발의 정통 평양냉면은 아니다. 가늘고 질긴 면발에 새콤달콤한 국물, 그러니까 고깃집에서 식사로 먹는 전형적인 냉면치고는 훌륭하다. 비빔냉면은 같은 면에 새콤달콤한 양념을 올려 낸다. 여기에 가자미식해를 얹은 회냉면도 있다. 맛, 가격, 분위기 삼박자가 맞는 집이라 자주 찾게 될 듯하지만 예약이 될지 걱정이다.


노란상 소갈비 본점

분위기 초록·노랑 네온사인 간판, 적갈색 벽돌 외관 등 1980년대 갈빗집 디테일을 살린 뉴트로 분위기다.

서비스 처음 불판에 올리는 고기는 종업원이 구워 주고 나머지는 손님이 직접 해야 한다. 종업원이 고기 굽는 법을 꼼꼼하게 설명해주고, 손님상을 세심하게 관찰하다가 때를 놓치지 않고 불판을 갈아줘, 고기를 태우는 일은 없을 듯하다.

추천 메뉴 정갈비 1만8500원(230g), 이동갈비 1만6500원(250g), 생갈비 2만1500원(200g), 한우육회 1만8000원, 한우육회비빔밥 1만원, 양곰탕 7000원, 물·비빔냉면 7000원, 회냉면 8000원, 된장찌개 6000원

음료 음식에 걸맞은 술을 마시고 싶다면 들고 가기를 권한다. 식당에서 판매하는 주류가 소주·맥주·청주와 2만~3만원대 와인 세 가지뿐이다. 대신 코키지가 와인은 병당 1만원, 위스키는 1만5000원으로 저렴한 편이다.

영업시간 점심 오전 11시 30분~오후 2시 30분, 저녁 오후 5~10시

예약 권장. 하루 2테이블만 받는다.

주차 불편. 차는 집이나 사무실에 두고 가기를 권한다. 주차장이 없다. 차를 꼭 가져가야 하면 인근 유료 주차장을 이용해야 한다.

휠체어 접근성 편리

김성윤 조선일보 음식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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