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19년 세계연합팀과 미국의 골프 대항전인 프레지던츠컵에 선수로 출전한 임성재(왼쪽)와 부단장으로 나섰던 최경주. 사진 민수용 사진작가 2. 7월 5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볼런티어스 오브 아메리카(VOA) 클래식에서 고진영(26)이 18홀 그린에서 우승을 기뻐하고 있다. 사진 AP연합 3. 박인비가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여자골프 금메달을 확정하고 두 팔을 치켜 올리며 환호하는 모습. 사진 공동취재단
1. 2019년 세계연합팀과 미국의 골프 대항전인 프레지던츠컵에 선수로 출전한 임성재(왼쪽)와 부단장으로 나섰던 최경주. 사진 민수용 사진작가
2. 7월 5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볼런티어스 오브 아메리카(VOA) 클래식에서 고진영(26)이 18홀 그린에서 우승을 기뻐하고 있다. 사진 AP연합
3. 박인비가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여자골프 금메달을 확정하고 두 팔을 치켜 올리며 환호하는 모습. 사진 공동취재단

한국 골프는 112년 만에 골프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복귀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리우올림픽)에서 박인비(33)가 여자골프 금메달을 따내면서 브라질 하늘에 태극기를 올렸다. 코로나 사태로 우여곡절 끝에 5년 만에 열리게 된 도쿄올림픽에서 한국 골프의 메달 전망은 어떨까?

도쿄올림픽 남자골프 경기는 7월 29일부터 8월 1일까지, 여자골프 경기는 8월 4일부터 8월 7일까지 일본 사이타마현의 가스미가세키 컨트리클럽에서 열린다. 남자골프 종목에는 임성재(23)와 김시우(26)가 출전하고 여자골프 종목에는 고진영(26)과 박인비(33), 김세영(28), 김효주(26)가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올림픽 골프는 남녀 각각 60명씩으로 국가당 2명까지 출전할 수 있다. 세계 랭킹 15위 안에 4명 이상을 보유한 국가는 최대 4명 출전이 가능하다.


코스 환경·기후 한국 선수들에게 친숙

대한체육회는 여자골프를 금메달 유력 종목으로 분류한다. 환경과 기후가 비슷한 일본에서 열리는 만큼 남자골프도 메달권 진입을 노려볼 만하다는 희망 섞인 전망도 나온다. 미국 스포츠 데이터 업체인 그레이스 노트는 지난 4월 김세영이 금메달, 고진영이 은메달을 딸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최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경기를 보면 여자는 경쟁 상대들의 강세가 두드러지고, 남자는 한국 대표 선수들의 성적이 저조한 편이다. 다만 올림픽에 임하는 한국 선수들의 정신력만큼은 전혀 뒤지지 않는다. 최경주 남자대표팀 감독은 “두 선수는 올해 초부터 올림픽을 염두에 두고 일정을 짤 정도로 전력투구하고 있다”며 “메이저대회는 50∼60명이 우승 후보지만 올림픽에서는 20명 안팎이라고 보면 된다.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올림픽 메달을 따면 병역 혜택을 주기 때문에 PGA 투어에서 뛰는 임성재와 김시우의 각오도 남다를 것으로 보인다.

대회가 열리는 가스미가세키 컨트리클럽은 일본을 대표하는 명문 골프장 중 한 곳으로 꼽힌다. 1929년 일본 최초의 36홀 회원제 골프장으로 개장해 100년 가까운 역사를 지니고 있다. 지난 2017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전 총리, 올해 마스터스 챔피언인 마쓰야마 히데키가 동반 라운드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한국의 전통적인 골프장과 흡사한 코스 형태이지만 오래된 차밭에 코스를 만들어 오르막 내리막이 심한 산악 지형은 아니다. 홀마다 소나무 등 침엽수가 빽빽이 심어져 있어 페어웨이를 지키는 정교한 티샷이 필요하다. 연못과 벙커, 소나무숲이 전략적으로 배치돼 있어 정교한 샷이 필요하고, 그린이 작아 어프로치샷이 스코어를 크게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경기장이 있는 사이타마현 가와고에는 일본에서 가장 더운 곳 중 하나로 꼽힌다. 고온 다습한 날씨를 어떻게 극복하느냐도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세리 여자대표팀 감독은 “골프장 환경이 한국과 비슷해 선수들이 적응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며 “경사가 심한 그린이 많은 편이어서 그린과 그린 주변 플레이에서 실수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골프협회는 “남자대표팀은 7월 23일, 여자대표팀은 7월 31일 일본으로 출국한다”고 밝혔다. 선수들은 선수촌이 아닌 대한골프협회에서 준비한 사이타마현 구마가야의 헤리티지 리조트에서 머문다. 고상원 대한골프협회 국제담당 과장은 “경기장에서 차량으로 30분 거리에 있는 곳이다. 셔틀 차량도 확보해 선수들이 편하게 숙소와 대회장을 이동할 수 있도록 준비를 마쳤다”고 설명했다.


가스미가세키 컨트리클럽은 1929년 지어진 일본 명문 골프장이다. 연못과 벙커, 숲이 전략적으로 배치돼 있어 정교한 샷이 필요하고, 그린이 작아 어프로치샷이 스코어를 크게 좌우할 전망이다. 사진 민학수 기자
가스미가세키 컨트리클럽은 1929년 지어진 일본 명문 골프장이다. 연못과 벙커, 숲이 전략적으로 배치돼 있어 정교한 샷이 필요하고, 그린이 작아 어프로치샷이 스코어를 크게 좌우할 전망이다. 사진 민학수 기자

여자골프 금메달 2연패 가능할까

리우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박인비와 김세영은 도쿄올림픽이 두 번째 출전이다. 고진영과 김효주는 처음 올림픽에 나선다. 박인비는 “메이저 대회에서도 우승해 봤지만, 올림픽은 특별하다. 꾸준한 성적을 내야 나갈 수 있는 올림픽 무대에 다시 도전하게 돼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세계 1위 자리를 내주자마자 7월 5일 LPGA 투어 발런티어스오브아메리카(VOA) 클래식에서 우승한 고진영은 “이번 기회를 쉽게 흘려보내지 않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올 시즌 LPGA 투어 판도를 보면 금메달 경쟁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4명이 출전하는 미국은 세계 1위 넬리 코르다(23)를 비롯해 대니엘 강(29), 렉시 톰프슨(26), 제시카 코르다(28) 등 LPGA 투어에서 화려한 경력을 보낸 선수들로 이뤄져 있다. 넬리 코르다는 메이저 대회인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 우승을 포함해 시즌 3승을 거두며 1년 11개월 동안 세계 톱을 지켜온 고진영을 제치고 세계 1위가 됐다. 미국 선수가 세계 1위에 오른 건 2014년 스테이시 루이스 이후 7년 만이다.

동남아시아 신예 선수들의 활약도 두드러진다.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우승한 패티 타와타나킷(태국·21)과 US여자오픈 정상에 오른 유카 사소(필리핀·20)는 폭발적인 장타에 겁 없는 플레이로 한 번 상승세를 타면 걷잡을 수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퓨어실크 챔피언십에서 첫 우승을 거둔 쉬웨이링(대만·27)도 탄탄한 기본기를 갖추고 있다.

여기에 과거 세계 1위였던 리디아 고(뉴질랜드·24)와 에리야 쭈타누깐(태국·26)도 긴 슬럼프를 딛고 올해 LPGA 투어에서 우승하며 감각을 되찾았다. 브룩 헨더슨(캐나다·24)도 빼놓을 수 없는 강호다.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안고 뛰는 하타오카 나사(일본·22)도 최근 LPGA 투어 마라톤 클래식에서 우승 맛을 봤다.

경험이 풍부하고 환경 적응이 상대적으로 쉬운 한국 선수들의 우세가 예상되긴 하지만 워낙 다크호스들이 즐비해 당일 컨디션에 따라 누구든 메달을 가져갈 수 있는 형국이다.


남자골프 메달을 노려라

김시우와 임성재가 메달을 따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한둘이 아니다. 남자골프 세계 최강 미국은 남자골프에서 유일하게 4명이 출전한다. 저스틴 토머스(28), 콜린 모리카와(24), 잰더 쇼플리(28), 브라이슨 디섐보(28) 등 쟁쟁한 멤버들이다. 최강으로 꼽히는 더스틴 존슨(37)이 올림픽 출전을 고사했지만 이들은 출전 의사를 밝혔다. 이들을 대체할 수 있는 ‘예비군’도 패트릭 캔틀레이(29), 브룩스 켑카(31), 패트릭 리드(31) 등으로 막강하다. US오픈 우승으로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던 욘 람(스페인)과 마스터스 챔피언에 홈 코스의 이점을 안은 마쓰야마 히데키(일본·세계 16위)도 유력한 우승 후보다. 리우올림픽 출전을 고사했던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32)는 아일랜드 대표 선수로 출전한다.

임성재와 김시우는 메이저 대회인 디오픈(7월 15~18일)도 포기하고 국내에서 도쿄올림픽에 대비한 훈련을 할 정도로 열정을 쏟고 있다. 일본 투어에서 2년간 뛰었던 임성재는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기 위해서는 경기력을 최고로 끌어올려야 한다. 개막 전까지 철저히 준비해 최상의 컨디션으로 도쿄올림픽을 치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