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샷을 하고 있는 있는 욘 람. 사진 PGA투어
티샷을 하고 있는 있는 욘 람. 사진 PGA투어

스페인 출신의 세계 1위 골퍼 욘 람(28)은 10주간의 휴식을 마치고 올해 첫 대회인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 출전해 2위에 올랐다. 욘 람은 준우승 상금으로 81만달러(약 10억원)를 받아 통산 상금 3058만5822달러(약 370억3943만원)를 기록해 이 부문 42위로 올라섰다. 역대 상금 1위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7·미국)로 1억2085만달러(약 1463억4935만원)다.

욘 람은 2016년 프로에 데뷔해 2017년 1월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이후 매년 꾸준히 승수를 추가했고 지난해 US오픈에서 첫 메이저 대회 타이틀을 차지한 것을 포함해 PGA 통산 6승을 기록했다. 세계랭킹 1위는 지난해 6월부터 지키고 있다. 지난해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된 그는 새로운 삶과 골퍼로서의 새로운 각오를 밝혔다. 욘 람은 2018년 12월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 동문으로 육상 스타였던 켈리와 자신의 고향 스페인 빌바오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한때 ‘분노 조절 장애가 있다’는 평을 들을 만큼 다혈질이었던 그는 결혼 이후 딴사람이 됐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코스 안팎에서 균형 잡힌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다음은 욘 람의 이야기.


2021년 메모리얼 토너먼트 3라운드 후 코로나19 확진 소식을 들은 욘 람(왼쪽). 사진 PGA투어
2021년 메모리얼 토너먼트 3라운드 후 코로나19 확진 소식을 들은 욘 람(왼쪽). 사진 PGA투어

지난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나서 올 시즌은 지난 시즌의 ‘나’를 뛰어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언제나 매년 조금씩 발전하는 것이 목표다.

지난해에는 톱10 15번과 한 번의 우승을 거두며 꾸준히 성적을 냈기 때문에 올해 목표가 약간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올해는 우승을 조금 더 하고 싶은 마음이다. 물론 골프는 우승 횟수만으로 판가름할 수 없다. 대회에서 2등을 했다고 패배자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

세계 1위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서는 큰 노력이 필요하다. 과거에 열심히 노력했기 때문에 그 자리에 있는 것이고, 그 자리를 지키고 싶다면 계속 실력을 증명해야 한다. 결국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플레이를 이어간다면 결과는 알아서 따라오는 것일 뿐이다.

나는 매일 ‘아 저 선수가 세계 2위니까 나를 뛰어넘을 수도 있겠는데, 뭔가 해야겠는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운이 좋으면 우승하길 바랄 뿐이다.

2020년 6월부터 매우 많은 대회에 출전해 그해 하반기에 2승을 거둘 수 있었다. 지난해 1월 클럽 브랜드를 바꿨고, 어떤 순간보다도 더 열심히 연습했다. 새로운 브랜드의 클럽을 사용하기 때문이라는 핑계를 대고 싶지 않았다. 코로나19에 걸려 잠시 휴식을 취하는 시간도 있었지만, 지난해 4월 아들 케파가 태어나며 아빠가 됐고, 메이저 대회인 US 오픈도 우승할 수 있었다. 그리고 유럽과 미국의 골프 대항전인 라이더컵에서 유럽팀을 위해 경기하며 팀원들과 뜻깊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욘 람이 아들 케파를 안고 아내 켈리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 PGA투어
욘 람이 아들 케파를 안고 아내 켈리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 PGA투어

한 살 아들, 아내와 보내는 시간 더 중요

하지만 라이더컵이 끝나면서 기력을 잃었다. 스페인으로 돌아갔다. 이 결정은 나와 가족을 위한 것이었다. 그 시간만큼은 좋은 남편, 좋은 아빠의 역할을 하고 싶었다. 아들이 태어난 이후에도 나는 경기를 하기 위해 밤잠을 푹 자야 했다. 아내가 밤에 아이 돌보는 일을 함께할 수 없었다. 보모를 구해주는 것 정도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라이더컵이 끝나고 아내 켈리에게 “나도 남편과 아빠의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밤에 몇 번이나 잠을 깨서 아들을 돌보는 시간을 진심으로 즐겁고 행복하게 보냈다. 아침도 아들이 일어나는 것을 지켜보고, 아침밥을 챙겨주고, 밤에는 아들 목욕을 시켜주는 부모의 역할을 하는 것이 기뻤다. 아들이 학교에 가기 시작하는 나이가 되면 더는 그 아이의 일상에 50% 이상은 함께하지 못할 것을 알기 때문에 그 시간이 더 소중했다. 가족과 함께한 시간을 전혀 후회할 것 같지 않다.

집으로 돌아간 첫 2주 동안 골프를 전혀 치지 않았다. 헬스장에서 운동은 조금씩 했지만, 체력적인 부분보다는 심리 훈련에 더 신경을 썼다. 얼마 후 친구들과 라운드를 하면서 골프를 조금씩 다시 시작했다. 올해 새로운 드라이버와 우드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아직 완벽하게 적응하지 못했지만, 지금까지는 꽤 마음에 든다. F1(포뮬러 원)의 열광적인 팬이다 보니 경주용 차처럼 헤드에 탄소 섬유(카본 파이버)를 사용한 게 마음에 든다. 매끈하게 생겼고 테스트에서 나오는 일정한 수치들이 마음에 든다. 실수해도 관용성이 좋으면 자신감을 준다.

나는 공이 잘 맞지 않으면 늘 점검하는 세 가지 체크리스트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코치가 옆에 있을 필요가 없다. 코치가 있어도 내가 적어둔 세 가지 체크리스트를 조금 다른 방식으로 얘기해주는 정도일 것이다. 골프는 힘겨루기하는 종목이 아니다. 스윙이 어떤지도 중요하지 않다. 골프는 가장 낮은 점수를 내기 위해 경쟁하는 게임이다. 내가 체크하는 세 가지는 첫째 세트업, 둘째 공이 맞는 느낌, 셋째 전체 스윙의 모양이다. 너무 기본적인 것 아니냐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골프는 기본이 가장 중요하고 자신의 느낌은 더 중요하다. 나는 설명하기 어렵지만, 나만의 느낌이 있다. 공이 잘 안 맞을 때도 그런 느낌이 있는 경우가 있다. 공이 잘 맞아도 그런 느낌이 없다면 그 느낌을 찾을 때까지 연습한다. 샷이 잘 안될 때도 그 느낌이 있으면 자신 있게 경기할 수 있다.

올해 첫 대회인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서는 33언더파를 치고도 준우승에 머물렀다. 호주의 캐머런 스미스가 34언더파를 몰아쳐 PGA투어 최다 언더파 기록을 세웠기 때문이다. 33언더파를 치고도 우승을 못 했다는 건 정말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스미스가 정말 대단한 일을 해냈다. 그래도 2003년 이 대회의 전신인 메르세데스 챔피언십에서 어니 엘스(남아공)가 세웠던 예전의 최다 언더파 기록인 31언더파를 넘어섰다는 사실로 만족한다.

민학수 조선일보 스포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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