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안 엔리케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 하버드대 MBA, 현 바이오 테크노미 최고경영자(CEO), ‘진화하는 사람들’,  ‘무엇이 옳은가’ 저자
후안 엔리케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 하버드대 MBA, 현 바이오 테크노미 최고경영자(CEO), ‘진화하는 사람들’, ‘무엇이 옳은가’ 저자 사진 세계사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최고의 교수’이자 글로벌 강연 플랫폼인 테드(TED)가 가장 사랑하는 미래학자로 꼽은 후안 엔리케스 교수가 기술과 도덕의 충돌을 분해한 후 구체적이고 담대한 질문을 담은 문제작 ‘무엇이 옳은가’를 썼다. 

도발적인 제목 그대로, 그는 미래의 윤리학자라는 포스 넘치는 캐릭터로, 우리 세대 상식의 문을 두드린다. ‘인간을 다시 설계하는 것이 옳은가? 기술이 윤리를 바꾸는 것이 옳은가? 어제의 세계는 지금도 옳은가? 지금의 사회 구조 시스템은 옳은가?’ 궁극의 질문을 관통하는 결론은 하나다. ‘정의는 변한다’이다.

2014년 마이클 샌델이 하버드대 학생들과 함께 구제 금융, 대리 출산 등 지금 시점의 윤리적 난제들을 케이스 스터디로 탐구해서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면, 후안 엔리케스는 정보기술(IT)과 생명과학 분야에서 뻗어 나오는 싱싱하고 파격적인 질문을 융단 폭격처럼 쏟아부은 후, 더 큰 맥락에서 ‘성찰할 것’을 당부한다.

옳고 그름은 시간에 따라 바뀌며, 유일한 진리는 어제의 내가 틀렸다는 것뿐이라고. 기술과 다양성 요구로 윤리의 골(goal)대가 수시로 변하는 와중에, 후안 엔리케스와 심도 있는 이메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후안 엔리케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 사진 세계사
후안 엔리케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 사진 세계사

2014년 출간된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는 한국에서 매우 오랫동안 베스트셀러였다. 한국인은 ‘정의’보다는 ‘공정’에 예민한 사람들이라 다소 의아한 신드롬이었다. ‘무엇이 옳은가’는 ‘정의란 무엇인가’의 정치 철학보다 더 넓은 시야를 다루고 있다. 2022년의 후안 엔리케스는 2014년의 마이클 샌델이 던진 질문에서 얼마나 더 멀리 나아갔나.
“많은 사람이 스스로 옳고 그름의 차이를 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개인이나 사회가 ‘정의롭고 공정하다’고 여기는 것은 시간에 따라 변한다. 한때 나와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을 살해하는 것이 ‘정당한’ 때도 있었다. 카스트 제도나 봉건제 신분 사회를 유지하는 것이 ‘공정’하던 때도 있었다. 우리 조부모 세대가 오랫동안 정의와 공정이라고 믿었던 신념이나 행위가 오늘날 우리에게 혐오스러운 것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데 우리 손주들이 바로 그런 끔찍한 눈으로 우리를 본다면 어떨까? 예컨대 우리가 하루에 얼마나 오랜 시간 일했는지, 동물을 어떤 방식으로 대했는지, 또는 세계의 빈곤과 결핍을 얼마나 무심하게 대했는지 등등에 대해서.

우리가 더 많은 생명을 공평하게 챙길수록 무엇이 정상인지에 대한 인식도 변해갈 것이다. 바로 그 정상성이 당대의 법이라는 문서에 통합된 개념이 정의다. 하지만 윤리는 계속 진화한다. 결국 중요한 건 ‘우리의 옳음은 틀릴 수도 있다’라는 겸손한 태도다.”

선생이 미래학자라는 점이 ‘옳고 그름’이라는 주제를 다루는 데 더 도움이 되나.
“과학 기술 트렌드, 투자 예측 등의 분야에서 앞자리에 있다 보면 많은 것이 보인다. 산업혁명 기술이 노예 제도라는 끔찍한 노동 시스템을 끝냈듯이, 기술은 지금도 윤리라는 골대의 위치를 계속 이동시키고 있다.”

기술이 윤리의 골대를 어떤 방식으로 이동시키고 있나.
“예컨대 우리 후손은 실험실에서 생육시킨 고기를 저렴하고 안전하게 먹고, 우리보다 한결 싸고 깨끗한 에너지를 사용할 것이다. 그래서 미래 세대는 ‘무슨 생각으로 지각 능력이 있는 동물 수십억 마리를 우리에 가둬 키우고 잡아먹은 거지?’라고 우리에게 따져 물을 수도 있다.”

여전히 고기를 먹는 즐거움을 포기 못 하는 나는 미래의 재판정에 소환되기도 전에 매우 찔리는 기분이다.
“우리 후손들이 합성 생물학의 세례를 받은 세대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몇몇 전문가는 2040년이 되면 육류의 60% 이상은 동물을 도축해서 만드는 것이 아닐 거라고 추정한다. 미래 세대는 진짜 고기를 삼키는 행위만으로 혐오감을 느낄 수 있다.”

현재 가장 뜨거운 감자는 유전자 편집이다. 상상할 수 있는 최선과 최악의 시나리오는 무엇인가.
“아직도 많은 사람이 치명적인 질병 가능성이 없는 한, 배아의 유전자 편집이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만약 유전자 편집이 더 빠르고, 더 저렴하고 더 좋은 품질로, 무엇보다 더 안전한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면 어떨까.

그런 세상에서라면 무엇이 옳지 않은지에 대한 논리가 180도 바뀔 수 있지 않을까? 부모가 아이의 BRAC1, KRAS 또는 P53번 유전자를 편집할 수 있었는데도 망설이다, 자녀가 암에 걸렸다면? 아이들이 부모를 원망하며 소송 거는 상황을 상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후손들은 복제와 유전자 개선 등에 좀 더 과감해질 것이다.”

지금의 기술은 생명 순환에 어느 정도까지 관여하고 있나.
“수정란을 적극적으로 편집하는 게 아니라 원치 않는 형질이 없는 배아를 선택하는 소극적인 수준이다. 치명적인 유전병을 예방하기 위해 제3의 부모가 가진 유전자를 태아에게 추가로 이식할 수 있다. 앞으로는 기증받은 안구처럼 기증받은 자궁으로 새 생명을 잉태할 수도 있을 거다. 어쩌면 미숙아를 위해서 개발된 양수로 가득 찬 플라스틱 인공 자궁이 태초의 고향에 대한 우리의 기억을 흔들어 놓을 수도 있다.”

기술은 마치 브레이크 없이 달리는 기차 같다. 유전자 편집처럼 윤리적 가이드라인을 기다리는 다른 분야의 공학 기술은 또 뭐가 있나.
“자율주행차를 보자. 자율주행차와 관련된 핵심 질문은 ‘어떻게 하면 완벽하게 만들까’가 아니다. 핵심은 ‘허용 오차의 기준을 어느 선으로 정해야 하는가’다. 10대 청소년과 노인에게 쉽게 차 열쇠를 맡기는 현행 운전면허 제도보다 자율주행차가 합리적인 비용으로 더 많은 목숨을 구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든다면? 자율주행차 도입 여부는 윤리 문제로 넘어가겠지.”

IT 기술 이야기로 넘어가 보자. IT 기술이 발달하면 필터링을 통해 거짓말은 퇴출당해야 마땅한데, 비윤리적인 가짜 뉴스는 왜 더 늘어날까? 영화 ‘돈 룩 업’을 보면 인간은 종말에 이르고서도 ‘옳은 것’이 아니라 믿고 싶은 것만 믿더군.
“히틀러는 ‘나의 투쟁’에서 이렇게 썼다. ‘대중은 사소한 거짓말보다는 큰 거짓말에 쉽게 속아 넘어간다.’ 소셜미디어 시대에 의사소통은 더 파편화되고 정치인들은 커다란 거짓말과 끝없이 이어지는 거짓말의 효용을 발견했다. 그들이 일으킨 분노는 뉴스미디어의 트래픽을 높이고 수익은 그와 비례해서 늘어난다. 안타깝지만 그게 현실이다. 기술이 진실의 성격을 바꾸어 놓은 거다.”

선생은 책에서 IT 기업이 부를 독점하고, 사람들을 분열시키고, 숨을 수 없는 디지털 감옥을 지었다고 비판했다. IT 리더들이 기업의 이익이 아니라 인류를 위해 ‘옳은 기준’을 만들어내야 할 중요한 시점이다. 이런 시점에 2018년 구글이 사훈 중 ‘사악해지지 말자’를 없앤 것은 다소 충격이다. 어떻게 생각하나.
“구글이 ‘사악해지지 말자’라는 사훈을 없앤 것은 심각한 실수다. 물론 그것은 몹시 어려운 기준이다. 그러나 점점 위험한 산업이라고 인식되는 기술 업계가 따라야 할 윤리적 핵심을 북극성처럼 제시한 사훈이었다.

페이스북과 같은 거래적 세계관으로 이동하면서, 구글은 진짜 뛰어난 사람들을 끌어들일 기회를 놓쳤다. 많은 사람이 IT 기업의 상품을 사용해서 기회와 이익을 얻는 것은 맞지만, 동시에 비용은 올라가고 개인의 사생활은 무방비로 노출된다. 

거대한 힘이 집중되어 정치와 사회가 불안정해지는 만큼, ‘사악해지지 말자’는 원칙을 재생하지 않는다면 그들의 자격은 머지않아 축소될 거다.”

후안 엔리케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 사진 세계사
후안 엔리케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 사진 세계사

케네디 시대의 미국은 ‘위대한 나라’의 품위가 살아있었지만, 트럼프 시대를 거치면서 도덕적 퇴행을 보여준 나라로 전 세계인의 우려를 샀다. 미국이 앞으로 지도 국가로서의 위신을 회복해서 미래를 이끌 수 있을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이 세계의 윤리적 비전은 어떻게 변화할까.
“트럼프 정권은 미국이 지도 국가로서의 지위를 잃을지 모른다는 공포를 이용했다. 거대 제국의 지위가 흔들리고 경쟁 세력이 부상할 때면, 포퓰리즘과 분노가 흔하게 나타난다. 

전 세계 많은 사람이 분노에 차고 옹졸하며, 자기중심적인 미국의 모습을 보았다.

하지만 미국은 자동차가 갑자기 고장 나도 변함없이 도움의 손길과 따뜻한 환영을 경험할 수 있는 나라다. 미국 사회는 여전히 놀랄 정도로 관용적이지만, 현재는 분열이 너무 큰 이익이 되기 때문에 국가 정치에 반영되지 않을 뿐.

이 역설을 어떻게 해결할지가 미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열쇠다. 미국은 새롭게 부상하는 세계의 신흥 국가 세력과 공존하고 교섭하며 적응하는 방법도 배워야 한다. 이미 예전에 해 본 적이 있기 때문에, 과거에서 배운 경험을 잊지 않았기만을 바랄 뿐이다.”

하버드대에서 강의할 때 학생들에게 중요하게 가르치는 태도가 있나.
“내 수업의 핵심은 총명하고 문명적인 미래 세대가 ‘자신들이 언제든 틀릴 수 있으며, 지금이 아니더라도 훗날 옳지 않다고 밝혀질 수 있다’는 점을 납득시키는 것이다. 이전 세대를 조금 더 겸허하고 용서가 담긴 시선으로 볼 수 있도록. 인간은 점점 진화를 통제하면서 초인적인 힘의 소유자가 되어간다. 훌륭한 SF 작품들이 지적하듯, 창조 그 자체를 통제하는 힘을 갖게 될 때를 경계하며 준비해야 한다.”

내 자식이 나를 어떻게 볼까? 후세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이런 가정만으로 우리는 더 윤리적인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더 중요한 것은 ‘옳고 그름은 고정되어 있지 않다’라는 인식 그 자체다. 그래서 아이들을 교육할 때도 ‘나와 다른 의견인 사람이 있다는 점’을 가르쳐야 한다. 동의하지 않아도 존중하는 태도로 들어야 한다고. 본능적으로 아이들은 어른보다 타인에게 더 관용적이다. 요즘 아이들은 장애인이나 이민자, 성소수자에 대해 더 발전된 생각을 하고 있다. 인류에겐 점점 더 희망이 있다.”

김지수 조선비즈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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