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체 골프단 창단 붐이 일고 있다. 1 안강건설 골프단. 안강건설  2 대보 골프단. 대보그룹  3 한화큐셀 골프단. 한화큐셀
최근 기업체 골프단 창단 붐이 일고 있다.
1 안강건설 골프단. 사진 안강건설
2 대보 골프단. 사진 대보그룹
3 한화큐셀 골프단. 사진 한화큐셀

요즘 자고 일어나면 골프단이 새로 생긴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골프단 창단 붐이 일고 있다. 3월 16일부터 3월 22일까지 일주일 동안 건설사 골프단이 네 곳이나 창단식을 열었다. 올 시즌 한 명 이상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투어 선수를 후원하는 골프단 수는 50개를 훌쩍 넘어설 것이라는 게 KLPGA 측 설명이다. 한국프로골프협회(KPGA)투어 선수를 후원하는 골프단 수도 15개가 됐다.

골프 대중화로 저변이 확대되는 가운데 골프는 가성비 높은 홍보 수단으로 통한다. 4대 프로 스포츠로 통하는 야구나 축구, 배구, 농구 같은 종목의 팀을 운영하는 것에 비해 비용이 저렴하고 원할 때 만들고 원할 때 해체하기 쉽다는 특징도 갖고 있다. 골프도 세계 랭킹 상위권에 우승 경력이 화려한 특급 선수들은 10억원이 넘는 계약금과 인센티브가 들어간다. 하지만 어느 정도 인지도가 높은 중견 선수에 유망주 두세 명 정도로 골프단을 꾸릴 경우 10억~20억원의 비용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의 최고 경영진들이 대부분 골프를 즐기고 선수들의 활약에 큰 관심을 보이는 것도 골프단 창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게 마케팅 전문가들 이야기다

코로나19 이후 골프 인기가 젊은층으로 확산하면서 스타들이 많은 여자 골프의 홍보 효과는 투자 대비 4~5배 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관심이 높아졌다고 한다. 올해는 남녀 골프 모두 역대 최대 규모로 투어가 진행된다. KLPGA투어는 33개 대회 총상금 309억원, KPGA 코리안투어는 22개 대회 총상금 200억원(추정) 규모로 치러진다. 골프단 노출 효과가 그만큼 많아진 것이다.

3월 18일 경기도 파주에 있는 서원힐스 골프장에서 대보그룹이 후원하는 ‘대보 골프단’ 창단식이 열렸다. 남녀 프로골퍼 각각 3명씩 모두 6명으로 골프단을 창단한 이 행사에는 대보그룹 최등규 회장을 비롯해 KPGA 구자철 회장,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KLP

GT) 강춘자 대표, 한국골프장경영협회 김훈환 상근 부회장, 대보건설 정광식 대표, 골프단 단장을 맡게 된 서원밸리컨트리클럽 이석호 대표 등이 참석했다. 

대보 골프단은 KLPGA 김지현, 김윤교, 장은수 프로와 KPGA 최민철, 고군택, 오승현 프로로 선수단을 구성했다. 김지현은 2017년 첫 우승 이후 통산 5승을 기록 중인 KLPGA투어의 스타 선수로 골프단의 얼굴로 영입됐다. 최민철은 2018년 내셔널 타이틀인 한국오픈에서 우승한 선수로 서원밸리와 서원힐스가 운영하는 서원아카데미 출신이다. 대보 골프단 선수들은 앞으로 2년간 ‘대보건설’과 아파트 브랜드 ‘하우스디’ 로고가 새겨진 모자와 의류를 착용하고 경기에 나서게 된다. 서원아카데미는 대보그룹이 주니어 골퍼들을 후원하기 위해 서원밸리컨트리클럽 내에 지은 시설로 300야드 규모의 드라이빙레인지와 천연잔디 쇼트 게임장 등을 갖추고 있다. 이날 골프단 창단식에 이어 선수단의 실력 향상과 재충전을 위한 라운지 시설도 오픈했다. 

대보그룹 최등규 회장은 “뛰어난 기량과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프로선수들로 구성된 골프단을 새롭게 가족으로 맞이하게 돼 매우 기쁘다. 대보 골프단 창단을 통해 완벽한 통합 골프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 만큼 대한민국 골프 스포츠 발전과 후진 양성에 이바지하고 선수와 회사가 모두 성장, 발전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업종도 다양…백화점 차릴 정도

3월 22일에는 종합부동산·건설그룹 안강건설(회장 안재홍)이 여자 프로골프단 창단식을 열었다. 지난해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우승자 임진희와 에버콜라겐 퀸즈크라운 우승자 전예성을 비롯해 투어 프로와 레슨 및 방송 활동을 하는 미디어 프로들로 선수단을 구성했다.

3월 16일에는 경북, 대구 지역을 기반으로 한 건설회사 태왕E&C는 지역 출신 선수들을 중심으로 태왕아너스 골프단을 창단했다. 2021시즌 KLPGA 정규투어에서 홀인원 최다 기록(2회)을 작성한 김유빈과 대구 영신고 출신 기대주 유지나와 김지연을 영입했다. 건설사들의 연이은 골프단 창단으로 기존 골프단과 치열한 필드 경쟁도 불붙게 됐다. 대방건설은 올 시즌을 앞두고 KLPGA투어 통산 7승의 오지현과 신현정, 김민선 등 대형 신인들을 영입하는 등 전력을 보강했다. 

대방건설은 미국 LPGA투어에서 활동 중인 이정은, 최나연, 오수현과 KLPGA투어에서 뛰는 정연주, 현세린, 윤서현, 손연정 등 기존 선수들까지 모두 10명으로 진용을 강화했다. 금강주택은 KPGA투어 스타들인 최호성, 김승혁, 허인회, 옥태훈 등으로 지난해 12월 팀을 창단했다. 이렇게 건설사들이 골프단을 창단하거나 강화하는 것은 주택을 살 메인 타깃과 골프팬들이 가장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건설업계에선 “아파트를 구매하는 주 고객층이 골프에도 관심이 많아 홍보 효과가 크다”고 한다. 건설사 외에도 다양한 업종의 골프단이 올 시즌에 얼굴을 내민다. 노랑통닭과 KTB금융, 지벤트(자동차 필름),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등이 골프구단을 창단했다. 

이런 가운데 KLPGA는 3월 24일부터 나흘간 여수 디오션CC(파72)에서 두산건설 SBI 저축은행컵 골프구단 챔피언십을 열었다. 구단에서 두 명씩 나서 포섬(한 팀 2명이 공 1개를 번갈아 치는 방식), 포볼(한 팀 2명이 각자 공으로 쳐 더 좋은 점수 반영) 방식으로 나흘간 승부를 가렸다. 정규 대회가 아닌 이벤트 대회이긴 하지만 대규모(14개) 구단이 참가하는 골프단 대항전이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참여 기업을 가나다순으로 정리해 보면 골든블루, 노랑통닭, 대방건설, 롯데, 메디힐, 큐캐피탈파트너스, 태왕아너스, 한화큐셀, NH투자증권, MG새마을금고, SBI저축은행, SK네트웍스 등 업종과 기업 규모도 다양하다. 골프단을 운영하는 국내 회사와 브랜드만 갖고도 초대형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를 차릴 정도다. PGA투어와 LPGA투어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중심으로 후원하는 데 비해 한국의 골프 후원사들은 생필품부터 에너지 회사, 고가 브랜드 등 전방위에 걸쳐 있다는 점에서 보기 드문 사례다. KPGA는 한 시즌에 걸쳐 개인전과 별도로 소속 구단 선수들의 성적을 대회별로 합산해 시즌 골프단 챔피언을 가리는 포맷을 검토하고 있다. 

이렇게 기업이 후원하는 골프단이 활발하게 홍보와 마케팅에 활용되는 경우는 한국 골프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흐름이다. 골프 초창기 스코틀랜드에서는 각 골프클럽이 명예를 건 ‘도장 깨기’를 하며 누가 진정한 명문인지를 가리는 힘겨루기가 성행했다. 개인전과 단체전의 묘미가 어우러진 초창기 골프의 흐름이 K골프에서 새로운 형태로 재현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는 “기존 골프단을 운영하는 기업들의 브랜드 인지도가 상승하는 모습을 잘 알고 있는 데다 올해 남녀 골프투어 모두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지기 때문에 창단 붐이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민학수 조선일보 스포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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