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두 번째 시즌을 마친 구자철 KPGA 회장은 “지난 2년간 코로나19 사태로 갤러리가 입장하지 못해 많은 이벤트 대회를 준비하고도 열 수 없었다”며 “내년엔 코리안투어 인기 선수들이 총출동하는 구단 대항전, 팬클럽 이벤트 등 다양한 모습의 이벤트를 보여 드릴 수 있도록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KPGA
임기 두 번째 시즌을 마친 구자철 KPGA 회장은 “지난 2년간 코로나19 사태로 갤러리가 입장하지 못해 많은 이벤트 대회를 준비하고도 열 수 없었다”며 “내년엔 코리안투어 인기 선수들이 총출동하는 구단 대항전, 팬클럽 이벤트 등 다양한 모습의 이벤트를 보여 드릴 수 있도록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KPGA

10월 24일 고진영이 부산에서 열린 BMW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한국 선수의 미국 LPGA투어 통산 200승을 거둘 때, 같은 시각 남자 골프 대회 동시 접속자 수(네이버 중계 실시간 접속자 수 기준)는 10분의 1도 채 되지 않는 수준이었다. 미국에서 PGA투어가 중계되는 시각, 여자 골프는 중계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세계 골프계에서 보기 드문 여고남저(女高男低) 현상이 벌어지는 한국에서 2020년 2월 4년 임기의 제18대 KPGA 회장에 취임한 구자철 회장은 취임 일성으로 “남자 골프를 반드시 정상 궤도에 올려놓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KPGA 코리안 투어는 직격탄을 맞았다. 그래도 구 회장은 지난 2년간 매 대회 마지막 라운드를 ‘직관(현장에서 직접 관람)’하고 시상식에 참가하고 실시간으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KPGA투어 소식을 퍼 나르는 역할을 하면서 4년 임기의 반환점을 돌았다.

그동안 남녀 골프의 기울어진 운동장 사정이 달라진 것은 아니다. 크게 아쉬운 소리할 것 없던 예스코홀딩스 회장인 그는 대회를 열 만한 100개의 기업 리스트를 갖고 다니지만, 번번이 퇴짜를 맞기 일쑤였다. 여자 골프의 왕국에서 ‘극한직업’을 수행 중인 그는 희망을 이야기한다. 이미 10년도 더 된 ‘남자 골프 위기론’을 극복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팬들 입 벌어질 이벤트 대회도 준비

2023년까지 대회를 25개 이상으로 늘린다는 그의 취임 당시 공약은 코로나19로 실현이 어렵게 됐다. 그는 2020년 4개 대회를 신설했지만 없어진 대회가 더 많아 11개 대회로 시즌을 마감했다. 올해는 17개 대회를 치렀다. 그의 취임 전인 2019년 대회 수는 15개였다.

구 회장은 이렇게 답했다. “2022년 갤러리 입장이 가능하다면 코리안투어 인기 선수들이 총출동하는 구단 대항전, 팬클럽 이벤트 등 다양한 모습의 이벤트를 보여 드릴 수 있도록 기획하고 있다. 올해 17개 대회를 치르면서도 기적 같은 흑자를 냈다. 현재 새 타이틀 스폰서들과 협의하고 있어 내년에는 더 풍성한 투어를 기대해도 좋다.”

PGA투어와 미국골프협회(USGA),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스와 디오픈 등은 천문학적 규모의 중계권 계약을 통해 대회의 내실을 다지고 있다. 그에 반해 2018년 5년짜리 중계권 계약을 맺었던 KPGA투어는 중계권을 통한 가치 창출에 실패했다. 대회 신설에 방점을 둔 계약이었지만 적절한 구속력이 없어 유명무실한 내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KLPGA투어가 정규 투어는 물론이고 2부, 3부 투어에 이르기까지 투어를 발전시킬 수 있는 좋은 조건의 중계권 계약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구 회장은 기존 중계권 계약이 만료되는 2022년을 KPGA투어 발전의 터닝포인트로 보고 있었다. 그의 말이다. “지난 5년간 계약을 맺었던 JTBC골프와 우선 재협상할 것이다. 이미 해외 중계권 계약 사례와 타 협회의 중계권 협상 내용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중계권 계약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놓았다. 남자 골프의 전환점을 가져올 새로운 중계권 계약을 맺을 것이다.”

중계권을 제값 받고 팔기 위해서는 먼저 남자 골프의 몸값을 높여야 한다는 게 구 회장의 생각이다. “마케팅 측면에서 남자 골프는 여자 골프보다 상품과 인식 경쟁에서 모두 밀리는 게 분명한 현실이다. 벤치마킹을 위해 KLPGA투어 대회를 현장에서 자주 보았다. 여자 대회는 아기자기하면서도 선수들 각자의 개성이 뛰어나다. 우리 선수들도 이런 부분은 배워야 한다. 프로 선수라면 각자의 특색이 있어야 한다. 역동적인 장타와 혀를 내두르는 백 스핀, 어려운 코스에서 힘든 상황을 극복해 나가는 모습은 우리 남자 선수들이 더 탁월하다고 본다. 이런 매력을 대중에게 알려야 한다. 그러려면 천편일률적인 골프 대회보다는 각 대회 주최사의 색상을 입힌 개성 있는 대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구 회장은 6월 28일 발대식을 치르고 활동 중인 ‘더 클럽 아너스 K(THE CLUB HO-NORS K)’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더 클럽 아너스 K’는 KPGA와 함께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카운슬러형 후원 그룹으로 기업 경영인, 각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4대 메이저 대회 중에서도 독보적인 위상을 확립한 마스터스를 주관하는 미국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의 회원 제도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소속된 법인 또는 개인에게 상호 간 인적 네트워크 형성, KPGA라는 브랜드를 활용한 신규 비즈니스 발굴 및 기존 사업 영역 확장 기회를 제공한다. 모두 15곳의 회원사가 가입했다. 올해 코리안투어 야마하 아너스 K 오픈 with 솔라고CC, 50세 이상 선수가 참가하는 챔피언스투어인 아너스 K 제25회 KPGA 시니어선수권 대회도 이들 회원사가 후원했다. 올 시즌 KPGA가 흑자를 낸 것도 더 클럽 아너스 K가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구 회장은 남자 프로골퍼들에게 회원사들을 연결해주는 네트워크를 통한 후원도 진행 중이다. 구 회장은 “코로나19로 투어가 힘든 시기에 더 클럽 아너스 K 회원사들이 물심양면으로 도움 주시는 걸 보고 감명받았다. 앞으로도 남자 프로골프의 발전을 희망하고 골프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환영한다. 그 안에서 비즈니스 네트워크도 만들고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으로 보람을 느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올 시즌 대상과 상금왕 최저타수상 등 3관왕에 오른 김주형(19), 2020년 KPGA 선수권에 이어 올해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김성현(23), 중학교 졸업과 동시에 유러피언 3부 투어 격인 유로프로 투어에 최연소 데뷔한 김민규(20) 등은 해외에서 프로 또는 투어 생활을 먼저 시작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골프 선수를 꿈꾸는 주니어 선수들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이 프로가 되고 투어 프로 자격을 취득하고 퀄리파잉 토너먼트에 응시하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과 돈이 낭비된다는 지적도 있다. 실력 있고 유능한 유망주들이 국내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고 관련 제도를 정비할 필요성이 있다.

구 회장은 PGA투어처럼 오픈 큐스쿨 제도와 커미셔너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해외 투어와 달리 우리는 협회와 투어 단체가 함께 있다. 그러다 보니 협회 회원이 되어야 대회를 뛸 수 있다. 단계가 너무 많다. 인재 발굴을 하려면 실력 있는 선수들이 ‘과거 급제’를 할 수 있는 오픈 큐스쿨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KPGA와 각 투어를 상품화해서 잘 팔 수 있는 커미셔너도 필요하다. 협회는 회원들의 권익을 위해 일하고 투어는 커미셔너가 양질의 대회를 만들고 운영하는 이원화가 필요하다. 투어가 수익 모델이 되어야 한다. K골프도 가수 BTS처럼 될 수 있다. 우리가 기획해 투어 상품을 만들고 그것을 기업에 판매하는 것이다.”

민학수 조선일보 스포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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