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스 메르틴 작가 독일 레겐스부르크대 문학,  프리드리히알렉산더대 영문학 박사, 글로벌 베스트셀러  ‘아비투스’ 저자 사진 도리스 메르틴
도리스 메르틴 작가 독일 레겐스부르크대 문학, 프리드리히알렉산더대 영문학 박사, 글로벌 베스트셀러 ‘아비투스’ 저자 사진 도리스 메르틴

전작 ‘아비투스’로 엘리트들의 특징을 낱낱이 파헤치고 재조립했던 독일의 자기 계발 전문가 도리스 메르틴이 신작 ‘엑설런스’로 돌아왔다. 그는 ‘엑설런스’에서 탁월함을 ‘더 나아지려는 투지와 습관’으로 정의했다. 출발은 호기심이지만, 주요 동력은 성실성이다.

과거의 나처럼 탁월함을 연기하느라 번아웃된 평범한 사람들, 우월함과 완벽함 사이에서 길을 잃은 천재들에게, 그가 제시한 해법은 매우 희망적이다. 

“독서로 야생의 감각을 살려라.”

“자극과 반응 사이에 공간을 두라.”

우연을 자본화하는 세렌디피티(serendi-pity)의 마법부터 윌 스미스에게 부족했던 자제력 해결법까지⋯. 지속 가능한 탁월함의 세계를 이야기하는 도리스 메르틴을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도리스 메르틴 작가. 사진 도리스 메르틴
도리스 메르틴 작가. 사진 도리스 메르틴

탁월함이란 무엇인가.
“탁월함이란 오늘의 상태를 뛰어넘어 더 성장하려는 노력이다. 특정 상태가 아니라 최정상에 가까워지려는 의지 그 자체다.”

탁월함은 출중한 능력 그 자체가 아닌가.
“아니다. 타이거 우즈가 말했다. 자신이 언제나 완벽한 스윙을 하는 완벽한 골퍼가 될 수 없음을 안다고. 최선을 끌어내고자 할 뿐이고, 그게 직업적 탁월함이라고. 탁월함은 능력보다 습관에 가깝다. 이를테면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불완전해도 과감하게 시도해보고, 모른다고 인정하고, 타인의 요구에 반응해서 방향을 수정하는 등 모든 형태의 포용 능력이다. 우리가 지닌 최고의 보물이다.”

당신은 탁월한가. 언제 스스로 탁월하다고 느끼나.
“최근에 나는 자전거 사고를 당한 후 나의 탁월함을 느꼈다. 평범한 나였다면 다시는 타고 싶지 않았을 테지만, 점차 두려움을 극복했고 다시 안장에 올라타 페달을 밟았다. 탁월함은 영웅적 업적과는 무관하다. 이런 작은 일상의 결정에서 탁월함이 드러난다. 거의 모든 상황에서 우리는 더 간단한 해결책과 더 탁월한 해결책을 갖고 있다. 얼마나 친절할지, 무엇을 노력할지, 어떻게 자제할지, 등등.”

코로나19 이후 탁월함이라는 키워드가 더 자주 언급되는 이유가 있나.
“우리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디지털화가 주는 압박을 온몸으로 겪었다. 지금은 이른바 VUCA 세계다. VUCA는 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의 첫 글자를 딴 신조어다. VUCA 세계에서는 기후변화 같은 메가 트렌드도 보통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 변화를 요구받는다. 표준화된 솔루션이 사라졌기 때문에, 과거에 소수에게 필요했던 탁월함이 이제는 모든 사람에게 필요해졌다. 수영장에서 물장구만 치던 감각으로 거대한 파도를 넘을 수는 없으니까.”

도리스 메르틴은 VUCA 세계에서는 전문 역량보다 정서 역량이 더 큰 성공 동력이 된다고 강조했다.


당신은 책 ‘엑설런스’에서 탁월함의 잣대로 호기심, 자기 성찰, 공감, 의지력, 평정심, 민첩성, 공명 능력 등을 제시했다. 보통 사람이 능력을 다 갖출 수는 없다. 혹 우선순위가 있나?
“어떤 능력이 가장 중요한지는 각자의 성격과 직업적 환경에 따라 다를 것이다. 사람마다 어떤 능력은 이미 충분히 갖췄고 어떤 능력은 부족하다. 여기서 공감, 정서적 주권, 의지력은 시대를 초월한 능력이고 공명, 민첩성, 리더십은 새롭게 우선순위를 차지한 능력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공명과 정서적 주권을 중요하게 꼽는다. 조직에서는 신뢰로 뭉친 다양한 사람이 서로 공명해야 공동체의 미래가 밝다. 개인에겐 무엇보다 정서적 주권이 중요하다. 감정을 통제할 수 있을 때 우리는 훌륭하게 행동할 수 있다.”

얼마 전 윌 스미스는 오스카 시상식장에서 남우주연상을 받고도 부적절한 폭력 논란에 휩싸였다. 탁월함의 절정에 이르렀을 때조차 자제력과 평정심을 잃기가 얼마나 쉬운가.
“맞다. 감정은 급행열차와 같다. 조심하지 않으면 그것에 깔릴 수 있다. 모든 자극에 즉각적으로 반응할 필요는 없다. 자극과 반응 사이에 공간을 만들면, 자극이 우리에게 강요하는 것보다 더 탁월한 반응을 찾을 수 있다.”

어쩌면 자제력이 탁월함의 마지막 방어선일 수 있겠다. 그렇다면 탁월함의 시작인 호기심은 어떤가.
“‘팩트풀니스(Factfulness)’를 쓴 한스 로슬링이 그랬다. 호기심이 있다는 것은 새로운 정보에 열려있다는 것이고, 그 정보가 자신의 세계관과 맞지 않아도 이해하려고 애쓰는 것이라고. 대개 사람들은 자신이 개방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다르다. 새로운 맛의 요구르트, 새로운 장르의 음악조차 싫어한다. 낯선 정보는 기존의 틀을 흔드니까. 하지만 창조성은 세계와 마찰할 때 생긴다. ‘하던 대로’ 하지 않는 개방성만이 재능을 확장한다. 호기심 많은 사람은 호시탐탐 즐거운 기회를 노린다. 다른 공간의 아이디어도 순식간에 스위치 해서 자기 분야에 적용한다. 가령 월트 디즈니는 딸이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는 모습을 보고, 어른들에게도 저런 놀이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 결과물이 디즈니랜드다. 설계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훅 낚아챈 거다.”

그런데 호기심과 혁신 부분에서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2010년생)가 뒤처진다고 해서 놀랐다.
“나도 놀랐다. 사람들은 Z 세대가 혁신과 모험을 좋아하고 열린 마음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아쉽게도 아니었다. 저성장 시대가 오래 지속하면서 젊은 세대는 비관주의라는 방어적 태도를 습득했다. 안타깝지만, 지금의 Z 세대는 예측 가능하고 안전한 생활방식, 여행과 가족, 직업과 여가의 균형에 기대치가 높다.”

이쯤에서 세렌디피티 이야기를 해볼까. 모험과 우연에 몸을 맡길 때 누릴 수 있는 것이 세렌디피티의 축복이다. 요즘엔 이 세렌디피티도 능력이라는 말이 있다.
“세렌디피티는 뜻밖의 상황에서 좋은 기회를 포착하는 재능이다. 압박과 표준이 없는 환경에서 더 많이 일어난다. 코로나19 이후 세계는 아프리카의 야생과 비슷한 환경이다. 불확실성, 변동성이 높아서 야생의 감각이 필요하다. 야생의 감각을 키우는 데는 무작위적인 독서가 좋다. 빌 게이츠는 1년에 50권이 넘는 책을 읽는다. 그런 태도야말로 세렌디피티의 전제 조건이다. 구글이나 페이스북의 필터 버블, 알고리즘 환경과는 확연히 다르니까.”

세렌디피티의 마법을 자주 누리나?
“나는 매일 글을 쓸 때 이런 세렌디피티를 경험한다. 완전히 다른 맥락의 어휘, 이야기, 주장들이 나의 주제에 맞게 배열되고 신선한 표현들로 뿌리내린다. 우연한 자극을 감지했을 때 작은 영감조차 알뜰하게 가져다 쓴다. 여기서 슈퍼 인카운터링(super-encountering)이 필요하다. 슈퍼 인카운터링은 정보를 찾을 때 그 가치를 알아보고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행위다. 세렌디피티의 수혜를 누리려면, 일단 그런 우연한 목격의 가치를 알아차려야 한다. 그다음 자신의 프로젝트나 제품에 통합하는 추진력이 필요하다.”

우연은 오직 그 가치를 알아차리고 끈기 있게 자본화하는 사람에게만 유용하다고 했다. 그 자신, 뭔가 흥미로운 것이 발견되면 온몸에 전율이 일어난다고.


일을 할 때 결과물의 탁월함은 누가 결정하나.
“고객이다. 고객의 소망이 세밀하게 반영되었는가가 탁월함의 잣대다. 내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노력을 쏟으려는 그 사람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것만이 탁월하다. 아무리 고매한 건축가라도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집을 설계해야 하고, 의사는 병원이 아닌 환자를 위한 최상의 치료법을 찾아내야 한다. 여기서 완벽함과 탁월함은 구분해야 한다. 완벽주의는 개인의 이상에 초점을 맞춘다. 반면 탁월함을 추구하는 사람에게 더 중요한 기준은 고객이다. 고객에게 최적화되어 있느냐. 자신의 관점을 고객에게 투사하지 않고, 고객의 피드백을 반영해서 솔루션을 찾는다.”

고객과의 공감이 너무나 중요한 시대다. 그런데 한편으론 너도나도 공감을 이야기하니 진부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어떻게 하면 공감을 보다 선명하게 느낄 수 있을까.
“공감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공감에는 세 가지가 있다. 같은 기분을 느끼는 정서적 공감, 상대의 입장에 동의하지 않아도 그 감정과 반응을 이해할 수 있는 인지적 공감, 트렌드와 사회 전반의 분위기를 파악하는 사회적 공감. 마이크로소프트(MS)의 최고경영자(CEO)인 사티아 나델라는 세 가지 공감 능력이 다 탁월하다. 자신의 성공 비결을 ‘공감’이라고 했다. MS는 장애인을 위한 기술을 개발하면서, 혁신 능력까지 발전했다. 가령 화상회의 때 배경을 흐리게 만드는 기술은 시각장애인을 위해 나왔다. 하지만 지금은 비장애인들이 사생활 보호를 위해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

공감 능력도 노력으로 얻을 수 있나.
“일단 자기 자신에게 먼저 공감해야 한다. 나에게 친절해야 타인도 존중할 수 있다. 그다음 타인을 즉흥적으로 단정하고 조언하려는 자세를 유보해야 한다. 내 잣대를 내려놓고 그의 세계관을 이해한 후, 기분에 공명하라.”

공감과 공명은 또 어떻게 다른가.
“공명의 필수 조건은 ‘다름’이다. 다양할수록 더 많이 공명한다.”

단지 능력이 출중한 사람과 탁월한 사람의 차이는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단기적인 ‘뛰어남’은 반딧불이처럼 반짝할 뿐 지속 가능하지 않다. 그 뛰어남의 바탕이 인정, 돈, 명성 같은 외부로부터의 보상이기 때문이다. 반면 탁월함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빛이 난다. 매일매일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사람은 삶 자체가 작품이 된다.”

마지막으로 ‘민첩함’과 ‘투지’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탁월함을 발휘하지만 ‘평정심’과 ‘공감’은 부족한 한국인에게 조언한다면.
“한 분야의 탁월함이 모든 분야의 탁월함을 높인다. 그 힘과 작동방식으로 다른 것도 해낼 수 있다. 평정심과 공감을 위해서는 자극과 반응 사이의 공간, 타인의 세계관을 받아들일 공간이 필요하다는 걸 잊지 마시라. 의식적으로 나와 타인을 돌볼 공간을 만들어라. 같이 일하는 사람에서 같이 생각하는 사람으로 다가서라. 자기 계발의 길에 끝은 없다.”

김지수 조선비즈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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