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한 호아킨 니만(오른쪽)과 대회 주최자 타이거 우즈.  사진 PGA투어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한 호아킨 니만(오른쪽)과 대회 주최자 타이거 우즈. 사진 PGA투어
호아킨 니만이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을 확정 짓고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 PGA투어
호아킨 니만이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을 확정 짓고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 PGA투어

호아킨 니만(24)은 칠레 골프의 개척자다. 그는 2019년 밀리터리 트리뷰트 앳 더 그린브라이어에서 자신의 첫 우승이자 칠레 선수 사상 첫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우승을 올렸다. 2000년대 PGA투어에 진출한 최경주가 경기하면 교민들이 태극기를 들고 응원하던 것처럼 칠레 교민들이 열띤 응원을 펼친다. 니만은 2월 21일 PGA투어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총상금 1200만달러)에서 통산 2승째를 거두었다. 니만은 세계 1~10위 선수가 모두 참가한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에서 첫날 63타를 쳐 선두에 나선 뒤 대회 36홀 최소타(126타), 54홀 최소타(194타) 기록을 차례로 깬 뒤 72홀 최소타 기록에 도전했지만 2타가 모자랐다. 이 대회 최소타 기록은 1985년 래니 왓킨스(미국)가 보유한 20언더파 264타다. 대회 전 32위였던 니만의 세계 랭킹은 20위까지 12계단 뛰어올랐다.

현대차 브랜드인 제네시스가 타이틀 스폰서를 맡는 이 대회는 PGA투어의 특급 대회다.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故 아널드 파머), 메모리얼 토너먼트(잭 니클라우스 주최)와 함께 PGA투어 3대 인비테이셔널 대회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대회 호스트를 맡아 미디어의 관심이 높고 정상급 선수들도 빠짐없이 참석한다. 올해 대회에는 세계 1~10위 선수가 모두 참가했다. 상금 규모(총상금 1200만달러)와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3년짜리 투어 카드는 일반 대회의 상금 규모(800만~1000만달러)와 혜택(투어 카드 2년)을 앞선다. 

골프 전문가들은 특급 대회인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우승으로 니만의 잠재력이 폭발하기 시작할 것으로 보았다. 

그는 ‘미친 회전력’을 지녔다는 평을 듣는 스윙을 한다. 그만큼 백스윙을 크게 하면서도 임팩트까지 가속하는 능력이 좋다. 호리호리한 체격(183㎝, 69㎏)이지만 클럽을 채찍처럼 휘두르는 스타일이다. 그는 올 시즌 클럽 헤드 스피드 시속 119.4마일로 25위를 달리고 있다. 측정된 200여 명 중 상위권에 속해 있다. 드라이버 외에도 우드나 아이언까지 티샷을 포함한 평균 비거리는 304.5야드지만 마음먹고 때리면 320야드를 훌쩍 넘긴다. 니만의 아버지는 농구 선수, 어머니는 필드하키 선수였다. 그도 어린 시절 다양한 운동을 즐겼다. 골프다이제스트 티칭 프로 짐 맥린은 “니만은 뛰어난 운동 신경에 축구와 육상 등을 통해 다진 신체 조정 능력 덕분에 인상적인 스윙을 만들어낸다”고 분석했다. 칠레 산티아고 출신인 그는 집이 골프장에서 가까워 어려서부터 투어 프로가 되겠다는 꿈을 키웠다. 세계 아마추어 랭킹 1위에 오른 그는 2018년 라틴아메리칸아마추어 대회에서 우승해 ‘꿈의 무대’ 마스터스를 비롯한 다수의 PGA투어 대회에 초청받았으며 네 개 대회에서 10위권에 진입해 풀타임 출전권을 획득했다. 

칠레 골프의 새로운 길을 열고 있는 니만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호아킨 니만이 칠레 국기를 든 팬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PGA투어
호아킨 니만이 칠레 국기를 든 팬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PGA투어

칠레 교민들 국기 흔들며 응원

니만은 흑인 최초의 PGA투어 챔피언 찰리 시퍼드(미국)가 1969년 이 대회(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의 당시 명칭은 로스앤젤레스 오픈)에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첫날부터 한 번도 선두를 놓치지 않은 우승)’을 달성한 지 53년 만에 같은 기록을 달성했다.

“찰리 시퍼드는 대회가 열린 리비에라 컨트리클럽(미국 캘리포니아주 퍼시픽팰리세이즈)에서 ‘와이어 투 와이어’로 승리한 마지막 골퍼였다. 이 대회의 모든 역사가 클럽하우스에 남아 있다. 아주 오래전,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있었던 토너먼트의 모든 역사를 볼 수 있다는 게 정말 멋졌다. 곧 시퍼드의 100번째 생일(6월 22일)이다. 100년 후에 내가 시퍼드 같은 위치에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는 대회 호스트인 타이거 우즈가 주는 트로피를 받고는 어린아이처럼 기뻐했다. 니만은 우즈가 1997년 처음 마스터스를 제패하며 새로운 골프 황제의 탄생을 알린 이듬해인 1998년에 태어났다.

“그보다 더 좋을 수 없었다. PGA투어 대회에서 승리했고, 트로피를 받았고, 타이거 우즈와 만났다. 내 인생에서 이것과 비교할 수 있는 건 아직 없다. 타이거는 내 우상이다. 어려서부터 늘 타이거를 TV에서 봐왔고, 지금도 그렇다. 타이거가 주최하는 대회에서 그에게 직접 트로피를 받는 일은 정말 특별한 경험이다.” 

대회 내내 많은 칠레와 남미 출신 팬이 몰려 뜨거운 응원을 펼쳤다.

“칠레와 남미 출신 팬들은 더 뜨겁게 응원한다. 시상식 후에 시간을 내서 트로피를 들고 그들과 사진을 찍었다. 내가 그들에게 작은 기쁨을 줬다고 생각하니 뿌듯하다. 부모님과 코치 그리고 칠레 골프 협회의 지원에 감사 인사를 하고 싶다. 칠레에 있는 많은 사람이 나를 돕기 위해 많은 것을 해 줬다. 어려서부터 세계를 다니면서 경기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칠레를 떠나서 내 골프를 생각할 수 없다. 미국에 온 지 3년이 조금 넘었지만,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은 분명히 힘든 삶이다. 

가끔 고향에 돌아가서 친구도 만나고, 가족도 보고, 16세 때 하던 일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 그곳에서 에너지를 받아와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 덕을 보았다.”

니만이 우승하자 스페인 출신의 베테랑 세르히오 가르시아와 함께 카를로스 오르티스(멕시코), 조나탄 베가스(베네수엘라), 세바스티안 무뇨스(콜롬비아), 미토 페레이라(칠레) 등 남미 출신 선수들도 뛰쳐나와 기쁨을 함께했다. 

“매일 밤 가르시아, 오르티스, 페레이라 등 친구들과 저녁 식사를 했다. 모두 대단한 친구들인데 늘 함께해주는 게 고맙다. 라틴 사람은 삶을 쉽고, 행복하고, 즐겁게 보내려고 한다. 우리는 1년에 30주 동안 경기하고, 그 나머지는 할 수 있는 한 즐겁게 보내려고 노력한다. 내가 우승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기다려주고 기쁨을 함께한 친구들 덕분에 행복하고 감사하다.”

니만은 아마추어 세계 랭킹 1위에 오른 뒤 미국 대학에 입학할 예정이었으나 토플 성적이 기준을 통과하지 못해 프로 무대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PGA투어에서 두 차례 우승하며 칠레와 남미 골프의 영웅이 됐다. 이번 우승으로 그는 큰 자신감을 갖게 된 듯했다. 

“리비에라 코스에선 모든 걸 완벽하게 해야 우승할 수 있다. 티샷 실수가 없어야 하고, 아이언도 꽤 잘 쳐야 하고, 믿을 수 없는 퍼트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 특히 리비에라처럼 빠른 그린에서는 퍼트가 아주 중요하다. 하지만 가장 놀랐던 건, 이번 대회에서 나 자신을 정말 잘 컨트롤한 점이다. 처음 이틀 동안 잘했던 것처럼 주말에 최고의 골프를 하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무너지지 않고 그 상황을 이겨낸 방식에 대해 스스로 감명받았다. 예전에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던 경기들을 돌이켜 보면, 그런 태도가 가장 큰 긍정적인 변화였다. 이제 나는 세계 정상의 선수들과 경기할 수 있는 자신감이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스스로 아주 큰 걸 증명했다.”

민학수 조선일보 스포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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